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대회 4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3승에 빛나는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가 PGA투어 데뷔 13년 만에 첫 홀인원을 잡았다. 그런데 세계 정상급 골퍼인 매킬로이가 홀인원이 처음이라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도 많았다.
매킬로이는 23일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하이랜즈(파70)에서 열린 PGA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 달러) 1라운드 8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매킬로이는 214야드(195m) 거리의 8번 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그린에 떨어진 공이 두 차례 튕기고 홀을 향해 구르더니 ‘쏙’ 빨려들어갔다.
2010년 PGA투어 데뷔 이후 매킬로이의 첫 홀인원이었다.
티잉 구역에서 자신의 공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매킬로이는 마치 감전(感電)이라도 된 듯 짜릿한 표정을 짓더니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기뻐했다. 그리고 같은 조에서 경기하던 김주형(21), 빅토르 호블란(26·노르웨이)과 악수하며 기쁨을 나눴다. 매킬로이는 122주 동안 세계 1위 자리에 오르는 등 타이거 우즈(48·미국)의 뒤를 ‘차세대 골프 황제’로 꼽히던 선수다. PGA투어는 매킬로이가 PGA투어 통산 3254번째 파3홀에서 마침내 홀인원을 작성했다고 전했다. 매킬로이는 이날 홀인원으로 만든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뽑았지만 보기도 5개를 쏟아내 2언더파 68타로 공동 46위에 머물렀다. 10언더파 60타를 친 선두 데니 매카시(30·미국)와는 무려 8타 차이다. 매킬로이는 “그저 그런 라운드가 될 뻔했는데 홀인원이 터져 대단한 보너스를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골프에서 처음 친 공이 홀에 들어가는 홀인원은 대단한 행운으로 통한다. 그만큼 확률이 낮다. 파3홀에서 투어프로들은 3000분의 1, 일반 골퍼들은 1만2000분의 1 확률로 알려져 있다. ‘홀인원 하면 3년간 행운이 따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진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렇지만 우즈 이후 최고의 샷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매킬로이가 파3홀에서 3000번 넘게 샷을 해서 홀인원을 한 건 확률로 봐도 너무 적은 것은 아닐까?
우승컵과 엄청난 상금이 걸린 대회일수록 선수들은 먼저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핀을 직접 공략하다 타수를 잃을 수 있는 곳에서는 먼저 파를 지키기 쉬운 곳을 조준한다. 이렇게 플레이하면 홀인원 확률은 뚝 떨어지게 된다.
우즈는 역사상 아이언 샷 능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의 높이와 좌우로 휘는 정도를 달리하는 9가지 구질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원하는 곳에 공을 떨어뜨리는 능력이 월등하다. 그런데 공식 대회 우즈의 홀인원 기록은 겨우 3차례다. 82승으로 PGA투어 통산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가진 그의 기록이 이렇다면 홀인원과 골프 실력의 함수관계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연습 라운드와 친선 라운드에서 나온 홀인원까지 모두 따지면 우즈는 18차례 홀인원을 기록했다.
PGA투어 홀인원 최다 기록은 로버트 앨런비(52·호주)와 할 서튼(65·미국)이 나란히 기록한 10차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국인 최다승(25승)을 기록한 박세리(46)는 딱 한 번 공식 대회 홀인원을 했고, 한국인 두 번째로 우승이 많은 21승의 박인비(35)는 LPGA투어에서는 아직 홀인원이 없다. 박인비는 국내 대회에서는 결혼식을 올린 2014년 한 해에 두 번이나 홀인원을 터트렸다.
결혼하기 전인 7월 삼다수 마스터스 3라운드 때 공식 대회 첫 홀인원을 잡더니 결혼하고 나서 열린 10월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에서 두 번째 홀인원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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