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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빈(오른쪽)이 10월 13일 KPGA투어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 연장에서 6m 버디 퍼트에 성공해 우승하고 나서 캐디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KPGA

도대체 어떤 성격이기에 역전패하고 바로 다음 대회에서 우승하는가.


“성격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긴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나름 승부욕이 강해 다음 대회에서 잘하자는 마음을 먹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한다.”


‘리틀 타이거’란 별명이 따를 정도로 타이거 우즈를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다. 우즈처럼 트러블 샷을 잘하는데 한편으론 왜 어려운 상황을 자주 만드는가. 우즈는 앞선 상황에서는 지키는 골프를 정말 잘한다. 경기 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없는지.


“아마추어 시절부터 나를 담당하는 매니지먼트 회사 부장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제 프로 무대에 왔으니, 무조건 공격적인 골프보다는 매 대회 코스에 맞는 전략도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하면 내가 골프를 치는 이유가 없어진다’라고 답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장에서 우승한 다음 날 그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다. 참 독특한 성격이다. 장유빈(22·신한금융그룹)은 10월 13일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CC(파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네 개, 보기 한 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장유빈은 동갑내기인 영국 유학파 출신 장희민(22)과 공동 선두로 연장에 들어갔다. 18번 홀(파4) 1차 연장에서 6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파를 기록한 장희민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그 일주일 전인 10월 6일 장유빈은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 마지막 홀에서는 페널티 구역 물에 빠진 볼을 쳐내는 ‘물샷’까지 선보이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보였지만 이수민에게 역전패했었다. 그는 우승 상금 2억원을 보태면서 KPGA투어 최초로 한 시즌 상금 10억원을 돌파했다. 그는 KPGA투어의 주요 부문 1위를 달린다. 10월 16일 기준으로 상금 순위 1위(10억449만원), 제네시스 포인트 1위(6978.64점), 평균 타수 1위(69.48타)다. 여기에 장타 1위(313.73야드), 평균 버디 수 1위(4.38개)도 갖고 있다. 


33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에 섬세한 쇼트 게임까지


장유빈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33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에 섬세한 쇼트 게임까지 진가를 드러내며 PGA급 경기를 보여준다. 우승을 향해 돌격하는 직진 골프로 팬을 열광시키는 승부사이기도 하다. 장유빈은 부산오픈 우승 소감으로 “지난 6월 연장전 패배가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연장전에서 스타성을 보여 줄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지난여름은 프로 데뷔 2년째인 그에게 골프 경력의 최대 위기였다. 장유빈은 6월 30일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 최종일 5타 차를 따라잡은 허인회에게 연장전에 끌려들어가 역전패해 눈물을 펑펑 쏟았다. 특히 정규 라운드 18번 홀에서 50㎝ 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진 짧은 파퍼트를 놓친 게 결정타가 됐다. 오죽하면 연관 검색어로 장유빈을 입력하면 허인회가 뜰 정도였다. 그런데 한 주 쉬고 열린 다음 대회인 7월 14일 군산CC 오픈에서 장유빈은 정한밀을 2타 차이로 꺾고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프로 데뷔 첫 승이자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이 대회 2연패에 성공한 선수는 장유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3타 차 선두로 나갔다가 8번 홀까지 3타를 잃어 지난번 상처가 재현되는가 싶었는데 9번 홀(파5·596야드) 이글을 계기로 극적 반전에 성공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로 ‘회복 탄력성’을 꼽는다. 그만큼 많은 굴곡을 거쳐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인 심리적 회복 탄력성(psychological resilience)은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용수철처럼 꿋꿋하게 튀어 오르는 능력’을 뜻한다. 골프로 비유하면 한 홀에서 실수해도 다음 홀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로 빨리 돌아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패해도 용수철처럼 다시 튀어 오르는, 이런 마음의 맷집이 없다면 100명 안팎이 출전해서 1명만 우승하는 골프에서 성공할 수 없다. 장유빈은 “내가 원래 잘 잊는다. 금붕어 같다고 하는 친구도 있다. 그 덕분에 예전 일에 영향을 덜 받는 것 같긴 하다”며 웃었다. 


장유빈은 33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에 수준 높은 아이언 샷, 섬세한 쇼트 게임까지 진가를 드러내며 PGA급 경기를 보여준다. /KPGA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 경기 장면. /KPGA

우승 트로피를 든 모습. /KPGA

“타이거 우즈 꿈꾸면서 운동했다”


장유빈은 우승 때마다 조부모님에게 “잘 키워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장유빈의 골프 인생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할아버지 장영일씨는 테니스 국가대표, 할머니 차화자씨는 정구 국가대표 출신이다. 장유빈이 184㎝, 80㎏의 당당한 체격에 뛰어난 운동 신경을 갖춘 것도 이런 내력 덕분이다. 장유빈은 5세 때까지 대가족이 용인에서 함께 살았지만 6세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강원도 동해로 이사 하면서 자주 동해로 놀러 가곤 했다. 골프를 좋아하던 할아버지, 할머니 손잡고 손자 손녀들이 동해의 한 골프 연습장에 간 게장유빈 골프 인생의 출발이었다. “7세 때 골프 연습장에 가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그 연습장에는 온종일 타이거 우즈의 스윙 영상이 나왔다. 역동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그 모습에 반해 우즈의 팬이 됐다. 종일 우즈 스윙을 흉내 내면서 놀았다.” 장유빈은 PGA투어 수준의 장타를 칠 수 있게 된 건 하체를 잘 쓰는 우즈의 스윙을 따라 한 덕분이라고 했다. 백스윙 톱이 완성되기 전에 하체가 먼저 움직이면서 다운스윙을 끌고 가고왼발을 딛는 동작으로 지면 반력을 얻는 비결을 어릴 때부터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장유빈은 “매일 영상을 보다 보니 우즈가 궁금해서 찾아보면 우승할 때마다 극적인 일이 너무 많았고, 매우멋있게 우승했다”며 “그래서 조금 더 반하게 되고, 우즈를 꿈꾸면서 운동했다”고 했다. “타이거 우즈를 꼭 만나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유빈에게는 미완의 대기란 표현이 어울린다. 티샷의 정확성을 더 높여야 하고, 그린 주변 쇼트 게임과 퍼팅에서도 세밀함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가 대성할 재목이라는 점에는 전문가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최경주는 경기 속도가 빠르고, 장타 능력에 페이드 샷을 수준 높게 구사한다는 점에서 PGA투어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했다. 


제네시스 대상이 유력한 장유빈은 그 특전으로 12월 콘페리투어(PGA 2부) 퀄리파잉 스쿨 최종전에 직행할 수 있다. 이 관문을 돌파하면 임성재처럼 콘페리투어를 거쳐 PGA투어에 입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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