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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여자프로골프 통산 4번째 상금왕 오른 안선주 인터뷰

골프를 안 했으면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요?

"예쁘게 꾸미기 좋아했을 것 같고, 공부했을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 정말 평범하게 살았을 것 같아요."

현역을 마치면 가장 하고 싶은 건?

"아이 낳아 예쁘게 잘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도 잘하는 현모양처요."
안선주는 부진을 빠져나와 다시 JLPGA 상금왕에 오른 비결로 남편을 들었다. 지난 7월 닛폰햄 레이디스 대회 우승 후 트로피를 들고 남편에게 안긴 안선주. /안선주 페이스북
안선주(31)는 최근 전화 통화에서 예전 안방 드라마 '현모양처' 주인공 같은 얘기들을 했다. 사실 안선주만큼 지독하게 사회 '선입견'에 시달리며 살아온 스포츠 선수도 드물다. 세상의 미움을 받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었던 솔직한 마음이 느껴졌다.

안선주는 지난 25일 리코컵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2010, 2011, 2014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상금왕에 올랐다. 그는 올 시즌 5승으로 자신이 보유 중인 JLPGA 한국 선수 최다승 기록을 28승으로 늘렸고, 일본투어 통산 다섯 번째로 상금 10억엔을 넘어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명예의 전당 가입 조건을 채운 그가 일본에서 2승을 더 거둬 30승을 채우면 JLPGA투어 영구 시드도 받을 수 있다.


올해 안선주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진들을 볼 때마다 깜짝 놀라곤 했다. '승부 근성으로 눈에서 불꽃이 튀던, 왕년의 그 안선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안선주는 이렇게 말했다.

"인상이 참 편안해졌다는 말 많이 들어요. 제가 원래 승부욕이 강한 편이에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어디 가서 지고 오지 마라'는 말을 참 많이 하셨어요. 지금도 승부 근성은 살아 있지만 많이 내려놓았어요. 잘 안 될 때도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저는 제 골프를 좋아하는 팬들을 보며 제 길을 가면 되고요."

그는 국내 '외모 지상주의'를 견디다 못해 2010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2006년 신지애와 함께 KLPGA 투어에 데뷔한 안선주는 7승을 거둔 정상급 선수로서 상상하기 힘든 푸대접을 받았다. 실력이 뛰어난데도 시청률이 잘 나오는 이른바 '방송용 조편성'에 빠지기 일쑤였다. 그를 대회 전 열리는 프로암에 빼달라는 이야기까지 나와 소속사가 '전원 보이콧하겠다'고 맞서기도 했다. 그는 한동안 메인스폰서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안선주는 2010년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겨울 3개월 동안 10㎏을 뺐다. 식사량을 4분의 1로 줄이고, 자정까지 체력 훈련을 했다. 안선주는 "일본 가면서 '이젠 완전히 달라지겠다. 조금 잘하는 것 갖곤 안 되고 정말 잘해야겠다'고 인생의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일본도 외모 중시 풍조가 있긴 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선수 대접은 각별했다. 그는 진출 첫해인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세 차례 상금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2015년 목디스크 증세가 생기면서 2016년 2승, 2017년 1승으로 부진했다. 백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했다고 한다.

"새벽마다 골프장에 나오면 '내가 뭘 위해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으로 우울증에 걸린 적도 있어요. 매일 저녁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또 울었죠."

안선주가 재기하는 데 사랑의 힘이 컸다. 남편 김성호씨가 스윙 코치 겸 캐디(부정기적)를 맡아 즐거운 골프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했다. 안선주는 "남편도 성격이 강한 편인데 모든 걸 다 참아주면서 늘 따뜻한 이야기 해주고 함께 장난을 쳐줬다"고 했다.

안선주는 내년 시즌까지는 최선을 다해 뛸 계획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20년 가깝게 치열한 전쟁터로 삼았던 필드를 잠시 떠나 '현모양처'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고 했다.

댓글 1개:

  1. 참으로 아름다운 두 젊은이, 착한 심성의 젊은 부부로 빛난다. 행복한 삶으로 주변에 행복바이러스를 퍼트리며 아름답게 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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