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후 4차례 연장 승부 모두 첫 홀서 버디나 이글 잡아 끝내
김 "연장선 이긴다는 생각뿐"
올 11개 대회서 한국 선수 6승
“연장에선 무조건 이기자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그런 게 연장에서 강한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김세영(26)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8승 가운데 절반을 연장전에서 거둔 뒤 ‘연장 불패’(4전 4승)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어떻게 들으면 하나마나 한 이야기 같다. 하지만 그 단순명료한 의지가 기적 같은 승리가 유난히 많은 승부사 김세영에겐 묘약과도 같은 것이다.
김세영이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일리시티의 레이크 머세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연장전 첫 홀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후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세영은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일리시티 레이크머세드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연장 우승을 거두며 시즌 첫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는 마지막 날 빨간 바지를 입고 나와 자주 극적인 승부를 펼친 덕분에 ‘빨간 바지의 마법사’란 별명이 있다. 이날 경기 역시 내내 위기에 몰리다 마지막 뒤돌려차기 한 방으로 상대를 제압한 태권도 선수 같았다. 그는 태권도 관장이었던 아버지에게 배운 태권도 솜씨가 실제 공인 3단이다.
김세영은 이날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극적으로 연장에 합류한 뒤 같은 홀에서 열린 1차 연장에서도 역시 버디를 낚아 ‘핫식스’ 이정은과 브론테 로(잉글랜드)를 제쳤다. 통산 8번째 우승컵에 입 맞춘 김세영은 상금 27만달러(약 3억1600만원)를 받았다. 한국 여자 골퍼들은 올 LPGA 투어 11개 대회 중 6개 대회 정상에 서면서 강세를 이어갔다.
LPGA 투어 사상 최고의 연장 승부사는 박세리였다. 연장전 6전 전승을 기록했다. 이어 김세영과 미셸 맥건(미국)이 4전 4승이다. LPGA 투어에서 연장전 3승 이상을 거둔 선수 중 승률 100%는 이 셋뿐이다.
박세리는 “어차피 연장에 가면 이기거나 지거나 둘 중 하나다.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고 나선다”고 했다. 불안이나 걱정 대신 눈앞 목표에 집중하는 능력이 ‘플레이오프 마스터(playoff master)’에게 필요한 자질인 것이다.
김세영은 경기 후 “하루 종일 압박감이 심했고 경기가 끝난 직후까지 심장이 바깥으로 나온 것처럼 떨렸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승부였다.
김세영은 3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했으나 1번 홀 더블보기, 2번 홀 보기로 두 홀 만에 3타를 잃었다. 그는 “많이 아쉬웠지만 멈추지 말고 계속 가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8번 홀에서 다시 보기를 하며 한때 선두에서 밀려나는 듯하던 김세영은 15번 홀(파5)에 가서야 첫 버디를 잡았다. 17번 홀(파3) 보기가 치명상이 될 뻔했지만, 이날 우승을 안겨준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연장 승부에 합류했다.
김세영은 4라운드 18번 홀에서 199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을 그린 근처까지 보냈다. 연장에서도 거의 같은 지점에서 두 번째 샷을 했다. 자신이 4라운드에서 낸 디보트 자국 바로 앞에서 샷을 했다.
마침내 김세영은 연장에서 60㎝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나란히 파에 그친 이정은과 브론테 로를 제쳤다. LPGA 투어 첫 우승을 연장 승부로 따낸 김세영은 네 차례 연장 승부 모두 첫 홀에서 버디나 이글을 잡아 끝냈다. 2015년 롯데 챔피언십에선 연장 첫 홀에서 기적 같은 샷 이글로 박인비를 제쳤다.
김세영은 지난해 손베리 크리크 LPGA 클래식에서 72홀 최저타 기록(31언더파 257타)을 세우며 7승째를 거둔 이후 10개월 만에 우승컵을 차지했다. 2015년 데뷔 첫해 3승 이후 매년 1승 이상씩 올리고 있다.
김세영은 “그동안 허리 통증으로 위축됐는데 최근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되찾았다”며 “내 목표는 우승을 차곡차곡 쌓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라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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