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우승은 없지만 갖가지 진기록을 세운 선수가 있다. 옥태훈(26)이다.
옥태훈은 7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파71·7078야드)에서 막을 올린 K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에 도전한다. 이 대회는 제네시스 포인트에 따라 상위 68명이 출전하는데 옥태훈은 우승이 없는데도 제네시스 포인트 7위에 올랐다. 이 대회는 ‘컷오프’ 없이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로 우승자를 가린다. 우승상금은 2억2000만원이다.
옥태훈은 2013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했고, 2018년 KPGA투어에 데뷔했다. 아시안 투어인 2022년 인터내셔널 시리즈 코리아에서 프로 1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아직 KPGA투어 우승은 없다.
투어 7년차인 옥태훈은 올해 최다 홀인원의 사나이에 등극했다. 그는 10월 13일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 파인·레이크코스(파71)에서 열린 KPGA 투어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 오픈(총상금 10억원) 마지막 날 홀인원을 기록해 6000만원 상당의 ‘벤츠 C200 아방가르드’ 차량을 받았다. 13번 홀(파3)에서 5번 아이언으로 친 티샷이 208야드 거리의 홀로 빨려 들어갔다.
지난 7월 KPGA 투어 군산CC 오픈 1라운드 17번 홀에서 홀인원을 한 데 이어 이번 시즌 두 번째 홀인원을 기록했다. 개인 통산 다섯 번째 홀인원으로 KPGA 통산 최다 기록이다. 김태훈(39)과 황재민(38)이 네 번의 홀인원으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옥태훈은 지난 9월 15일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CC(파72)에서 열린 KPGA투어 골프존-도레이 오픈(총상금 10억 원)에서는 KPGA투어 9홀 최저타 기록을 갈아 치웠다. 마지막 날 4라운드 전반 9홀에서 보기 없이 이글 2개와 버디 5개를 잡아 9언더파 27타를 쳤다. 9언더파 27타는 KPGA투어 9홀 최저타를 1타 경신한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8언더파로 지난 2001년 매경오픈 1라운드 인코스에서 최광수가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주 끝난 신한동해오픈 마지막 날 아웃코스에서 트래비스 스마이스(호주)까지 총 7명이 있다.
옥태훈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옥태훈 골프는 어떤 골프인가?
“제가 공격적으로 치는 선수로 아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저는 안전 위주로 경기한다. 티샷을 하고 난 뒤 홀을 공략하는 두 번째 샷을 할 때 무조건 핀을 보고 쏘는 무리한 공략을 하지 않는다. 8~10m 거리의 퍼팅이 강점이다. 파5홀에서 3온을 시도하면서도 이글이나 버디를 잡을 수 있는 게 골프라고 생각한다.”
-퍼팅에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연습 그린에서 평범한 퍼팅 라인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이 휘는(브레이크가 많이 있는) 곳에서 연습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도하시는 김종필 프로님이 그런 어려운 퍼팅과 까다로운 쇼트게임 연습을 강조하신다.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효과가 있다. 30~80m 사이의 쇼트 게임은 홀에 집어넣겠다는 생각으로 하도록 훈련받았다. 퍼팅과 쇼트게임이 좋아지면 훨씬 다양한 골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어머니가 늘 코스에 나오신다.
“어머니의 인생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늘 자식 걱정을 많이 하신다. 아들이 골프 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시니 한 라운드에 9홀, 많으면 12홀만 보기로 하셨다. 부동산일 하시던 아버지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돌아가셨다. 어릴 때 기억으로 어디에 가더라도 인정받고 멋진 분이셨다. 원래 소심한 성격인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는 기죽지 않으려고 어디를 가더라도 장난기 있게 행동했다. 성격을 바꾸었지만, 여전히 눈물도 많고 감정적이다.”
-골프는 어떻게 하게 됐나.
“초등학교 때 육상을 하기 시작했다. 단거리 선수였다.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어머니께서는 처음엔 방송 관련 일을 하기를 바라셨다. 스피치 능력을 키운다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을 보시고는 골프를 권하셨다. 시간이 갈수록 골프라는 운동이 장점이 많은 스포츠라는 걸 알게 된다. 내가 골프를 안 하고 일반 학생으로 성장했다면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을 분들을 만나고 좋은 말씀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홀인원도 하고, 9홀 최저타도 쳤다. 우승은 없지만 매 대회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김종필 코치님과 염동훈 코치님에게 다양한 샷과 골프에 대한 원리를 배우면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지금 바라는 부분은 드라이버 비거리를 10~15m 더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제 골프의 가능성이 더 커질 것 같다. 장유빈, 김민규 두 선수는 확실히 멀리 친다. 원래 드로 구질로 장타를 치다, 정확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페이드 구질로 바꾸었다. 페이드 구질로 비거리를 더 내고 싶다. 그래서 운동을 열심히 한다. 필라테스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함께하고 있다.”
-2022년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아시안 투어 강호들이 모인 대회였는데 인상적인 우승이었다.
“그 우승으로 한국 투어와 아시안투어를 병행할 수 있게 돼 골프의 눈이 넓어졌다. 다양한 국가의 선수들이 모이는 아시안 투어에는 아주 멀리 치는 선수, 쇼트 게임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선수 등 특징이 뚜렷한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스윙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골프에는 정답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PGA 같은 큰 무대를 꿈꿀 것이다.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멘탈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골프는 감정적이면 안 되는 운동이다. 나는 표정에서 드러난다. 친구인 임성재가 표정관리를 가장 잘한다. 멘탈이 강한 것이다. 우선 KPGA투어에서 우승을 쌓아 나가고 그걸 바탕으로 해외 무대에 도전해가고 싶다.”
-어떤 골퍼가 되고 싶나?
“문경준 프로처럼 멋진 골퍼가 되고 싶다. 나이와 관계없이 늘 똑같은 운동을 하고 루틴을 지킨다. 그 꾸준함이 정말 멋있다. 어떤 운동이든 1등이 중요하지만 롱런을 하고 싶은 게 목표다. 노력도 보이고 실력도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골프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즐겁게 하고 싶다. 제 인생도 문경준 프로처럼 밝고 후배 선수들에게도 인정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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