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700m에 조성된 버치힐 컨트리클럽은 업다운이 심하고 그린의 미세한 경사로 인해 코스 난도가 높은 골프장이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악천후가 예상되자 러프를 깊게 조성하지 않아 타수 줄이기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버디가 폭죽처럼 쏟아진 사흘이 지나자 ‘버디 폭격기’란 별명을 지닌 고지우(21)가 ‘버치힐 여왕’에 등극했다. 고지우는 데뷔 첫해인 지난해 버디 수 1위(336개)에 올라 ‘버디 폭격기’란 자랑스러운 별명을 얻은 선수다.
고지우는 2일 강원도 용평의 버치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1개로 7언더파 65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한 고지우는 공동 2위(11언더파) 안선주(36)와 이제영(22)을 3타차로 따돌리고 데뷔 첫 우승과 함께 상금 1억4400만원을 받았다. 유단자인 아버지가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합기도와 공수도를 배워 각각 2단을 딴 고지우는 “힘과 체력만큼은 누구한테도 안 진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선수다. “어려서 남자 아이들과 팔씨름을 해도 져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는 “대회가 있건 없건 하루 한 두시간씩 체력운동을 한다”고 했다.
고지우는 체격(165cm)에 비해 운동으로 다져진 폭발력이 두드러진 선수다. 빠른 골반 회전과 함께 있는 힘껏 스윙한다. 올해 장타 순위 7위(251야드)로 마음먹고 치면 드라이버로 270야드 이상 보낸다. 장타 1위 방신실(19)은 262야드다. 방신실은 이 대회 2라운드 합계 이븐파를 기록해 컷 탈락했다.
2라운드까지 4타차 6위였던 고지우는 전반 9홀에서 3타를 줄이고 10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아 선두에 나선 뒤 첫 우승까지 질주했다. 티잉 구역에서 내리막 경사가 심한 10번 홀에서 297야드의 티샷에 이어 241야드를 남겨 놓고 친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3.6m 이글 퍼트에 성공했다. 이후 버디 2개를 추가한 고지우는 16번 홀(파4)과 17번 홀(파3)에서 티샷이 부정확해 타수를 잃을 위기에 처했지만 침착하게 파를 지켰다.
고지우는 “오늘 핀 위치가 너무 어려워서 파5홀에서만 버디를 노리겠다고 생각했다”며 “그 생각이 지나치게 공격 일변도인 내 골프를 자제하게 해줬다”고 했다.
데뷔 후 44번째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고지우는 “마지막 홀에 있던 리더보드를 보고서야 우승한 사실을 알았다”며 “기다리던 우승을 하고 나니 너무 떨리고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대선배인 안선주 프로님이 같은 조에서 경기하며 자주 격려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고지우는 올해 KLPGA 투어에 데뷔한 동생 고지원(19)에게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곧 우승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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