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빅오픈서 데뷔 첫 우승
0일 호주에서 막을 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빅오픈은 16년 만에 프랑스 챔피언이 등장해 화제를 뿌렸다. 프랑스인으로는 네 번째 LPGA 챔피언이 된 스물여섯 살의 셀린 부티에가 그 주인공이었다.
파리 인근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가 모두 태국인으로, 여섯 살 때 아버지 권유로 골프채를 잡았다. 이번 대회 1·2라운드를 같은 조에서 치른 전영인은 "거의 박인비 언니를 보는 것처럼 퍼팅 실력이 뛰어나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평균 237야드 드라이버 샷을 날린 것으로 돼 있는데, 주로 3번 우드로 티샷해서 나온 수치라고 한다. 거리보다는 정확성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다. LPGA 2부 투어 시절부터 퍼팅은 1·2위를 다투던 솜씨다. LPGA 투어 카드를 얻을 때도 그린 적중 때 퍼트 수가 전체 2위(1.77번)였다.
그의 이력을 찾아보다가 '박세리의 자취'를 느끼게 된 게 흥미로웠다. 부티에는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가 듀크대를 대학 정상으로 이끌었는데 당시 코치 가운데 한 명이 한국계 프랑스인 잔 조였다.
셀린 부티에가 10일 LPGA 투어 빅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모습. /EPA 연합뉴스 |
부티에는 아마추어 시절 세계 1위에도 오른 강자였다. 프랑스 대표로 2010년과 2011년 유럽 팀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었고, 듀크대 재학 시절이던 2013년과 2014년에는 미국 대학 올해의 선수를 차지했다. 리디아 고, 이민지, 브룩 헨더슨 등 아마추어 시절 강자가 프로 무대에서도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게 요즘 LPGA 흐름이다. 부티에는 유소연과 조던 스피스 등을 지도하는 캐머런 매코믹 코치에게 지도받으며 실력이 급성장했다는 평을 듣는다.
LPGA 데뷔 첫해인 지난해에는 초반 네 대회 연속 컷 탈락하며 고전했는데, 올해는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부티에는 "지난해에는 결과에 연연했는데 올해는 눈앞의 한 샷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부티에는 요즘 세계 1위 에리야 쭈타누깐을 앞세워 여자 골프의 강국으로 떠오른 태국과 골프 불모지 프랑스, 골프 선진국 미국의 색깔이 골고루 섞여 있다. 수줍음을 잘 타면서도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부티에가 '프랑스의 박세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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