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23)는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서 유일하게 2승을 올린 다승자다. 지난 7월 제14회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와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에서 두 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3차례 우승보다 준우승이나 아쉽게 우승을 놓친 적이 훨씬 많다”며 “골프는 1등만 우승 트로피에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는 비정한 측면이 있지만 냉정하게 부족한 모습을 찾아서 더 준비하는 ‘쿨(cool)’한 태도가 발전으로 이끄는 것 같다”고 했다.
김민규는 175㎝로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드라이버 300m를 날린다. 여러 가지 트러블 상황에서 상상력 풍부한 샷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는 재미있는 골프를 한다.
김민규가 드라이버 300m를 치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의 말이다. “내가 힘이 엄청 센 것은 아니고 장타는 유연성이 중요한 것 같다. PGA투어에서도 몸이 뻣뻣한 느낌보다는 부드러운 선수들이 멀리 친다. 임성재 선수나 김주형 선수도 그런 느낌이다. 체질 자체가 부드럽고 몸이 잘 도는 선수들이다. 나는 몸이 유연한 편은 아니다. 다만 몸이 유연하게 써지도록 리듬과 템포를 가져가려고 한다. 힘으로 멀리 보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몸의 탄력과 유연성을 최대한 사용하는 것이다.”
김민규의 드라이버 샷 자세를 보면 스탠스를 넓게 서고 어드레스에서 백스윙 톱까지 급하지 않고 부드럽다. 다운 스윙으로 전환하는 동작까지 여유 있는 템포로 이어지면서 몸이 부드럽게 회전한다. 임팩트에서 피니시 자세로 이어질 때 손목 힘으로 스윙의 파워를 더하는 동작도 좋다. 전체적으로 힘을 빼고 회전하는 구간과 힘을 주면서 임팩트를 하는 구간이 조화롭게 이뤄진다. 그래서 장타로 이어진다는 평이다.
그럼 아마추어의 장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김민규는 “공을 스위트스포트에 맞히는 정타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이다.
“프로골퍼들은 워낙 공을 많이 치기 때문에 정타는 기본이다. 가끔 라운드를 하거나 연습하는 아마추어에게는 정타가 가장 먼저다. 힘이 좋아도 정타가 아니면 나갈 거리도 안 나간다. 공을 정확하게 맞히기 시작하면 아크를 키워나가면 된다. 아크를 더하기 위해 왼발 발꿈치를 떼는 힐업을 할 수도 있다. 일단 정타가 나오기 시작하면 최대한 세게 휘두르는 게 멀리 보내는 비결이다.(웃음)”
김민규는 공을 잘 갖고 논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샷에 대한 상상력이 뛰어나다. 연습을 통해 얻는 것일까?
“어릴 때부터 골프를 치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본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자신감이 중요한 것 같다. 트러블 샷의 경우 위험을 무릅쓰고 그린을 공략하는 경우가 있다. 캐디가 말려도 될 것 같으면 해보는 스타일이다. 장애물이 앞에 있는 경우 말도 안되는 훅을 치기도 한다. 클럽 헤드를 닫고 치면 공이 돌더라.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상상력을 갖고 치는 것처럼 보일는지도 모르겠다. 시행착오 위에 쌓인 샷들이다.”
이시우 코치는 “골프는 사람마다 체형도 다르고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도 다 다르다. 다른 골퍼에게는 좋은 스윙이라도 자신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김민규 프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자신의 과정을 잘 관찰하고 연구해서 몸에 익히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