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전 감독과 KGST골프연구소 김명식 박사
2002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을 사상 첫 4강으로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76) 감독은 골프도 잘 쳤다.
당시 대한축구협회(KFA) 임직원들과 월드컵 코칭 스태프가 국내에서 친선 골프를 한 적이 있는데 3번 우드로 티샷해도 웬만한 이들보다 더 멀리 쳤다. 심리전에도 능해 ‘내기’에 강했다. 당시 80대 초반 타수를 친다고 했는데, 70대도 여러 번 쳐봤다고 했다.
20년이 지나 70대 중반을 넘긴 히딩크가 그의 반려자인 엘리자베스와 함께 지난주 한국의 피팅 전문연구소에서 클럽을 맞췄다. 한국에 무릎 치료차 온 히딩크가 국내 지인들 추천으로 찾은 이는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KGST 골프연구소 김명식(71) 박사였다. 프랑스 남부 별장에서 자주 라운드를 한다는 히딩크와 엘리자베스는 “닥터 K를 만나면 골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한국 지인이 권해서 찾았다”고 했다.
물리학을 전공한 김 박사는 미국 웨스팅하우스 연구소에서 항공기나 잠수함에 필요한 역학 디자인 업무를 하다 골프에 묘미를 느껴 30여 년 전부터 골프 피팅 인생을 살아온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고객을 포함해 1만명의 스윙 패턴을 분석해 만든 빅데이터가 그의 최고 재산이다. 연구소에 클럽 R&D 시설을 갖춰놓고 골프 클럽 설계와 제작까지 한다. 그는 “사람의 골프 스윙은 지문처럼 다 다르다. 주말 골퍼는 무리하게 클럽 스피드를 높이는 것보다 스윙과 클럽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게 효과적이다”라는 피팅 철학을 갖고 있다. 공을 스위트 스폿에 더 잘 맞힐 수 있도록 클럽을 맞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럼 히딩크와 엘리자베스는 어떤 처방을 받았을까?
예전에 250m를 날리던 히딩크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150m 정도로 줄어 있었다. 스윙 리듬을 되찾는 약간의 레슨과 함께 히딩크의 스윙에 맞는 피팅을 하자 드라이버 비거리가 146m에서 155m로 9m 늘었다. 50대 나이인 엘리자베스는 더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이들은 연구소에서 드라이버에 필요한 상향 타격을 할 수 있도록 연습 방법도 배웠다.
드라이버 평균 거리 151m였던 엘리자베스는 1주일 뒤 새로운 클럽으로 194m까지 거리가 늘었다. 엘리자베스는 조정과 테니스 등 꾸준히 운동을 하고 골프 레슨도 정기적으로 받는다고 했다.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해법을 한국에서 찾은 것이다. 김 박사는 “2002년 월드컵 때 행복했던 한 사람으로서 히딩크와 반려자에게 기쁨을 줄 수 있어 정말 만족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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