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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인스퍼레이션 10언더파로 정상… 시즌 2승·통산 4승
'베테랑 캐디' 브루커와 올 6개 대회서 우승 2회·준우승 2회

"잘하는 선수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잘했었나~"

8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 우승 트로피를 든 고진영(24)의 플레이를 보고 많은 이들이 감탄했다.

한국선수 5번째 '호수의 여인' - 고진영(가운데)이 8일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ANA인스퍼레이션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대회 전통에 따라 랜초 미라지 미션힐스컨트리클럽 18번 홀 옆에 있는 연못 '포피스 폰드'에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왼쪽), 에이전트 최수진(오른쪽)과 함께 뛰어들고 있다. /게티이미지 연합뉴스

고진영은 한층 정교해진 샷과 깔끔한 그린 주변 플레이 등을 앞세워 좁은 페어웨이와 깊은 러프, 단단하고 빠른 그린으로 악명 높은 코스를 요리해 나갔다. 최종 라운드 후반 두 차례 보기를 범해 이미향(26)에게 1타 차까지 쫓긴 적도 있지만 곧바로 버디로 치고 나가는 모습에선 강한 집중력이 보였다.

이 대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 미션힐스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매년 열린다. 고진영은 그동안 이 코스에서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2016년 공동 71위, 2017년 컷 탈락, 2018년 공동 64위에 머물렀다. 올해는 달랐다. 최종 라운드를 1타 차 선두로 출발한 고진영은 2타를 더 줄여 최종 10언더파 278타를 기록, 이미향을 3타 차이로 따돌리는 완벽한 경기를 펼치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과 함께 상금 45만달러(약 5억1000만원)를 받았다. 그리고 대회 전통에 따라 18번 홀 그린 옆 호수에 뛰어드는 세리머니를 했다. 한국 선수가 '호수의 여인'이 된 것은 2004년 박지은, 2012년 유선영, 2013년 박인비, 2017년 유소연에 이어 고진영이 다섯 번째다.


지난해 신인상을 받은 고진영은 올해 6개 대회에서 우승 2회, 준우승 2회, 3위 1회 등 톱 3에 5차례나 올랐다. 상금, 올해의 선수 등 주요 부문에서 모두 1위다. 초반이지만 현재 LPGA를 압도하는 선수가 됐다. 도대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먼저 미국 현지 언론들은 데뷔 2년째인 고진영이 올해부터 캐디를 맡은 데이비드 브루커의 풍부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압도적인 선수로 변신하게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부터 고진영의 백을 메는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45·잉글랜드)는 24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특히 ANA인스퍼레이션 대회에선 2004년 박지은, 2008년 로레나 오초아의 우승을 이끌며 '호수의 남자'가 됐다. 고진영은 브루커에 대해 "그린을 정말 잘 읽고 코스를 구석구석 워낙 잘 알고 있어 마음 편안하게 의지하며 경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축하해" - 8일 고진영(오른쪽)의 ANA인스퍼레이션 우승 확정 후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축하해주는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 /게티이미지 연합뉴스


브루커는 예전부터 고진영의 정확한 드라이브 샷을 보며 캐디를 꼭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브루커는 "고진영은 샷도 좋지만 위기에 빠졌을 때도 전환 능력이 빠르다"고 말했다. 브루커가 고진영의 가장 놀라운 점으로 꼽는 것은 플레이하면서 성적보다 행복을 좇는 독특한 마인드다. 고진영은 실제 "세계 랭킹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지만 난 숫자에는 관심이 없다. 내 목표는 코스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성적이나 랭킹에 연연하지 않으니 오히려 위기관리 능력이 향상되고 멘털이 강해지는 효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고진영은 이날 지난해 돌아가신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울먹였다. "살아계셨다면 기뻐하시며 눈물을 흘리셨을 텐데 정말 그립다"고 했다.

2년 전부터 스윙 코치를 맡은 이시우 프로는 백스윙 높이와 임팩트 위치가 일정해지면서 고진영의 스윙이 더 정확해졌다고 했다. "백스윙 때 스윙이 들렸다가 내려오는 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몸이 회전하는 느낌을 갖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또 백스윙 톱에서 다운스윙으로 전환할 때는 왼발을 디디면서 중심을 잡는 연습도 많이 했다고 한다.

고진영은 지난해부터 아이언의 샤프트를 스틸과 카본을 결합해 만든 스틸파이버(steelfiber)로 바꿨다. 그래파이트처럼 가벼우면서도 스틸 샤프트처럼 일관성이 좋은 특징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에리야 쭈타누깐, 맷 쿠처 등도 이런 샤프트를 사용한다. 고진영의 놀라운 발전은 몸과 마음, 그리고 사람과 과학이 화학작용을 일으킨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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