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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에서 굴러가는 공을 치다니.

그는 룰을 최대한 이용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신사적인 플레이로 유명했던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돌발행동이었다. 48번째 생일을 맞아 1번홀에서 팬들로부터 생일축하송까지 들었던 필 미켈슨(미국). 준우승을 6번 하며 우승문턱에 다가갔지만 번번이 한걸음이 모자랐던 US오픈에서 미켈슨이 역사에 남을 기행을 저질렀다.
필 미켈슨이 퍼팅한 공이 홀을 지나쳐 계속 굴러가자 달려가서 공을 치고 있다. /폭스스포츠 화면캡처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 시네콕힐스 골프장(파70)에서 열린 3라운드 13번홀(파4). 

퍼팅한 공이 홀을 지나친 뒤 멈추지 않고 더 속도를 내 움직이기 시작하자 필 미켈슨(미국)이 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움직이고 있는 공을 홀 쪽으로 다시 쳤다. 이후 미켈슨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공을 마크하고 집어 들었다. 이 모습을 본 현지 중계진도 깜짝 놀란 듯 “와우”를 연발했다. 미켈슨은 경기 후엔 태연하게 “룰을 이용한 것”이라고 했다.

파4인 이 홀에서 미켈슨은 티 샷을 잘 쳤다. 그러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고 말았다. 세 번째 샷은 반대편 그린 밖으로 굴러갔다. 겨우 4온에 성공한 미켈슨은 약 6m 거리의 보기 퍼트를 실패하면서 ‘대형사고’를 쳤다. 미켈슨 이후 2번의 퍼트와 2벌타까지 더해 이 홀에서 섹튜플 보기(6오버파)를 기록했다. 

미켈슨은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보기 6개와 섹튜플 보기를 합쳐 11오버파 81타를 쳤다. 중간 합계 17오버파를 기록해 공동 64위다. 선두 그룹(3오버파)과는 14타 차이여서 사실상 이번에도 우승은 물 건너갔다. 

통산 43승째를 기록한 미켈슨은 유독 US오픈과 우승의 인연을 맺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동안 US오픈에서만 6번의 준우승을 기록했다. 
미켈슨은 평소 매너 좋기로 유명한 터라 그의 행동은 더욱 화제가 됐다. ‘악동’ 존 댈리(미국)도 비슷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 그는 1999년 파인허스트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움직이던 공을 힘껏 때린 적이 있다. 

미켈슨의 행동은 ‘중대한 위반’으로 간주돼 자칫 실격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규칙 1-2는 “플레이어나 캐디는 볼의 위치 또는 그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했을 때 매치플레이에서는 그 홀의 패,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는 2벌타를 받는다. 여기에 더해 ‘중대한 위반’인 경우에는 위원회가 경기 실격의 벌을 줄 수 있다. 중대한 위반으로 판단할 수 있는 행위 중 하나가 플레이어 자신에게 현저한 이익을 얻게 한 경우다. 

US오픈 룰 위원회는 그러나 미켈슨의 행위가 ‘중대한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존 보든해머 USGA 경기위원장은 “미켈슨이 볼의 방향을 바꾸거나 멈춘 건 아니다. 그는 움직이는 볼을 플레이했다”며 “이런 행위는 룰 14-5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했다. 룰 14-5는 ‘공이 움직이는 동안 스트로크를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다. 이를 위반했을 경우 2벌타가 부과된다. 

미켈슨은 “룰을 최대한 이용했다. 2벌타를 받는 것도 알았다”면서 “결례를 할 의도는 없었지만 그렇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면 사과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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