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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스펀이 2025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아이언 샷을 하는 장면. /AP 연합뉴스


두 개의 스프링클러 헤드가 나란히 있는 모습.


지난 3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대 상금이 걸린 ’2025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500만달러, 우승상금 450만달러)‘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JJ 스펀(미국)이 일몰 순연으로 하루 늦게 치러진 3홀 연장에서 매킬로이의 승리로 끝났다. 매킬로이는 우승상금 450만달러, 스펀은 2등 상금 272만5000달러를 받았다. 2타 차로 연장에 합류하지 못한 공동 3위 톰 호기, 루카스 글로버, 악샤이 바티아(이상 미국)에게는 상금 132만5000달러 씩 돌아갔다.


스펀은 이 대회에서 골프 선수로서 골프 규칙을 잘 활용했다는 베테랑 필 미켈슨(미국)의 칭찬을 들었다. 하지만 골프 규칙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해 골프의 공정한 정신을 훼손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스펀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4라운드 9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페어웨이 오른 쪽 러프 속으로 보냈다. 그 볼을 치려고 보니 스프링클러 헤드를 밟고 서게 됐다. 스프링클러 헤드가 스탠스에 방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벌타없이 구제를 받으려고 러프 속에 설정한 구제구역(홀에 가깝지않게 한 클럽길이로 측정하여 설정한 구역)을 살펴보니 다른 스프링클러 헤드가 있었다. 스펀은 현장의 레프리에게 그 스프링클러 헤드 위에 볼을 드롭해서 한 번 더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물론 레프리는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명백하게 규칙에서 허용되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스펀은 한 번 더 구제를 받아 볼을 페어웨이 쪽에 드롭할 수 있었다. 그리고 스펀은 그 홀에서 버디를 잡았다.


규칙은 러프와 페어웨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둘 다 일반구역일 뿐이다.


이미 정답은 밝혀졌지만 이 상황을 압축하는 질문을 던져보자. 두 개의 스프링클러 헤드가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있다. 한 개의 스프링클러 헤드로부터 구제를 받은 후에 다른 스프링클러 헤드가 스탠스에 걸린다면 한 번 더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


국내의 대표적 골프 규칙 전문가인 최진하 박사(전 KLPGA투어 경기위원장)는 이렇게 설명했다. “드롭된 볼이 정지하면 새로운 상황이 시작된다. 새로운 상황에서 다른 스프링클러 헤드가 방해가 된다면 한 번 더 벌타없는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스프링클러 헤드로부터 벌타없이 구제를 받는 근거는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이기 때문이다.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은 비정상적인 코스상태로 규정되어 그 방해로부터 벌타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규칙16.1 참조).”


그럼 스프링클러 헤드로부터 어떤 방해가 있을 때 벌타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


스프링클러 헤드로부터 벌타없는 구제가 가능한 방해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1) 볼이 스프링클러 헤드에 닿아 있거나 그 안이나 위에 있는 경우 (2) 스프링클러 헤드가 플레이어의 의도된 스탠스 구역에 물리적으로 방해가 되는 경우 (3) 스프링클러 헤드가 플레이어의 의도된 스윙구역에 물리적으로 방해가 되는 경우 등이다. 또 플레이어의 볼이 퍼팅그린에 있을 경우에 한하여 퍼팅그린 안팎의 스프링클러 헤드가 플레이 선 상에 걸리는 경우에도 벌타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물리적인 방해가 되는 경우란 어떤 의미일까? 물리적으로 접촉이 되는 직접적인 방해가 존재해야 된다는 뜻이다. 스프링클러 헤드가 조금 떨어져 있어서 시야에만 걸리는 경우는 물리적으로는 방해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벌타없는 구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스펀은 레프리에게 구제구역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스크링클러 헤드에 공을 드롭해 다시 또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레프리가 조언(어드바이스)을 제공한 것은 아닐까?


최진하 박사의 설명이다. “레프리가 이 상황에서 특정한 선택 사항을 권고할 수는 없다, 그러나 레프리가 규칙에서 허용되는 채택 가능한 모든 사항을 설명해주는 행동은 어드바이스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레프리에게 재정을 요청할 때 포괄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현명한 요령이다. 예를 들어 볼을 플레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레프리에게 측면 구제에 대해서만 묻는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3가지 방법이 있음)을 모두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스펀의 ‘이중 구제(double relief)’는 골프계에 논쟁을 일으켰다. 미켈슨 “스펀은 골프 규칙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며 “골프 규칙은 우리를 돕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미국의 전문 잡지가 스펀의 행동을 두고 여론 조사를 하자 “스폰의 행동은 게임의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란 응답이 59%나 나왔다. 규칙에 허용되는 행동이었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나머지 8%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결과적으로 절반이 넘는 골프 팬들은 스펀의 행동이 도덕적이지 않다고 비판한 셈이다.


이 상황에서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R&A는 결과적으로 스펀의 손을 들어주었다. R&A는 투어에서 벌어지는 상황으로 스펀의 사례를 소개하며, 하나의 스프링클러 헤드로부터 완전한 구제를 받은 후에 두 번째 스프링클러 헤드 방해(새로운 상황임)로부터 구제를 받는 경우가 유리할 때도 있고, 불리할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구제를 받는 것보다 볼을 놓인 그대로 치는 것이 더 나은 상황도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이와 함께 R&A는 스펀의 경우처럼 규칙을 알고 규칙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에 유의한다면 한 타나 두 타를 줄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스펀의 이 스프링클러 이중규제는 상금으로 계산하면 얼마의 가치가 있었을까?


스펀은 단독 2위로 272만50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파를 했다면 단독 2위로 차이가 없다. 하지만 깊은 러프여서 자칫 보기를 했다면 공동 2위(4명 동타)가 되어 167만5000달러의 상금을 받았을 것이다. 단독 2위 상금과는 105만 달러나 차이가 난다. 연장전에서 우승했다면 450만 달러의 상금과 함께 PGA 투어 5년 시드권을 받았을 것이다.


최 박사는 스펀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이렇게 강조했다.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 수리지나 일시적으로 고인 물 방해로부터 벌타없는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볼을 그대로 치는 것과 구제를 받고 치는 것 중에서 더 유리한 것이 무엇인지는 비교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된다. 유리할 경우에만 벌타없는 구제를 선택한다. 구제를 받을 때는 이중 구제(double relief)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인지도 살펴보는 신중함을 가져야 한다. 스펀의 경우처럼 행운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을 테니까. 무엇보다도 규칙을 유리하도록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규칙을 알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 규칙은 골퍼를 돕기 위해 존재한다. 규칙을 알게 되면, 규칙은 우리를 돕는 친구가 될 수 있다.”


<편집자 주>


국내 골프 규칙의 대표적 전문가인 최진하 박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경기위원장을 지냈다. 용인대 대학원에서 ‘골프 규칙의 진화 과정에 관한 연구–형평성 이념(equity)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 R&A와 미국 USGA(미국골프협회)의 레프리 스쿨을 모두 이수하고 두 기관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최진하 박사와의 골프 피크닉’이란 이름의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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