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 건물 라이프 영관 10·11층에 자리 잡은 영화관 CGV 송파. 여느 영화관과 다르지 않아 보였지만 ‘디 어프로치(THE APPROACH)’라고 적힌 곳 문을 열자 생각하지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1·2층을 탁 틔워 시원한 공간에 밝은 조명 시설,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지난해 2월 이전만 해도 263석을 갖춘 영화관이었는데 이젠 신개념 골프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프로 골퍼 지망생 신승원(19)씨는 이곳을 찾아 드라이버 피팅(fitting)을 받고 있었다. 피팅은 골퍼 신체 조건과 스윙 스타일에 따라 골프 클럽을 맞추는 작업. 신씨가 드라이버를 날리자 웅장한 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
이곳은 8m 층고에 너비 14m, 높이 6m(약 600인치) 화면을 갖춘 대형 스크린 골프장. 스크린 골프장 최소 설치 규격인 높이 2.8m보다 2배 이상 크다. 타석에서 화면까지 거리는 23m. 공이 날아가다 화면 속 골프장으로 이어지는 생동감이 느껴졌다. 신씨는 “타구음도 더 명확히 들리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피팅을 받을 수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드라이버부터 우드, 하이브리드, 아이언, 웨지, 퍼터까지 시타가 가능하도록 갖춰 놓았다. 지난 5월부터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협업 시스템을 갖추고 평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피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동시에 두 명이 함께 스윙을 할 수 있고, 골프 스크린을 절반씩 나누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CGV 공간 사업팀 주형태씨는 “밝은 조명에서도 스크린 영상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하는 기술과 벙커 샷을 해도 먼지가 날리지 않는 공기 조절 시스템 등은 영화관에 특화된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GV는 영화 관객이 감소 추세를 보이자 상영관을 개조해 클라이밍 짐, 만화 카페, 체감형 게임장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CGV송파는 원래 8관 1481석 규모였는데 기존 10~11층에 걸쳐 있던 8관과 11층 유휴 시설을 활용해 지난해 2월부터 쇼트게임 골프 연습장 디 어프로치를 개장했다. 주말 쇼트게임 연습장 사용 땐 50분 기준 3만원을 받고 있다. 동시에 최대 4인까지 이용 가능하다. CGV와 타이틀리스트는 방문자들 반응이 예상보다 좋자 이런 대형 스크린 골프 공간을 더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 타이거 우즈가 주도하는 스크린 골프 리그 TGL이 전 세계 스크린 골프 산업에 또 다른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 영화 산업에 골프를 접목한 이런 모델도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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