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동해오픈은 1981년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 지역의 재일 한국인 사업가들이 고국 골프 발전을 위해 돈을 모아 시작한 대회. 올해 40회를 맞았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대회로 출발해 이제 한국과 일본, 아시안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국제 대회로 발전했다. 그 40회 대회 우승자는 오사카 출신으로 일본 골프의 떠오르는 스타 히라타 겐세이(23)였다. 그의 우승이 특별한 건 한국과의 인연 때문이다. 히라타는 “공식적으로 처음 밝히지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한국에서 태어나셨다. 이후 대부분 일본에서 생활하셨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히라타의 어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 교포, 아버지는 일본인이라고 한다. 재일 교포 피가 흐르는 선수가 재일 교포 사업가들이 만든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것이다.
히라타는 8일 인천 클럽 72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2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로 트래비스 스마이스(호주)의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렸다. 3위는 스즈키 고스케(18언더파·일본)였다. 지난 1일 후지산케이 클래식에 이어 2주 연속 우승한 히라타는 시즌 3승(통산 5승)을 거뒀다. 우승 상금 2억5200만원과 함께 한국 투어(5년), 일본 투어, 아시안 투어(이상 2년) 시드도 받았다. 히라타는 “한국 대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특히 신한동해오픈은 매년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먹은 삼겹살과 밥은 정말 맛있다”고 덧붙였다. 신한동해오픈에서 일본 선수가 우승한 건 이번이 4번째. 한국과 일본 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린 이후에는 지난 2022년 히가 가즈키(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일본 골프는 여자 골프에 이어 남자 골프까지 ‘황금 세대’를 배출하며 급격한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다. 히라타는 “저보다 잘하는 어린 선수들도 많다”며 “두려움 없이 골프를 치고 세계 무대로 진출하겠다는 도전 의식이 강한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히라타는 “외삼촌이 중학 시절 코치를 맡아주셨다”며 “외할아버지도 골프를 좋아하신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과 일본, 아시안투어의 상위권 선수 40명씩 기본적으로 출전권을 얻는다. 올해 대회에서 상위(공동 9위까지) 12명 중 일본 선수가 7명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는 4위(17언더파) 김민규, 8위(15언더파) 이정환 두 명이 톱10에 들었다.
지난해 일본 투어에 데뷔한 히라타는 디오픈 출전권이 주어지는 미즈노 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DP월드투어에서 활약하는 나카지마 게이타와 연장전을 벌여 이겼다. 일본에서 히라타는 좀처럼 보기를 하지 않는 끈질긴 경기 스타일로 유명하다. 170cm 70kg 다소 작은 체격에 드라이브샷 비거리도 290야드 정도로 장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정교한 아이언 샷과 일본에서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퍼팅 능력을 앞세워 많은 버디를 잡아냈다.
전날 10타를 줄이며 스즈키와 3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마친 히라타는 경기 초반 스마이스의 거센 추격에 잠시 선두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스마이스가 7연속 버디를 포함해 전반 9개 홀에서 8언더파 28타라는 KPGA투어 9홀 최소타 타이 기록을 세우며 따라붙은 것. 히라타는 “6번 홀을 마치고 스마이스 스코어를 확인했다. 이번 대회에선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빅 스코어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 긴장감이 크지 않았다. 내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히라타는 11번 홀(파4) 버디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뒤 13번(파5)·15번(파4) 홀 버디로 3타 차이까지 앞서 승기를 잡았다. 스마이스는 후반 들어 버디를 1개도 잡지 못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히라타는 “(일본 골프 스타) 이시카와 료 경기를 TV로 보며 골프에 대한 꿈을 키웠다”며 “이번 우승을 계기로 더 적극 세계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