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국가대표 임희정이 한화클래식 2라운드 도중 갤러리에게 인사하고 있다./KLPGA |
골프에서 1등과 2등은 하늘과 땅 차이다. 불과 1타 차이에도 명예와 상금이 크게 엇갈린다.
그러면 2등은 실패일까? 사상 최고의 골프 선수로 꼽히는 잭 니클라우스는 메이저 대회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가 거둔 18승에 주목한다. 하지만 니클라우스는 2등을 19번 했고, 3위도 9번이나 된다. 2등과 3등도 그 자체로 값어치가 있지만 그 경험을 통해 18승을 만들어 낸 것이다.
여자 골프 국가대표 임희정(18)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목표였던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함께 우울하게 귀국한 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세번째 메이저대회인 한화 클래식에 출전했다. 대표팀 박소영 코치가 용기를 불어 넣었다. "어쩔 수 없는 지나간 대회보다 지금 눈앞의 대회를 집중하고 즐기라."
임희정은 그렇게 하고 있다. 31일 강원도 춘천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임희정은 버디 6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여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이소영이 2위(7언더파), 오지현이 3위(6언더파)였다.
이 대회는 6757야드 전장에 깊은 러프로 무장했다. 전날 오전까지 내렸던 많은 비로 그린이 느려져 스코어가 잘 나오고 있긴 하지만 아마추어 여고생이 쟁쟁한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선두에 오른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
임희정도 "제 스코어가 왜 이렇게 잘 나오는지 놀랍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지난 27일 귀국한 임희정은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연습 라운드를 하면서 "이런 코스에서 어떻게 언더파를 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러프만 피하고 보자는 겸허한 공략에 퍼트가 잘 되면서 자신도 놀랄만한 결과를 빚어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쇼트게임과 퍼팅을 열심히 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임희정은 "아시안게임에서 목표로 했던 단체전 금메달을 따지 못해 사실 많이 우울했다. 이번 대회에서 아시안게임에서 했던 실수를 하지 말자는 다짐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임희정은 오는 10월 31일 KLPGA 정회원 테스트와 이후 시드전을 거쳐 내년 KLPGA투어에 도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마추어인 그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정회원 자격과 1년 시드가 주어져 내년부터 KLPGA 투어에서 뛸 수 있다. 프로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면 4년 시드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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