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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현은 “인생도 골프도 눈 앞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photo KLPGA


올해 3승을 거둔 배소현(31)은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 출신으로 실내연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배원용씨에게 골프를 배웠다. 아버지가 국가대표 골프 코치라면 ‘얼마나 잘 배웠을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숨막혀서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이시우 코치는 배소현이 처음 배우러 온 2018년을 이렇게 기억했다. “아버지가 국가대표 상비군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분이라면 이런저런 주문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골프 스윙과 관련해서 단 한마디도 안 하시고 잘 부탁한다고 정중하게 인사하고 떠나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무렵 배소현의 아버지는 투병을 시작했다. 당시 24세였던 배소현은 2017년 KLPGA 1부 투어 데뷔에 성공했지만 2019년 2부 투어로 내려갔다. 1년 6개월 뇌종양 투병을 하던 아버지는 안타깝게 그해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딸이 골프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선택은 딸에게 맡겼다. “아버지가 오며 가며 가르쳐주셔서 샷을 할 줄은 알았지만 제대로 연습을 해보진 않았다. 너무 일찍부터 골프를 강요하면 질려 할까 봐 어릴 땐 골프 방송을 틀어 놓고 가끔 연습도 시키면서 꾸준히 골프에 노출만 시켜주셨다. 어른 골프채를 직접 짧게 잘라서 그립을 끼워 만들어 주신 적도 있었다. 골프보다 다른 운동을 더 좋아해서 태권도와 육상 선수로도 활약했다. 중3 때 부모님도 원하시고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골프선수로 진로를 정했다.”


고교 진학 대신 검정고시를 택했고, 코치인 아버지와 아침부터 밤까지 연습에 매달리는 생활을 시작했다. 주니어·아마추어 골프대회 경험이 전혀 없었던 배소현은 2011년 프로테스트(준회원 실기평가 본선)에서 처음 골프대회에 출전했다. 그해 10월 점프(3부)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배소현은 2016년까지 2·3부 투어를 뛰었다. “프로 되고 나서 잘하면 된다는 아버지 말씀을 믿었다”고 한다.


배소현의 아버지는 아마추어 때 대학선수권 우승을 할 정도로 실력 있던 선수였다. 하지만 이후 체격 조건도 따라주지 않고 잘 치는 선수들과 격차가 커지면서 프로 무대 진출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딸의 인생관도 바뀌었다. “나중이란 게 없을 수도 있으니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아버지가 아프셨을 때 딸이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연습에 더 매달렸다. 안 되면 더 힘들어했다. 돌아가시고 나니까 인생의 우선순위를 다시 매기게 됐다. 지금은 엄마랑 맛있는 음식 찾아서 먹고 재밌는 일 찾아다니고, 함께하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보내려고 한다.”


배소현은 이시우 코치, 그리고 함께 배우는 선수들을 보며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코치님은 내가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다음 단계를 제시하면서 성장을 도와주셨다. 함께 배우던 고진영, 박현경 같은 선수들을 가까이서 관찰하면서 나름대로 분석하고 궁금한 걸 물어보았다. 잘하는 선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자란 부분이 뭔지, 어떤 부분에 집중해서 어떻게 훈련할 것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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