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18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는 모습. /디오픈홈페이지 |
몰리나리가 디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와(43)와 동반 라운드를 하게 됐을 때에도 그의 우승을 예상하는 이는 적었다. 하지만 “최대한 파를 많이 하겠다”고 나섰던 그는 이번 대회 처음으로 강풍이 분 커누스티에서 보기 없이 버디 2개를 막판에 잡아내는 인내심으로 디오픈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를 품에 안았다.
23일 영국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파71)에서 막을 내린 디오픈 최종 라운드.
몰리나리는 최종 라운드에서 2타를 줄이며 합계 8언더파 276타로 공동 2위 그룹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잰더 쇼플리(미국), 케빈 키스너(미국)를 2타 차이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5월 유럽투어 BMW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몰리나리는 유럽과 미국 PGA 투어 6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3회, 준우승 2회를 차지하는 초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볼스트라이킹이 뛰어나고 위기 상황에서도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는 노련한 플레이로 정상급 대열에 올랐다.
프란체스코 몰리나리는 한살 위 형인 에드와르도 몰리나리와 형제 골퍼로 이탈리아 골프를 이끌고 있다. 2004년 프로로 전향한 후 이 대회전까지 유럽투어 5승과 PGA투어 1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형제는 토리노에서 치과의사 아버지를 따라 각각 8살, 7살 때 골프채를 잡은 뒤 각종 대회를 석권했다.
몰리나리 형제는 2009년 골프월드컵에서 이탈리아에 첫 우승컵을 안겼고 2010년엔 라이더컵에도 나란히 출전하며 이탈리아 골프의 황금기를 열었다. 프란체스코 몰리나리는 2010년 세계 골프 1~4위가 모두 출전한 월드골프챔피언십 HSBC챔피언스에서 나흘 연속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디오픈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를 든 모습. /디오픈홈페이지 |
36번째 메이저대회 도전 끝에 정상에 오른 몰리나리는 PGA투어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에서 따내며 세계적인 스타 선수로 재도약했다.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의 인내심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사흘 동안 잠잠하던 커누스티에 최고 시속 39km의 강풍이 몰아치자 커누스티는 ‘악마의 링크스‘라는 별명답게 숨겨두었던 발톱을 드러냈다.
선수들 샷이 흔들리고 거리 계산이 맞지 않게 되면서 깊은 러프와 항아리 벙커가 위협적으로 돌변했다.
버디를 잡는 것보다 파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해졌다. 이렇게 게임의 법칙이 바뀌자 13개홀 연속 파 행진을 벌이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3타차 공동 4위로 출발한 몰리나리는 14번홀(파5)에서 처음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에 오른 데 이어 18번홀(파4)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2m 버디를 잡아냈다.
마치 빈틈 없는 수비로 때를 기다리다 상대에 치명상을 입히는 이탈리아 축구와도 닮은 전략이고 경기내용이었다. 이번 월드컵 본선에도 나가지 못했던 이탈리아 축구의 아쉬움을 풀어주는 이탈리아 스포츠의 쾌거이기도 했다.
먼저 경기를 끝내고 연습 그린에서 연장전에 대비하던 몰리나리는 2타차로 추격하던 잰더 쇼플리(미국)가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에 넣지 못하면서 우승이 확정되자 얼굴을 감싸 쥐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몰리나리는 “굉장한 일주일이었다. 내가 지금 여기 서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닐 때 항상 지지해준 가족 모두에게 감사하다. 이 코스는 정말 놀라웠고, R&A는 완벽하게 코스 세팅을 해줬다” 고 말했다.
지난 2일 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한 퀴큰론스 내셔널에서 71년만에 이탈리아에 PGA투어 우승컵을 안겼을때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타이거 우즈에게 우승 트로피를 받고 있는 모습. /디오픈 홈페이지 |
전날 공동 선두였던 지난해 우승자 조던 스피스(미국)는 5타를 잃고 공동 9위(4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안병훈은 공동 51위(4오버파), 강성훈과 김시우는 공동 67위(7오버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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