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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골퍼 최경주입니다.
오늘은 퍼팅에 대해 말씀드릴텐데요. 제가 지난번에 드라이버의 중요성을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 퍼팅과 드라이버 중 뭐가 더 중요하냐고 묻습니다. 사실 둘 다 중요하죠. 드라이버는 게임의 시작이고, 퍼팅은 승부의 끝이니까요. 둘 중 하나라도 안 되면 스코어를 줄일 수 없겠죠.

골프에서 속된 말로 ‘구찌’라고 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말로 상대의 플레이를 방해하는 것인데 그린에서 가장 심하죠. 저도 웬만큼 멘털이 강하다고 자부하는데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이 ‘구찌’로 많이 당했습니다. 퍼팅을 하려고 하는데 동반자가 "네 아이 몇 살이냐" "마커는 제자리로 옮겼느냐" 등의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뻔히 알면서도 그래요. 그러면 그 질문에 대답하려다가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겁니다. 그래서 몇 개 시합을 망친 적도 있어요.

이후에는 퍼팅뿐만 아니라 모든 샷을 하기 전에는 아예 못 들은 척하는 나름의 요령이 생겼죠.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퍼팅은 ‘집중력의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평소 자기 리듬대로 스트로크를 할 수 없겠죠. 리듬이 깨지면 퍼팅에서 가장 중요한 스피드나 거리감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눈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목측(目測) 능력을 퍼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평소 연습 그린에서 그린스피드에 따라 스피드 감을 느껴보고, 눈으로 거리감을 익히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 ‘구찌’가 들어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만의 리듬대로 스트로크를 할 수 있습니다.

간혹 라운드를 나가기 전 자신감 상승을 위해 짧은 퍼팅을 연습하는 게 좋으냐 아니면 롱 퍼팅을 연습하는 게 효과적이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전 롱 퍼팅을 연습하라고 권합니다. 주말 골퍼들의 경우 첫 번째 퍼팅을 홀 가깝게 붙이는 게 중요해서죠. 첫 번째 퍼팅을 ‘OK’ 거리에 보내기만 하면 스코어를 줄이는 게 참 쉬워집니다.

같은 90타대 타수를 치더라도 2온3퍼팅이냐 3온1퍼팅이냐에 따라 골프 내용이나 수준은 확 달라집니다. 대개 3온1퍼팅을 하는 사람이 고수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2온을 한 후 3퍼팅을 하는 골퍼는 롱 퍼팅 능력, 즉 거리감만 익힌다면 어느 순간 80타 혹은 70타대까지도 발전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죠.

골프는 홀에 가까워질수록 어렵다고 합니다. 프로 골퍼도 1.5m 내외 거리에서 가장 긴장감이 많이 듭니다. 당연히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고 실수가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안 들어갔다고 해서 열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라인 읽기만 잘 하시면 됩니다. 짧은 퍼팅은 라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평소 리듬대로만 치면 들어가게 돼 있습니다. 특별한 훈련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침착함을 유지하는 게 관건입니다.

학창 시절 수학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제가 골프 통계는 좋아하는 편입니다. 전 세계에서 퍼팅을 잘 한다는 수많은 선수들을 조사한 통계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항상 공보다 손이 앞에 있는 겁니다. 볼 위치는 항상 배꼽보다 공 한두 개 정도 왼쪽, 그리고 그보다 공 반 개 내지 한 개 정도 왼쪽에 손이 있어요. 그러면 손목 꺾이는 현상이 없어집니다. 이거는 100% 맞습니다.

퍼터 길이도 중요합니다. 이것도 통계가 있는데요. 80% 넘는 선수들의 퍼팅 때 손 위치를 보니까 신체 아래 중요 부위 밑에 있다는 겁니다. 짧을수록 좋은 거죠. 작대기도 들고 가면 힘들지만 늘어뜨리고 가면 덜 힘든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실제로 팔을 편하게 늘어뜨려서 퍼터를 잡아야 확실히 큰 근육인 어깨를 이용해 퍼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스트로크의 방향성이 일정합니다. 반대로 손이 굽은 채로 퍼팅을 하게 되면 압박이 심한 순간 채가 돌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동양 사람의 경우 33인치 이상 길이의 퍼터를 쓰면 어렵다는 얘기를 해 주고 싶습니다.

제가 한 때 그립이 두꺼운 퍼터를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슈퍼 스트로크 그립이라고 하는데 오른손이 꺾이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금은 다시 과거에 썼던 보통 두께의 그립을 사용합니다. 두꺼운 걸 오래 쓰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옛날 버릇이 나와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바꾼 거죠. 여러분들도 퍼팅이 조금 안 될 때는 분위기를 한 번 바꿔볼 필요도 있을 겁니다. 오늘도 유익한 시간이 됐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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