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가 똑바로 가는 것 말고는 없는 선수인데 장유빈 같은 선수와 이틀 동안 함께하면서 우승해 정말 기쁘다.”
2010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데뷔한 이대한(34)이 시즌 최종전인 KPGA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11억원)에서 데뷔 15년, 통산 134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이뤘다.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 동·남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비가 내리는 가운데 KPGA 투어 장타 순위 107위(277.66야드)인 이대한이 PGA투어 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장타 1위(311.35야드) 장유빈을 꺾었다. 드라이브 샷의 정확성을 뜻하는 페어웨이 안착률 3위인 이대한은 이날 92.86%의 정확성을 보였다.
3라운드까지 장유빈과 공동 선두였던 이대한은 버디 6개, 보기 1개로 5타를 줄이며 18언더파 266타를 기록해 3타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2타를 줄인 장유빈과 4타를 줄인 송민혁이 나란히 공동 2위(15언더파)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한 번도 상금 순위 50위 이내에 들지 못했던 이대한은 이날 우승 상금 2억2000만원을 받아 상금 순위 9위(4억2433만원)로 시즌을 마치는 기염을 토했다. 이대한은 “가족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돼 행복하다”며 웃었다. 이어 “나는 비거리가 많이 나는 장타자도 아니고 평범한 선수”라며 “열심히 노력하지만, 빛을 보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내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나 같은 선수도 우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 나를 보고 용기를 내길 바란다”고 했다.
이대한은 2010년 KPGA 투어에 데뷔했지만, 이듬해 일본 투어로 건너갔으나 성적이 부진해 중국 투어 등을 전전했다. 2018년 KPGA 투어에 재입성해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KPGA 투어에서 한 번도 상금 순위 50위 이내에 진입하지 못했다. 최고 순위는 지난 6월 KPGA 선수권대회에서 거둔 공동 2위였다. 이대한은 이날 캐디백을 멘 아버지에게 공을 돌렸다. “KPGA 선수권에서도 아버지가 백을 메셨다”며 “언젠가는 꼭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며 격려해준 부모님과 아내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대한의 아버지 이찬식(61)씨가 손녀딸을 안고 웃는 듯 우는 듯 가슴 뭉클한 표정으로 아들의 시상 무대를 지켜보자 많은 선수가 몰려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3라운드에서 홀인원을 앞세워 공동 선두로 올라선 이대한은 이날 장유빈이 15번 홀(파4)에서 세컨샷을 페널티 구역에 보내고 더블보기를 범하는 틈을 타 1타차 선두로 올라섰다. 이대한은 자신감 넘치는 경기로 선두 자리를 지켰다. 장유빈이 16(파3), 17번(파4)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자, 이대한도 연속 버디로 맞불을 놓았다. 장유빈이 18번 홀(파4) 티샷 OB(아웃 오브 바운즈)로 더블보기를 하면서 이대한은 여유 있게 3타차 우승을 거뒀다. 송민혁은 지난주 공동 4위에 이어 최종전에서 올해 최고 성적인 공동 2위에 오르며 김백준을 제치고 신인상을 차지했다.
장유빈은 시즌 최종전 정상을 내줬지만 제네시스 대상, 상금왕(11억2904만원), 평균타수상(69.40타), 장타상, 톱10 피니시 1위(11회)를 차지하며 5관왕에 올랐다. KPGA 투어 사상 처음으로 5개 부문을 석권한 장유빈은 “‘제네시스 대상’ 하나만 바라보고 왔는데 그 목표를 이뤄낸 내게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다음 달 PGA투어 Q스쿨에 응시하는데 떨어진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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