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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3년 만에 메이저 첫 우승 
다운증후군 여성 골퍼 보커스텟의 응원 속에 활약 "네가 전해준 긍정 에너지 덕분"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파71·7075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119회 US오픈.

게리 우들랜드(35·미국·사진)는 4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2개로 2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271타를 기록했다. 마지막까지 맹렬한 추격전을 펼친 브룩스 켑카(미국)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225만달러(약 26억7000만원)를 받았다. 켑카는 비록 114년 만의 3연패(連覇)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네 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PGA챔피언십 2연패와 준우승 2회(마스터스, US오픈)를 기록하며 메이저 대회의 강자임을 보였다.

프로 데뷔 13년 만에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게리 우들랜드는 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는 곧바로 누군가와 화상 통화를 했다. 우들랜드는 상대에게 "네가 전해준 긍정 에너지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빨리 만나서 골프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통화 상대는 다운증후군 20세 여성 골퍼 에이미 보커스텟이었다.

이 대회 전까지 통산 3승을 기록 중이던 우들랜드는 30개 메이저 대회에 참가해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었다. 지난해 PGA챔피언십 공동 6위, 올해 PGA챔피언십 공동 8위를 기록하는 등 톱 10에만 두 차례 들었다. 그는 대학에서 한때 농구 선수로 활약했을 만큼 뛰어난 운동 신경을 지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해서는 손꼽히는 장타자(평균 309야드)였다. 하지만 쇼트게임과 퍼팅 등 마무리 능력이 부족하고 집중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게리 우들랜드가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에서 펼쳐진 US오픈 4라운드 18번 홀(파5)에서 9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 지은 후 환호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우들랜드는 전혀 다른 선수가 경기를 하는 것 같았다. 오래도록 남을 3개의 명장면이 있었다. 먼저 파5 14번홀. 1타 차로 쫓기던 우들랜드는 이 홀에서 263야드를 남기고 3번 우드를 잡고 2온을 시도했다. 공은 그린을 살짝 벗어났지만 우들랜드는 버디를 잡아내며 켑카와의 간격을 2타 차로 벌렸다. 파3 17번홀에서 우들랜드가 날린 티샷은 땅콩 모양으로 생긴 그린의 홀 정반대 편에 떨어졌다. 속칭 '마라도 온'이었다.

퍼터로 직접 홀을 공략할 수 없자 우들랜드는 웨지를 꺼내 칩샷을 시도했고 공은 거의 홀에 들어갈 뻔했다. 우들랜드는 마지막 18번홀에서 9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우들랜드는 지난 2월 보커스텟과의 만남이 그의 골프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게리 우들랜드가 지난 2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 당시 다운증후군 골프 선수인 에이미 보커스텟이 대회장인 TPC 스코츠데일 16번홀에서 파 퍼트를 성공하자 축하해주고 있다. /PGA 투어 동영상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 주최 측은 다운증후군 환자 최초로 대학 장학금을 받는 스페셜올림픽 골프 선수인 보커스텟을 초청했다. 지난해 대회 우승자였던 우들랜드는 보커스텟을 안내해 대회장인 TPC 스코츠데일의 상징인 파3 16번홀에서 시범 샷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맡았다. 보커스텟은 수만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티샷을 날렸으나 공은 벙커에 빠졌다. 우들랜드가 공을 그냥 꺼내자고 했지만 보커스텟은 있는 그대로 치겠다고 했다. 보커스텟은 벙커샷을 홀 2.5m 거리에 붙인 뒤 파 퍼트에 성공했다. 이 감동적인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지금까지 소셜미디어에서 2000만명이 지켜봤다. 우들랜드는 "골프 코스에서 누군가를 그렇게 응원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에이미는 나의 영웅이자 친구가 됐다"고 했다. 에이미는 이번 대회 내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들랜드를 응원했다.

타이거 우즈(44)는 이날 6번홀까지 4개의 보기를 하다 마지막 12개 홀에서 6개의 버디를 쏟아부으며 공동 21위(2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허리와 무릎, 목 등에 수술을 받았던 우즈는 날씨가 쌀쌀하면 경기 초반 맥을 추지 못하는 약점을 보인다. 우즈는 "엉망으로 끝날 뻔한 대회를 그래도 언더파 스코어로 마쳐 다행"이라며 "가족과 쉬면서 다음 달 디 오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공동 16위(3언더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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