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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해저드 구역에서도 클럽 지면 접촉 가능, 캐디의 방향 설정 도움은 금지 
유소연이 지난 7월 열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3라운드 당시 그린 주변에서 드롭을 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드롭을 할 때 무릎 높이에서 해야 한다./PGA of America
전세계 골프 룰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내년부터 적용될 규칙을 대폭 개정했다. 개정된 룰은 현대골프의 흐름에 발맞춰 플레이 속도 향상과 단순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대한골프협회(KGA)에서 골프 룰을 담담하고 있는 구민석 과장은 "진실되게 행동하고, 타인을 배려하고, 코스를 보호하면서 플레이를 하는 게 골프의 3대 기본 정신"이라며 "여기에 ‘공이 놓인 그대로 플레이를 한다’는 골프의 대전제 하에 플레이어의 양심을 믿고 최대한 간소한 방향으로 개정한 게 핵심"이라고 했다.

2109년부터 전면적으로 개정되는 골프 룰을 코스에서의 플레이 순서 별로 알아본다.

캐디가 플레이 선 후방에서 방향 설정을 도와주면 2벌타를 받게 된다./KGA
🔺티잉 구역=종전의 티잉 그라운드가 티잉 구역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은 ‘재 티업’의 허용이다. 종전에는 공을 빗맞혀 그대로 티잉 그라운드 안에 있거나 공이 나무나 바위에 맞고 다시 티잉 그라운드 안으로 되돌아오더라도 있는 그대로 플레이를 해야 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공이 티잉 구역에 있을 경우에는 언제든지 벌타 없이 티 위에 공을 다시 올려 놓고 샷을 할 수 있다. 티를 꽂았던 지점을 옮겨도 무방하다. 

또 하나의 변화는 플레이 선 후방 캐디의 위치 제한이다. 올해까지만 하더라도 TV 중계를 통해 선수가 샷을 하기 전 캐디가 뒤에서 방향 설정(얼라인먼트)을 도와주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으나 2019년부터는 볼 수 없게 됐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 스스로 판단하고 샷을 해야 한다는 기본 정신에 입각해서다. 여기에 캐디들의 방향 설정 봐주기가 경기 시간을 지체한다는 지적도 개정 이유로 알려졌다.

이 조항은 티잉 구역 뿐만 아니라 페어웨이와 그린 등에서도 적용된다. 캐디가 단순히 선수 뒤에 서 있어도 2벌타를 받게 된다. 캐디들에게 방향 설정을 의존했던 선수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단, 퍼팅그린에서는 캐디가 플레이 선 후방에 위치했더라도 플레이어가 스탠스를 풀면 벌타를 면할 수 있다. 

아웃오브바운즈(OB) 구역으로 공이 나간 경우 이전에는 원지점에서 1벌타를 받은 후 다시 샷을 해야 했지만 이제는 로컬 룰 상으로 2벌타를 받은 후 공이 경계 구역 밖으로 나간 지점에서 플레이를 하면 된다. 다만 공식 경기에서는 권장하지 않는다.

드롭 높이는 기존 어깨에서 무릎으로 낮아졌다. 위반시 1벌타다. /KGA
🔺페어웨이(일반 구역)=가장 큰 변화는 ‘레디(Ready) 골프’다. 홀까지 남은 거리에 상관 없이 준비된 사람이 먼저 샷을 할 수 있다. 순서가 된 플레이어가 샷을 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0초로 권장된다. 분실구를 찾는 시간은 5분에서 3분으로 단축됐다. 

드롭 높이가 어깨에서 무릎 높이로 낮아진 점도 특징이다. 종전처럼 어깨 높이에서 드롭을 해선 안 된다. 위반시 1벌타다. 새로운 드롭 조항은 경사지 등에서의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라운드를 하다 동반자들끼리 ‘더블 히트(투 터치)’ 여부를 놓고 언쟁을 벌이는 일도 더 이상 없게 됐다. 종전에는 더블 히트를 할 경우 1벌타가 부과됐지만 이제는 벌이 없다. 

거리 측정기는 종전에는 ‘로컬 룰로 허용하는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에서 ‘로컬 룰로 금지하지 않는 한 사용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다만 거리를 측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2019년부터는 벙커에서도 낙엽이나 나뭇가지를 제거해도 무방하다. 실수로 클럽이 모래에 접촉하는 것도 벌타가 없다./KLPGA
🔺벙커=워터 해저드와 함께 해저드 구역으로 묶여 있다 벙커로 별도 분리됐다. 종전에는 벙커 내의 낙엽이나 나뭇가지 등의 루스 임페디먼트(고정돼 있지 않고, 생장하지 않는 자연물)를 건드릴 경우 2벌타를 받았지만 이제는 제거해도 무방하다. 또한 벙커 내에서 언플레이어블볼을 선언할 경우 1벌타 후 벙커 내에 드롭하거나 이전 샷을 했던 지점에서 다시 쳐야 했지만 이제는 2벌타를 받은 후 벙커 밖에 드롭할 수 있다.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

개정된 룰은 벙커 내의 모래에 클럽이 접촉해도 벌이 없게 했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클럽을 지팡이처럼 짚고 있어도 된다. 그러나 4가지의 금지 사항이 있다. 첫째, 여전히 모래의 성질이나 점도 등을 테스트하면 안 된다. 둘째, 공의 앞뒤 모래에 닿으면 안 된다. 셋째, 연습 스윙 중에 모래에 접촉해선 안 되고, 마지막으로 백스윙 중 모래에 닿아도 벌타를 받게 된다. 위반할 경우 2벌타다.

코스는 티잉 구역, 일반 구역, 벙커, 페털티 구역, 퍼팅그린으로 분류됐다. 해저드라는 용어가 없어졌다./KGA
🔺페널티 구역= 종전의 해저드가 ‘페널티 구역’으로 별도 분리됐다. 이전에는 물이 있는 구역만 워터 해저드로 설정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사막, 숲 등도 페널티 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다. 

페널티 구역에서는 일반 구역과 같은 조건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샷을 하기 전 지면이나 수면, 풀 등에 클럽이 닿아도 벌타가 없다는 뜻이다. 또한 공을 움직이지 않는다면 공 주변의 낙엽이나 나뭇가지 등 루스 임페디먼트를 치울 수 있다. 그러나 제거하다 공을 움직일 경우에는 1벌타를 받게 된다. 

🔺퍼팅그린=우선 깃대를 꽂은 채 퍼팅을 해도 된다. 역시 플레이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다. 개정된 룰에 따라 ‘필드의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는 "깃대 재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년부터는 일반적인 유리 섬유 깃대라면 꽂아 두고 퍼트할 것"이라고 했다. 공이 깃대에 맞고 홀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서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공의 일부분도 홀에 들어가지 않고, 깃대에 기대 있는 상황에서 깃대를 제거하면서 홀 안으로 공이 떨어진 경우 예전 규칙으로는 ‘홀 인’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개정된 규칙에서는 홀 가장자리에 공을 리플레이스한 후 홀아웃을 해야 한다. 홀아웃을 하지 않고, 다음 홀 티샷을 하게 되면 실격 처리된다. 그렇지만 공의 일부분이 홀에 들어간 상태였느냐 아니였느냐를 두고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실수’에 대해서는 관대해졌다. 마크를 하거나 어드레스를 취하는 과정에서 공을 우연히 움직였다면 벌타 없이 원래 있던 지점에 놓은 후 플레이를 하면 된다. 종전 룰에서는 마크 후 리플레이를 한 후 바람에 의해 공이 움직였다면 그대로 플레이를 하면 됐지만 이제는 원지점에 다시 옮긴 후 플레이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파3 홀에서 마크를 한 후 공을 다시 놨는데 바람이 불어 공이 홀에 들어갔다면 ‘홀인원’으로 인정이 됐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원지점에 공을 놓은 후 퍼팅을 해야 한다. 그린 위의 스파이크 자국을 비롯한 인공적인 손상을 수리할 수도 있다. 이전에는 볼이 떨어진 자국(피치 마크)만 수리할 수 있었다. 캐디가 깃대나 클럽으로 플레이 선 가리킬 때 그린에 접촉해도 무방하다. 

한국 주말골퍼들이 한 홀에서 양파(파의 2배) 이상의 스코어는 세지 않듯 한 홀에서의 최대 타수를 정해 놓을 수 있는 일명 ‘맥시멈 스코어’ 방식이 도입된 것도 개정된 룰의 특징이다. 그밖에 OB 말뚝을 제거한 경우 스트로크를 하기 전 그 말뚝을 원상복구하면 벌타를 면할 수 있다. 정상적인 라운드에서 손상된 클럽은 부적합 여부와 상관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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