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성의 피니시 자세는 낚시꾼이 낚시 대를 잡아채는 동작과 닮았다./KPGA민수용 |
26일 전화로 연결된 최호성(45)은 이날 미국 주요 골프 매체를 통해 자신의 우승 소식과 인생 스토리가 보도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전날 일본 고치현에서 열린 카시오 월드오픈에서 우승한 최호성은 시즌 최종전이 열리는 도쿄로 이동 중이었다.
지난 6월 한국오픈 때 ‘낚시꾼 스윙’으로 단박에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최호성이 5년여 만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우승을 거두자 그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골프닷컴은 "인터넷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최호성이 우승자 대열에 합류했다"며 "그는 올해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더라면 브리티시오픈에도 출전할 수 있었으나 아쉽게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소개했다. 골프채널은 "최호성의 독특한 스윙이 일본에서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했고, 골프다이제스트는 "메이저 대회에 초청해야 한다"까지 주장했다.
최호성이 카시오 월드오픈 우승 후 낚시꾼 스윙 자세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JGTO트위터 |
최호성은 애초 골프와 거리가 먼 인생이었다. 경북 포항의 바닷가에서 태어난 그는 수산고 재학 시절 냉동참치 해체 작업장에 실습을 나갔다 전기톱에 오른손 엄지 한 마디가 절단되는 사고를 겪었다. 배의 살을 떼어내 이식했지만 최호성은 "찬바람이 불면 여전히 시리다. 그 고통과 불편함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거친 바다와 살았던 그는 해병대나 UDT에서 복무를 하려고 했지만 손가락 때문에 ‘면제’를 받았다. 군대조차 갈수 없다는 사실에 그는 방황했다. 노가다(막노동) 판을 전전했는가 하면 강원도의 돌 캐는 광산에도 있었다. 슈퍼마켓 배달과 자판기 청소 일도 했다.
그의 인생이 바뀐 건 안양베네스트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다. 성실함을 인정받아 계약직으로 ‘신분 상승’을 한 뒤 골프장 측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려면 골프를 알아야 한다"며 일과 후 연습할 기회를 준 게 계기가 됐다.
그의 나이 25세 때인 1998년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골프잡지 등을 보며 독학으로 스윙을 익힌 그는 불과 1년3개월 만에 세미 프로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 후 골프 입문 10년 만인 2008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하나투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된 2012년에는 일본으로 시선을 돌렸다. 인생과 골프선수로서는 내리막 길에 접어들었을 때다. "당시 국내 대회가 많지 않았어요. 처자식은 먹여 살려야겠고, 할 줄 아는 건 골프밖에 없으니 생계를 위해 모험을 선택한 거죠."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한 그는 이듬해 일본과 원아시안 투어가 공동 주관한 인도네시아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피니시 자세에서 한 발을 들어올리고 클럽을 잡아채는 듯한 ‘낚시꾼 스윙’은 어느 한 순간 만들어진 건 아니다. 최호성은 "대략 3년 전부터 조금씩 변화를 거치면서 완성됐다"고 했다.
"저도 예쁘게 스윙을 하려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후배들과 경쟁하려면 어떻게든 거리를 더 내야 하거든요. 이게 저한테는 맞아요. 거리뿐 아니라 방향성에도 좋고요. 피니시 자세는 제가 원하는 구질에 따라서 그때그때 조금씩 달라요."
최호성은 현재 JGTO 상금랭킹 9위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높다. ‘프로에게는 절망을, 아마추어에게는 희망을 줬다’는 우스개까지 듣게 된 그는 이번 주 30명만 출전하는 닛폰시리즈 JT컵에도 나가게 됐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번 주에도 현장(대회장)에서는 최선을 다 할 겁니다. 어제 저녁요? 특별한 건 없었어요. 항상 같이 다니는 집사람하고, 매니저 가족과 스시 먹으면서 조촐하게 축하 자리를 가졌죠. 올해는 팬들로부터 큰 응원을 받으니 힘이 더 나긴 해요. "
20년 전 "내 인생에 언제 골프채를 잡아보겠냐"는 마음으로 골프에 입문했던 최호성은 올해 골프인생 최대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 그의 스윙처럼 쓰러질 듯하면서도 결코 쓰러지지 않고 버텨온 결과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가를 이룬 최호성선수에게 응원보냅니다.
답글삭제훌륭하십니다. ㅉㅉ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