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마음으로 대회에 나왔고,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이틀이었다. 목표는 한 라운드에 4오버파를 기록하는 것이었는데 이틀간 10오버파를 쳤다. 오랜만에 투어에 출전해 긴장됐고 고군택, 김한별과 함께 경기했는데 나보다 드라이버가 40야드는 더 나가고 빨리 걸어서 힘들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통산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한국 골프의 전설’ 최상호(69)가 9년 만에 나선 KPGA 선수권대회에서 2라운드 중간 합계 10오버파 152타를 기록하며 컷을 통과하지 못해 대회를 마무리했다. 전가람이 2라운드 합계 9언더파 133타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에 나섰다. 최상호는 7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제67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6억원) 2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3오버파 74타를 기록했다. 1라운드에서는 7오버파 78타를 쳤다.
최상호는 “이 대회에 평생 시드권을 갖고 있지만 젊은 선수 한명 자리를 빼앗는 것 같아서 그동안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신임 KPGA 회장이 대회에 한 번 나오는 게 도움이 된다고 간곡하게 출전을 요청해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에 출전하고 나서 어떤 프로 대회도 나서지 않았었다.
1955년 1월생인 최상호는 평소 꾸준한 운동을 해온 덕분에 36홀 플레이를 거뜬하게 소화했다. 최상호는 “주 3~4회 정도 라운드를 한다. 그래서 라운드에 지장이 가는 것을 하지 않고 건강에 신경을 쓴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따로 하지 않는다. 집에서 스트레칭이나 스윙 연습을 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최상호는 “첫날 1라운드 티샷하기 전 그렇게 떨릴 수 없었다”며 “오늘도 마지막 홀 1m 퍼트를 넣는데 안 들어가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몹시 긴장되더라. 골프가 아직도 어렵다”고 말했다.
KPGA 투어에서 통산 43승을 거둔 최상호는 지난달 후배 최경주에게 최고령 우승 기록을 내줬다. 54세의 최경주는 SK텔레콤 오픈을 제패하며 2005년 KT&G 매경오픈에서 만 50세 4개월 25일의 나이로 최고령 기록을 세웠던 최상호를 뛰어넘었다. 최상호는 “시원섭섭하다(웃음). 하지만 기록이라는 것은 깨지기 마련이다. 내가 가진 기록을 빨리 깨야 투어와 선수 모두 발전한다”고 말했다. 1978년 여주오픈부터 2005년 매경오픈까지 27년 동안 수확한 43승은 KPGA 투어에서 깨지기 어려운 대기록이다. 다승 2위 20승의 박남신에 배가 넘는다.
최상호는 “골프 인생에서 가장 보람찬 일은 43승까지 쌓은 것이다. 후배들이 내 기록을 깨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쉽지는 않다. 나처럼 국내 투어에만 집중하면 가능하겠지만, 해외 무대에 진출할 테니 말이다”라고 말했다. 최상호는 “이번 KPGA 선수권대회가 사실상 KPGA 투어 마지막 출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골프계에 도움이 될 만 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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