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이후 출전 선수 매년 줄어… OB 안 내는 정확성 위주 플레이
장타와 섬세함 함께 필요한 마스터스 코스에선 통하지 않아
"지난해엔 컷 탈락했지만 올해는 어떻게 해야 오거스타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지 알게 됐어요.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
지난해 처음 출전한 마스터스에서 12오버파로 컷 탈락했던 김시우(23)는 올해는 3·4라운드 연속 언더파 스코어로 공동 24위(1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선수들과 인터뷰하는 클럽하우스 인근에서는 1번홀 옆 대형 스코어보드가 보인다. 여기에는 출전 선수들의 국기가 게양된다. 올해는 23개국에서 87명이 출전했다. 태극기도 펄럭였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번홀 옆 스코어보드 위엔 출전 선수들의 국기가 게양된다. 태극기는 지난 수년간 꾸준히 이곳을 지켰지만, 올해는 김시우(23)가 유일한 한국 선수였다. /AP 연합뉴스 |
한국은 최근 십여년간 최경주와 양용은이 꾸준하게 출전하고, 김경태·배상문·노승열·안병훈 등도 마스터스에 도전했다. 올해는 김시우가 유일하게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마스터스에 참가하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세계 랭킹 50위 이내에 들거나, PGA투어에서 우승해야 한다. 김시우는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2020년까지 3년간 마스터스 출전권을 얻었다. 마스터스에서 가장 우승에 근접했던 선수는 2004년 3위에 오른 최경주였다. 그는 당시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이 한국의 오랜 산악 지형 골프장과 비슷해 상대적으로 한국 선수에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경주가 2011년 톱10에 올랐던 것을 끝으로 한국은 들러리 신세가 됐다.
세계 골프계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크다. 마스터스 우승 경쟁을 벌인 선수를 보면 320야드를 넘는 장타에 정교한 세기(細技)까지 갖췄다. 특히 올해엔 오거스타의 4개 파5홀에서 스코어를 많이 못 줄이면 경쟁력이 없었다. 13번(510야드)과 15번(530야드)홀에선 6~8번 아이언으로 투온 시킨 다음 버디나 이글을 노리는 비율이 점점 커졌다.
김시우도 고교 시절 미국 PGA투어에 진출해 미국 무대에서 경쟁하며 실력을 키웠다. 그는 "미국 2부 투어만 해도 정말 멀리 치면서도 그린 주변의 섬세함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 선수가 수두룩하다"고 했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OB 내지 않고 정확성을 위주로 매 대회 꾸준히 성적을 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을 엘리트 코스로 삼는다.
미국에서 전화 연결이 된 최경주는 "주니어 시절에 성적에만 치중하다 보면 장타 능력을 기를 기회를 놓치고,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기본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그렇게 해선 마스터스 같은 세계 최고 무대에서 경쟁할 선수를 키워낼 수 없다. 선수 육성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세계 수준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올해 마스터스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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