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PGA 투어 신인 임성재(21)입니다. PGA 투어 플레이오프 첫 대회인 노던 트러스트에 와 있습니다.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시리즈 목표는 최종 3차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가는 겁니다. 30명까지 기회가 주어지는데, 플레이오프 대회는 성적에 따른 포인트가 정규 시즌의 4배 정도 되거든요.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경기 할 생각입니다. 전 올해 정규 시즌에서 페덱스컵 랭킹 23위라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사실 시드를 유지하는 게 가장 큰 목표였어요. 첫 대회에서 1타 차이로 연장전에는 가지 못했지만 공동 4위를 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된 게 큰 힘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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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없이 호텔 돌며 생활해요" - 올해 PGA 투어에 데뷔해 지난주까지 무려 32개 대회에 나선 임성재는 미국에 집을 구하지 않고 대회장에서 가까운 호텔을 돌며 생활한다. 8일 개막하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도 출전하는 그는 "어차피 집에 갈 시간도 별로 없고 불편함도 못 느낀다"고 했다. /임성재 |
미국 현지에선 제가 올 시즌 PGA 투어 32개 대회를 뛰었다고 놀라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톰 호기(미국)와 함께 올 시즌 가장 많이 출전한 선수가 됐더군요. 페덱스컵 랭킹 상위 30명 이내 선수들이 평균 18.6개 대회에 출전했다고 하니 제가 좀 많이 뛰긴 했죠? 타이거 우즈는 10개 대회만 나왔더군요.
'마당쇠처럼 너무 많이 뛰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데 전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그냥 경기가 재미있고 즐거우니까 계속 출전하게 돼요. 아무래도 신인이다 보니 모든 대회 코스가 처음이라 기회가 되면 다 쳐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일단 많은 대회를 나가려고 했어요. 그래야 코스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저에게 맞는 코스인지 아닌지 알 수 있으니까요. 힘들어도 신인 때 고생 좀 많이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대회 후 다음 날은 아예 클럽을 잡지 않고 쉬는 게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고 나면 화요일부터 다시 집중해서 칠 수 있게 되죠.
PGA 투어에서 정말 신기한 건 진짜 유명한 선수들이랑 같이 경기를 하는 겁니다. 스타 선수들이 먼저 인사해 주고, 같이 있으니까 신바람도 나고, 배우는 것도 많아요.
브룩스 켑카, 저스틴 토마스, 토미 플릿우드, 토니 피나우, 존 람, 이안 폴터…. 이런 선수들이랑 같이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전 친절하고, 배려해 주고, 매너 좋은 선수가 좋은 거 같아요. 제가 영어가 짧다 보니까 먼저 말을 못 걸거든요. 빌 하스나 닉 왓트니는 경기 중에도 '너 정말 잘 친다'고 칭찬해주더라고요. 사람 좋고, 잘 웃고. 경기 중에도 여유 있는 이런 선수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우즈는 많은 대회를 뛰진 않지만 볼 때마다 정말 '와~' 소리가 절로 나와요. 우즈는 생각보다 얼굴이 작고 몸 비율이 정말 좋아요.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자기만의 포스가 있어서 사람들이 쳐다보게 만들어요. 걷는 것도, 연습할 때 공 치고 난 뒤 동작도 행동 하나하나가 정말 멋있어요. 제가 PGA 투어를 즐기는 큰 이유 중 하나죠.
한국·일본을 거쳐 PGA 투어에 왔는데 예전보다 연습량이 훨씬 늘었어요. 여기 선수들은 정말 운동도 많이 하고, 연습도 많이 합니다. 연습을 안 하면 이길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회 때도 경기를 마치면 집에 가기 전에 연습을 하는데,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어둑어둑해지죠.
지난 2년간 미국에서 샷과 위기관리 능력을 많이 배웠어요. 올해는 경기가 풀리지 않아도 어떻게 해서든 스코어를 만들어내는 관리 능력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미국에서 집 없이 호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면 놀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곳곳을 다니면서 경기를 하다 보면 집에 갈 시간도 별로 없고 불편함도 못 느낍니다. 골프 치기엔 PGA 투어가 좋지만 친구들이 있는 한국이 많이 그립기도 해요. CJ컵이 열리는 10월에 한국에 들어갈 예정인데, 그때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죠. 뭐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닙니다. 친구들이랑 같이 연습하면서 농담 따먹기 하고 웃고 장난치고 그러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목표로 삼았던 미국 무대에 와서 좋은 일이 계속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PGA 투어 2부 투어 상금 1위로 PGA 투어 카드를 얻었고, 올해도 신인으로서는 잘 적응한 편이니까요. 하늘이 도와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어요. 아직 우승이 없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때가 올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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