박현경이 KLPGA 챔피언십 최종일 우승 후 캐디인 아버지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KPGA 투어를 뛰었던 프로골퍼이지만 1부 투어에서 우승은 없었다./KLPGA박준석 |
"대회 1라운드가 엄마 생신이었는데 좋은 선물을 한 것 같아요. 오늘이 태어난 후 가장 기쁜 날이에요. 챔피언 퍼트를 한 뒤에는 아빠와 한 마디 하지 않고 포옹했어요." 투어 2년 차 박현경(20)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L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박현경은 17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임희정(21)과 배선우(26)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아마추어 시절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거쳤던 박현경은 지난해 국가대표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임희정과 조아연(20)이 각각 3승과 2승을 거두는 걸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박현경은 우승 후 "그동안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힘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방송 인터뷰 중 너무 많이 울었는데 그만큼 마음 고생도 많았어요. 지난해 루키들이 8승을 하는 동안 저의 승수는 포함돼 있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올해 첫 대회 만에 아쉬움을 날려 너무 행복해요. 그동안 고생하고 속상했던 기억이 한 번에 스쳐지나가서 저절로 눈물이 나왔어요."
박현경은 동계 훈련 기간 우승 순간을 고대하며 이을 악물었다고 했다. "드라이버 비거리 늘리는 것과 퍼팅에 집중했어요. 고진영과 이보미 언니와 함께 훈련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됐고요. 어제 진영 언니와 통화했더니 ‘우승 욕심 내지 말고, 모든 건 하늘에 맡겨라’라는 조언을 해주던데요. 오늘 플레이에도 큰 도움이 됐죠."
박현경이 우승한 직후 동료 선수들이 꽃잎을 뿌려주며 축하해 주고 있다./KLPGA박준석 |
박현경은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박세수(51) 씨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일찌감치 골프채를 가지고 놀았다. 그의 아버지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뛰었던 프로 골퍼다. 2부 투어 우승 경험은 있지만 1부 투어에서는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박현경은 "아빠가 투어 프로 출신이라 바람 계산이나 코스 공략 등 경기가 안 풀릴 때 여러 조언을 해주셔서 든든하다. 챔피언 퍼트를 성공한 뒤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포옹을 했다"고 말했다.
목표였던 첫 우승을 첫 대회에서 달성한 박현경은 "남은 시즌 동안 두 번째 우승을 하고, 평균 타수상을 타고 싶다. 또한 시즌 후에 열리는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 꼭 참가해 좋은 경험과 추억을 쌓고 싶다"고 했다. ‘우승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에는 "반려견 드림이 놀고 싶다"며 "3등 안에 들면 친오빠에게 지갑을 사주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도 지켜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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