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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린 라이프는 퍼터 페이스 홈(그루브)의 크기를 가운데는 넓게 옆으로 갈수록 좁게 만들자 공이 어디에 맞아도 거리 손실이 없고 방향성도 좋아졌다고 했다. 그는 "어디에 맞아도 똑같이 잘 구른다는 뜻으로 ‘이븐롤’이란 이름을 붙였다"며 “내 이름보다 더 좋아하는 이름이 됐다”고 했다. 유효 타구면을 대폭 넓혔다는 의미로 ‘스위트 스포트(sweet spot)’가 아닌 ‘스위트 페이스(sweet face)’라고 자랑한다. /민학수 기자


“퍼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디자인과 공학 지식을 학교에서 배운 적은 없어요. 그 대신 수만 번의 실패가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죠. 내가 실패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사람이 퍼팅에 성공하고 즐거워하니 오히려 고마운 일이죠.”

한국을 찾은 ‘퍼터 장인’ 게린 라이프(70·미국)에게 자기소개를 청하자,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난 실패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디자인과 제작을 하고 CEO도 맡은 퍼터 브랜드(이븐롤)가 최근 몇 년 새 한국에서 미국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한국을 찾았다. 내년 신제품을 직접 소개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난 실패한 적이 없다. 다만 1만 가지의 작동하지 않는 법을 발견한 것이다”라고 했는데, ‘퍼터 발명왕’ 라이프는 성공으로 이어진 ‘흥미로운 실패들’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는 골프용품 제작과는 아무 관련이 없던 사람이었다. 대학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하고 10년간 미국 시카고에서 맥도널드 등 굵직한 브랜드 광고를 담당했다. 크리에이터, 디자이너, 카피라이터를 겸했다. 직접 광고 회사를 차리려 1980년대 중반 플로리다 올랜도 인근으로 이주했는데 골프 교습가인 데이비드 레드베터의 홍보 일을 맡게 되면서 ‘천직’과 인연을 맺게 됐다.

게린 라이프가 허리를 숙이지 않고도 공을 들어 올리는 기술을 고루 사용한 퍼터를 소개하고 있다. /민학수 기자

골프에 호기심이 생긴 그가 처음 만든 퍼터 발명품은 뒤가 뭉툭하게 생긴 말렛 퍼터의 헤드 윗부분을 깎아서 그 위에 공을 들어 올릴 수 있게 한 것이었다. 라이프는 “키가 193cm이다 보니 골프를 할 때 공을 주우려고 허리를 굽히는 게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삽처럼 공을 퍼올릴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 해봤다”고 했다. 그런데 퍼터 헤드의 윗부분을 깎아내자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공을 똑바로 가게 해주는 놀라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통념으론 이상하게 생긴 그 퍼터는 공의 방향성은 좋지만, 공이 통통 튕기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는 “그래서 아이언이나 웨지처럼 클럽 페이스에 홈(그루브)을 새겨보았다. 그러자 공이 덜 튀고 잘 구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처음 퍼터 페이스에도 그루브 개념을 도입한 그는 1996년 특허를 내고 2000년 자신의 이름을 단 라이프 퍼터를 세상에 내놓았다.

퍼터 헤드에 두 개의 바(bar)를 집어넣어 방향성을 더 좋게 한 ‘라이프 퍼터’는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도 당시 인기 선수의 이름을 붙인 ‘서희경 퍼터’란 애칭으로 불리며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다 2000년대 후반 세계 금융 위기 때 자신의 이름이 붙은 회사를 넘겼다.

또 다른 발명이 필요했다. 퍼터 페이스 홈(그루브)의 크기를 가운데는 넓게, 옆으로 갈수록 좁게 만들자 공이 어디에 맞아도 거리 손실이 없고 방향성도 좋아졌다. 2016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PGA 쇼를 통해 특허 제품을 또 공개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어디에 맞아도 똑같이 잘 구른다는 뜻으로 ‘이븐롤’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는 “내 이름보다 더 좋아하는 이름이 됐다”고 했다.

라이프는 “보통 퍼터로 8m를 퍼팅할 때 퍼터의 중심(스위트 스폿)에서 1.2cm 좌우로 벗어나면 거리는 60cm 덜 가고 좌우로 20cm씩 휘어지는데 우리 퍼터로는 그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프로 선수도 정확히 공을 맞히지 못하는데 주말 골퍼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유효 타구면을 대폭 넓혔다는 의미로 ‘스위트 스폿(sweet spot)’이 아닌 ‘스위트 페이스(sweet face)’라고 자랑한다.

그는 “골프계의 반 고흐라고 불리는 스카티 카메론이 아름다운 디자인과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준다면 난 혁신적인 제품을 발명해 골퍼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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