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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으로 자른 테니스공을 오른발 뒤꿈치 밑에 넣고 가볍게 댄 상태에서의 어드레스 모습. photo 민학수

66년 역사의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4라운드 내내 보기를 하나도 하지 않고 ‘노보기 우승’을 한 이는 조철상(65) 프로가 유일하다. 1990년 8월 88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팬텀 오픈에서 11언더파 277타로 통산 5승을 따낼 때 나흘간 단 한 개의 보기도 하지 않고 11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그만큼 정상급 골퍼들의 무대에서도 보기를 하지 않고 대회를 마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정준(52) 프로가 노보기 라운드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쇼트게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말이다. “내가 정규 투어를 뛰던 시절 언더파 스코어는 자주 했지만 노보기 라운드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프로골퍼는 대개 70~80%의 그린 적중률(파3홀 티샷이나 파4홀 두 번째 샷, 파5홀 세 번째 샷 이내에 그린에 공을 올리는 비율)을 기록한다. 18홀 가운데 네다섯 번은 그린을 놓친다는 이야기다. 그럴 때 타수를 지켜주는 무기가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이다. 그린 적중률이 훨씬 더 떨어지는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쇼트게임이 더욱 중요하다. 프로골퍼와 아마추어 모두 가장 많이 연습해야 하는 샷이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을 연습할 때 자주 사용하는 도구가 어드레스 때 몸의 정렬을 돕는 얼라인먼트(alignment·정렬) 스틱이다. 웨지 그립을 쥘 때 얼라인먼트 스틱을 같이 잡고 긴 스틱이 몸을 때리지 않도록 스윙하는 연습을 한다.

스틱이 몸에 닿지 않으려면 체중을 왼발 쪽에 둔 채 아웃-인 스윙을 해야 한다. 백스윙 때 오른발로 체중 이동이 되거나 인-아웃 스윙이 되면 여지없이 스틱이 몸을 때리고 만다.

왜 이런 연습이 필요한 것일까? 정 프로의 설명이다. “짧은 어프로치샷에서는 백스윙 때 오른발 쪽으로 체중 이동을 하면 안 된다. 체중을 옮겨 놓으면 다운스윙 때 왼발 쪽으로 이동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서둘러 공을 치려다 일찍 손목이 풀리는 캐스팅(casting) 동작이 나온다. 뒤땅이나 클럽의 리딩에지로 공의 중앙 또는 그 윗부분을 치는 토핑이 나오기 쉽다. 얼라인먼트 스틱을 활용해서 연습하는 이유는 중심을 왼쪽에 둔 상태에서 계속해서 몸통 회전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 프로는 또 하나의 좋은 연습 방법을 소개했다. 테니스공을 반으로 잘라서 쇼트게임 때 오른발 뒤꿈치 밑에 넣는 것이다. 꾹 밟는 게 아니고 살짝 닿을 정도로 댄다. 당연히 오른발 뒤꿈치가 지면에서 떨어지면서 중심이 왼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백스윙 때 몸이 오른쪽으로 가는 것을 줄여주고 왼쪽 어깨가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클럽이 가는 길도 바깥쪽으로 들었다가 안쪽으로 들어오게 된다.

테니스공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른 발꿈치를 지면에 닿지 않게 가볍게 들어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회전을 제어하는 게 핵심이다.

정 프로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은 오른발 뒤꿈치 쪽으로 체중이 가는 순간 정확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백스윙 때 클럽이 움직이는 길이 안으로 처지게 돼 스윙 궤도를 이탈하기 때문이다. 오른발 뒤꿈치를 들고 절제된 회전을 하면서 클럽을 위로 들었다가 아래로 떨어뜨리는 아웃-인 스윙이 그린 주변 어프로치샷의 올바른 스윙 궤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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