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과 웃으며 경기하니 최고의 결과가 나오더라"
유소연과 함박웃음 - 전인지(오른쪽)와 유소연이 지난 4일 UL인터내셔널 크라운 1라운드 경기가 열린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1번홀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뉴시스 |
지난 2년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던 전인지(24)는 UL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정상에 오르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다른 선수들의 출전 양보로 대타로 출전했는데, 결승 만루 홈런을 친 셈이다. 반전의 계기를 만든 전인지는 11일 인천 스카이 72골프장 오션코스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도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전인지는 11일 오전 9시 45분 2014년 브리티시 여자 오픈 우승자인 모 마틴(미국), 메간 캉(미국)과 같은 조로 출발한다. 세계 랭킹 1위 박성현은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8위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한 조로 오전 10시 40분 출발한다.
스타로 발돋움하던 시기에 전인지는 골프 코스를 분석해 놓은 야디지북에 '신나게, 즐겁게, 몰입하기'라는 글을 주문처럼 써놓아 화제를 모았다. 2013년 한국여자오픈 첫 우승 당시 마지막 4홀 연속 버디로 대역전극을 펼쳤을 정도로 몰아치기에 능했다. 퍼팅 때는 샷 준비 동작을 하면서 공이 홀에 들어가는 이미지를 소름이 돋을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보는 '소름 퍼팅'을 했다. 몰입 골프의 위력은 대단했다. 2015년 한·미·일 메이저 대회를 동시에 우승하고, 2016년 에비앙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최다 언더파 기록(21언더파)을 세우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올해까지 단 한 번도 우승이 없다. 준우승만 여섯 차례 했다. 세상인심은 야박했다. 그가 한창 좋은 성적을 올리던 시기에는 잘 웃고,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칭찬하던 사람들이 그가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자 금세 승부 근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김인경(30)·유소연(28)·박성현(25) 등 개성 강한 선배들과 한 팀으로 국가 대항전을 치르면서 골프는 결국 웃으며 해야 한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경기가 열리기 전만 해도 워낙 캐릭터가 강한 선수들이 모였기 때문에 제대로 성적이 나오겠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언니들과 서로 웃고 어깨를 두드리며 경기를 하니 최고의 결과가 나오더라"고 했다. 김인경은 전인지에 대해 "늘 밝은 모습이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지내는 걸 잘 몰랐다"면서도 "팀 경기를 해보니 정말 괜찮은 막냇동생이었다"고 했다.
전인지의 별명 '플라잉 덤보'는 월트디즈니 만화 '덤보'에 나오는 호기심 많은 아기 코끼리다. 아기 코끼리 덤보는 친구인 쥐 티모시가 마법의 깃털을 코에 달아주며 "넌 할 수 있어"라고 하자 용기를 얻어 하늘을 날게 된다.
한번 흐름을 타면 신들린 듯 버디를 쏟아내던 전인지가 예전 모습을 되찾는다면 한국 여자 골프의 면모는 더 풍성해질 것이다. 전인지는 2014년 이 대회에서 준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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