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김아림에 50야드 뒤졌지만 스코어는 4언더파로 1타차 앞서
박인비(31)와 김아림(24)이 나란히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면 거리 차이가 50야드 정도 났다. 박인비가 평균 240야드, 김아림이 290야드. 이는 파4홀의 두 번째 샷 클럽 선택의 차이로 이어졌다. 박인비가 5번 아이언을 잡으면 김아림은 피칭웨지로 그린을 공략했다. 경기를 하기도 전 이미 승패가 갈린 것 같았다. 그러나 스코어는 박인비가 4언더파 68타(버디 6개, 보기 2개)로 김아림(3언더파)에게 1타 앞섰다.
9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파72)에서 막을 올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 박인비는 뚜렷한 장단점을 보였다. 비거리를 제외하면 경기 운영능력은 여전히 세계 정상이었다. 다음 샷을 공략하기 좋은 곳으로 공을 몰고 다니는 듯한 플레이로 어려운 상황을 피해 나갔다. 특기인 5m 이상 롱 퍼팅도 여러 차례 집어넣었다. 올 시즌 우승이 없는데도 세계 랭킹 6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바로 이런 경기 운영 능력 덕분이다. 하지만 전성기 평균 255야드를 날리던 것과 비교하면 드라이버 샷 거리가 15야드나 줄었다고 했다.
女帝의 벙커샷 - 박인비가 9일 제주 제주시 오라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 14번 홀에서 벙커샷을 날리는 장면. /뉴시스 |
박인비는 "골프가 비거리로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거리 경쟁이 주가 되는 코스에서는 확실히 힘들어졌다"고 했다. 이는 체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3월 파운더스컵에서 LPGA투어 19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예전엔 대회 후반인 3, 4라운드로 갈수록 성적이 좋아져 역전승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초반 선두를 달리다가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 2주 전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도 마지막 라운드에 부진했다. '신의 경지'란 평을 듣던 퍼팅도 들쭉날쭉하다. 체력이 받쳐주지 못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하지만 박인비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골프가 다시 좋아졌다"고 했다. 도쿄 올림픽이 1년 앞두고 다가오면서 '한번 해보자'는 의욕이 살아나는 것 같다고 한다. '박인비 올림픽 2연패(連覇) 프로젝트'도 가동된다. 그는 이번 대회를 마치면 본격적인 체력 운동에 들어가 내년을 목표로 줄어든 비거리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올 하반기 주요 대회에 모두 출전하는 등 내년 도쿄 올림픽까지 가능한 한 많은 대회를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리우 올림픽 이후 대회 수를 대폭 줄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박인비는 현재 고진영(세계 1위), 박성현(2위)에 이어 한국 선수 중 세계 랭킹이 세 번째로 높다. 만약 지금 올림픽 출전 자격이 결정되면 박인비도 출전할 수 있다. 올림픽에는 국가별 출전 쿼터가 기본 2명씩이지만, 세계 랭킹 15위 이내까지는 국가당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내년 8월 5~8일 도쿄 인근 가스미가세키CC에서 열리는 올림픽 여자부 경기 출전 자격은 내년 6월 30일 시점 세계 랭킹으로 결정된다. 박인비는 "젊고 뛰어난 선수가 워낙 많아 올림픽 출전 경쟁부터 만만치 않다"며 "내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살려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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