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안 했으면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요?
"예쁘게 꾸미기 좋아했을 것 같고, 공부했을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 정말 평범하게 살았을 것 같아요."
현역을 마치면 가장 하고 싶은 건?
"아이 낳아 예쁘게 잘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도 잘하는 현모양처요."
안선주는 부진을 빠져나와 다시 JLPGA 상금왕에 오른 비결로 남편을 들었다. 지난 7월 닛폰햄 레이디스 대회 우승 후 트로피를 들고 남편에게 안긴 안선주. /안선주 페이스북 |
안선주는 지난 25일 리코컵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2010, 2011, 2014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상금왕에 올랐다. 그는 올 시즌 5승으로 자신이 보유 중인 JLPGA 한국 선수 최다승 기록을 28승으로 늘렸고, 일본투어 통산 다섯 번째로 상금 10억엔을 넘어섰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명예의 전당 가입 조건을 채운 그가 일본에서 2승을 더 거둬 30승을 채우면 JLPGA투어 영구 시드도 받을 수 있다.
올해 안선주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진들을 볼 때마다 깜짝 놀라곤 했다. '승부 근성으로 눈에서 불꽃이 튀던, 왕년의 그 안선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안선주는 이렇게 말했다.
"인상이 참 편안해졌다는 말 많이 들어요. 제가 원래 승부욕이 강한 편이에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어디 가서 지고 오지 마라'는 말을 참 많이 하셨어요. 지금도 승부 근성은 살아 있지만 많이 내려놓았어요. 잘 안 될 때도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저는 제 골프를 좋아하는 팬들을 보며 제 길을 가면 되고요."
그는 국내 '외모 지상주의'를 견디다 못해 2010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2006년 신지애와 함께 KLPGA 투어에 데뷔한 안선주는 7승을 거둔 정상급 선수로서 상상하기 힘든 푸대접을 받았다. 실력이 뛰어난데도 시청률이 잘 나오는 이른바 '방송용 조편성'에 빠지기 일쑤였다. 그를 대회 전 열리는 프로암에 빼달라는 이야기까지 나와 소속사가 '전원 보이콧하겠다'고 맞서기도 했다. 그는 한동안 메인스폰서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안선주는 2010년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겨울 3개월 동안 10㎏을 뺐다. 식사량을 4분의 1로 줄이고, 자정까지 체력 훈련을 했다. 안선주는 "일본 가면서 '이젠 완전히 달라지겠다. 조금 잘하는 것 갖곤 안 되고 정말 잘해야겠다'고 인생의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일본도 외모 중시 풍조가 있긴 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선수 대접은 각별했다. 그는 진출 첫해인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세 차례 상금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2015년 목디스크 증세가 생기면서 2016년 2승, 2017년 1승으로 부진했다. 백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했다고 한다.
"새벽마다 골프장에 나오면 '내가 뭘 위해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으로 우울증에 걸린 적도 있어요. 매일 저녁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또 울었죠."
안선주가 재기하는 데 사랑의 힘이 컸다. 남편 김성호씨가 스윙 코치 겸 캐디(부정기적)를 맡아 즐거운 골프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했다. 안선주는 "남편도 성격이 강한 편인데 모든 걸 다 참아주면서 늘 따뜻한 이야기 해주고 함께 장난을 쳐줬다"고 했다.
안선주는 내년 시즌까지는 최선을 다해 뛸 계획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20년 가깝게 치열한 전쟁터로 삼았던 필드를 잠시 떠나 '현모양처'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고 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두 젊은이, 착한 심성의 젊은 부부로 빛난다. 행복한 삶으로 주변에 행복바이러스를 퍼트리며 아름답게 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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