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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박세리·박지은 등 나서

"골프장에 도착해 최경주 프로님과 함께 친다는 사실을 알고 기절할 뻔했어요."

골프 유망주 김민별(강원중 2)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박세리와 함께 코스를 돈 국가대표 권서연(대전여고 부설방통고 2)은 "박세리배 전국 초등학생 대회에서 두 번 우승한 적 있는데 이렇게 직접 배울 기회까지 갖게 됐다"며 설레는 표정이었다.
15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최경주(오른쪽에서 넷째)와 박세리(다섯째) 등 선배 골퍼들이 후배 유망주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남강호 기자

15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오픈(17일 개막)을 앞두고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하늘코스에서 열린 '재능 나눔 행복 라운드'. 국가대표와 주니어 유망주 45명이 한국 골프의 대선배들로부터 18홀 필드 레슨을 받는 기회가 주어졌다. 남자 골퍼는 최경주와 박남신·강욱순·허석호·김형태·김형성·박상현·김승혁·이상희 등이 어린 후배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여자는 박세리와 한희원·박지은·김영·김주연·이미나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주름잡던 선수들이 나섰다.

현역과 은퇴 선수, 더구나 남녀 선수들이 한자리에서 후배들을 위한 필드 레슨을 하는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다. 박지은은 "주니어 시절 미국 유학할 때 LPGA 투어 스타 벳시 킹과 골프 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며 의욕을 보였다.

한국 골프가 요즘 같은 위상을 갖게 된 것은 20년 정도밖에 안 된다.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발휘하며 우승하고, 최경주가 2000년 한국 선수로는 처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하면서 빠르게 글로벌 무대로 진입했다.

주최 측은 "세계 최고 골프 인재를 계속 키워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을 맞아 후배들은 대선배들에게 카네이션과 케이크를 선물했다. 골프 고수들은 필드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터득한 '족집게 레슨'으로 보답했다.

최경주는 기본 중의 기본인 그립을 강조했다. 임팩트 소리만 듣고도 그립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시범을 보이며 지도했다. 평소 350야드 가까운 장타를 치지만 들쭉날쭉한 플레이가 고민이었다는 국가대표 장승보(한체대 4)는 "양손의 힘을 균등하게 잡는 그립을 배우니 왼쪽으로 실수 나던 습관을 고칠 수 있을 것 같다"며 감탄했다.

박세리는 손 부상으로 경기하지 못하면서도 18홀 내내 입이 아프도록 레슨을 했다. 성준민(군산제일고 1)은 "전설적인 선배에게 받은 레슨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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