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랑 같이 우승 경쟁을 벌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박주영(33)이 연습 라운드를 함께한 언니 박희영(36)을 바라보며 웃었다. 박희영은 “예전엔 박희영 동생 박주영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박주영 언니 박희영이라고 할 정도로 첫 우승 후 주영이가 화제의 인물이 됐다”며 눈을 찡긋했다. 고교 시절부터 프로 잡는 아마추어로 이름을 날리던 언니 박희영을 따라간 연습장에서 골프를 접한 게 인연이 돼 프로 골퍼가 된 박주영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 14년 만에, 279번째 경기에서 감격의 첫 우승을 차지했다. KLPGA투어 사상 나란히 우승한 첫 자매 골퍼다. 지난 1일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였다. 동부건설의 후원을 받는 박주영은 후원사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2승째를 정조준하고 있다.
12일부터 나흘간 전북 익산시 익산컨트리클럽(파72·6724야드)에서 열리는 KLPGA투어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이 그 무대다.
올해 3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KLPGA 투어에서 유일하게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열린다. 보기를 하는 위험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버디를 노리는 공격적인 스타일에 유리한 경기 방식이다.
알바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보기 이하 -3점이 주어지며 각 홀에 매긴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2021년 첫 대회에선 이정민(31)이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 이가영(24)이 프로 데뷔 4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박주영은 “나는 우승을 하지 못하는 건가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들 때마다 언니가 힘을 주고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고 했다. 두 자매는 다정한 사이다. 골프 스윙부터 결혼, 육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털어놓고 상의한다.
박희영은 “아이를 낳고 5개월 만에 투어에 복귀해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내 동생이지만 정말 자랑스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타 능력에 최근 쇼트 게임 능력이 향상된 박주영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손색없다. 2021년 결혼해 작년에 아들을 낳은 박주영은 지난 4월 복귀했다. 박주영은 “아들을 재워놓고 나서 2~3시간씩 퍼트 연습을 했고 밤 9시에는 연습장에 가서 샷 연습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육아와 골프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며 KLPGA투어에서 공휴일만이라도 탁아 시설을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했다. 박희영은 KLPGA투어에서 6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3승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한다 빅 오픈에서 우승한 게 가장 최근이다. 박희영은 “서로 격려하며 나란히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즐비하다.
지난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으로 시즌 3승째를 거둔 이예원(20)은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이예원은 상금과 대상, 최저타수 등 주요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역시 3승을 거둔 박지영(27), 한화클래식에서 우승한 ‘가을 여왕’ 김수지(27),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 이가영 등도 우승을 벼르고 있다. 현재 신인상 포인트 1~3위에 자리한 김민별(19), 황유민(20), 방신실(19)의 경쟁도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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