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왼손잡이 골퍼 로버트 매킨타이어(28)가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6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챔피언에 오르자 스코틀랜드 팬들의 환호성이 골프장을 진동했다. 1999년 콜린 몽고메리(61·스코틀랜드) 이후 25년 만에 스코틀랜드 골퍼가 스코틀랜드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15일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베릭의 더 르네상스 클럽(파70)에서 열린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총상금 900만 달러·우승 상금 140만달러) 최종 4라운드. 매킨타이어가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2개로 3타를 줄이며 합계 18언더파 262타를 기록, 2위 애덤 스콧(44·호주)을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한국 현대차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후원하는 이 대회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DP월드투어(유러피언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대회로 유럽 최고 권위를 가진 골프대회 중 하나다.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 최상위 5개 대회를 일컫는 ‘롤렉스 시리즈’에 속한다. 이날 우승자인 매킨타이어에게는 상금 140만 달러와 함께 GV70 전동화 모델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지난 6월 RBC 캐나다 오픈에서 PGA투어 첫 승을 올린 매킨타이어는 이날 우승으로 PGA투어 통산 2승째를 기록했다. DP월드투어로는 2020년 싸이프러스 쇼우다운과 2022년 이탈리아 오픈에 이어 3승째다.
매킨타이어는 유럽의 DP월드 투어에서 주로 활동하다 올해부터 PGA 투어에서 본격적으로 뛰고 있다. 지난 6월 캐나다 오픈 우승 때는 고향인 스코틀랜드 오반의 골프장에서 그린 키퍼로 일하며 그에게 골프를 가르쳐주었던 아버지 더기에게 캐디 백을 맡겨 PGA투어 우승 꿈을 이뤘다. 대회 도중 마음이 진정되지 않자 고향에 전화를 걸어 임시 캐디를 맡겼는데 결국 감격의 PGA투어 우승 장면을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했다. 당시 아버지 더기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는 캐디가 아니라 그린 키퍼일 뿐이며 아들이 우승을 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3라운드까지 루드비그 오베리(25·스웨덴)에 2타 뒤진 2위로 출발한 매킨타이어는 후반 마지막 5개홀에서 4타를 줄이며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로리 매킬로이(35·북아일랜드)가 마지막 홀 버디를 잡아내며 2위에 그쳤던 매킨타이어는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아쉬움을 풀었다. 이날 3타를 줄이고 먼저 경기를 끝낸 베테랑 골퍼 스콧(호주)은 모처럼 정상에 설 기회를 잡았으나 아쉽게 연장전 기회가 무산됐다.
매킨타이어는 13번 홀까지 버디 1개, 보기 2개로 1타를 잃어 우승 경쟁에서 밀렸으나 14번 홀(파3)에서 12m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바꾸었다. 그리고 16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내며 단숨에 공동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티샷이 깊은 러프에 빠진 위기 상황에서 스탠스에 스프링클러 헤드가 걸려 무벌타 드롭으로 조금 더 나은 위치에서 공을 칠 수 있는 행운도 따랐다. 매킨타이어는 247야드를 남기고 친 두번째 샷을 홀 1.8m에 붙이고 나서 이글 퍼트에 성공했다.
매킨타이어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투온에 성공하고 나서 쉽지 않은 6m 버디 퍼트를 홀에 떨어트리며 극적인 역전승을 연출했다.
임성재(26)는 이날 버디 4개, 보기 3개로 1타를 줄여 14언더파 266타로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나흘 내내 선두 경쟁을 벌인 임성재는 올 시즌 6번째 톱10에 올랐다.
임성재는 “마지막 라운드에 바람이 약간 불어 생각보다 경기가 어렵게 진행됐지만 마지막 홀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끝냈다”고 말했다.
2타차 선두로 출발했던 오베리는 버디 1개, 보기 4개로 3타를 잃고 임성재, 매킬로이, 콜린 모리카와(미국) 등과 나란히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주형(22)이 6타를 줄이며 공동 15위(12언더파)에, 김시우(29)가 8타를 줄이며 공동 26위(10언더파)에 자리했다. 이정환(33)은 공동 46위(7언더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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