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학수의 All That Golf] PGA투어 다이어리, 역대 최대 상금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토머스 이야기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5의 메이저 대회’라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역전승을 거둔 ‘까치발 장타자’ 저스틴 토머스(29·미국)는 얼굴을 감싸쥐고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할아버지가 이 자리에서 기쁨을 함께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파72)에서 열린 2021년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를 묶어 4타를 줄이며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했다. 2위 리 웨스트우드(49·잉글랜드)를 1타 차이로 따돌렸다. 535야드 파5홀인 11번 홀에서 233야드를 남기고 투 온에 성공한 뒤 6m 이글 퍼트에 성공한 게 승부 샷이 됐다. 토머스는 골프의 전설인 잭 니클라우스, 조니 밀러, 타이거 우즈에 이어 만 28세가 되기 전에 14승을 달성한 네 번째 골퍼가 됐다.
당시 뭐 하나 부러울 것 없던 ‘골프 신동’ 토머스는 2개월 남짓 악몽을 겪고 있었다. 지난해 1월 하와이에서 열린 새해 첫 대회 PGA 투어 센트리 챔피언스 토너먼트에서 짧은 퍼팅에 실패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동성애자를 모욕하는 단어를 내뱉었다. “정말 부끄럽고 끔찍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 욕설로 인해 기분이 나쁘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지난해 2월엔 그를 늘 응원해주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할아버지 폴은 30년 이상 클럽 프로로 활동하며 1962년 메이저대회 US오픈에 출전한 이력도 있다. 토머스는 역시 클럽 프로인 아버지 마이크에게 어린 시절부터 골프를 배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멘토이자 절친한 우즈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뻔한 사건이 벌어졌다.
토머스는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달아 벌어졌다”며 “주위 분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고야 이번 주에 간신히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했다. 당시 그는 “이날 경기는 내 골프 인생 최고의 경기였다”고 했다.
1년이 지나고 토머스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현장에 다시 섰다. PGA투어를 통해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그의 심경을 들어보았다. 올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총상금을 지난해 1500만달러에서 2000만달러로 대폭 증액해 PGA 투어 최다 총상금이 됐다. 우승 상금 360만달러도 골프 대회 사상 첫 4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다음은 토머스의 이야기이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이라는 명예는 나에게 정말 큰 의미이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아주 큰 규모의 대회이고, PGA 투어에 아주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우승을 간절히 원했던 대회였고, 언젠간 반드시 우승할 것이라고 믿었던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을 하길 바랬다.
최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위한 미디어 데이에 참석했었다. TPC 소그래스에서 우승하기 전에도 이 코스에서는 편안한 기분이었는데, 우승을 한 후에 다시 오니 전보다 더욱 편안하게 느껴졌다. 특히 클럽하우스에 걸린 내 사진을 보고 챔피언들의 락커룸에 들어갔을 때는 더욱 안락함을 느낄 수 있었다.. 대회를 몇 주 앞두고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난 이 TPC 소그래스 코스가 마음에 든다. 주니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 이 코스에 왔을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이 코스는 언제나 시합을 하기 위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TPC 소그래스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준비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골프장 운영을 중단하고 대회를 준비한다. 이런 노력 때문에 항상 최고의 코스 상태를 유지하고, 매년 더욱 도전적인 코스를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그 동안 여기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에서 경기를 잘 풀어왔고, 좋은 결과를 얻어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년에 첫 우승을 하기 전에는 우승컵을 들어올리지는 못했다. 이 코스에서 낮은 스코어를 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71타나 72타의 스코어를 68타나 69타로 만들거나, 또는 64타나 65타의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한다면, 15위나 20위로 끝날 것으로 보이던 대회에서 갑자기 우승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반전의 매력이 있는 이 코스를 많이 사랑한다.
지난해 대회에서 정말 치열하게 경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작년 대회는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경기를 했다. 티 샷부터 두번째 샷, 그리고 공을 컨트롤 하는 것까지 모든 플레이가 좋았다. 그리고 좋은 퍼트도 많이 성공했다. 실수가 없었다. 어떤 무아지경에 빠져 경기하는 느낌이었고, 마음먹은 대로 공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원하는 대로 퍼트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22년 대회를 앞둔 지금, 작년보다 더 경기 감각이 좋은 것 같다.
사람들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타이틀 방어가 왜 그렇게 힘든지 궁금해 한다. 그건 골프 코스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PGA 투어는 우승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생각한다. 어느 특정한 코스에서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선수보다 더 많이 우승하기 어려워졌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처럼 좋은 선수들이 많이 참가하고, 선수들의 우승에 대한 열망이 높고, 어느 특정 스타일의 골퍼에게 유리한 점이 없는 코스에서 우승하기는 더욱 어렵다. 나는 연속 우승에 도전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연승을 저지하려는 많은 선수들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202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잊지 못하는 점은 그 곳에 팬들이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한동안 우리는 팬들이 없거나 제한적인 인원만 입장이 가능한 환경에서 대회에 참가했었다. 그래서 지난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많은 관중이 입장해서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팬들의 에너지를 받으며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팬들의 함성과 응원으로 코스 곳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올해도 내가 플레이 할 때 많은 팬의 함성이 들리면 좋겠다.
어릴때 TV에서 타이거 우즈가 17번 홀에서 멋진 퍼트를 성공하는 모습을 봤다. 그 유명한 ‘Better than most’라고 불리는 장면이다. 아마 2001년 이었던 것 같다.
그때 타이거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할 서튼이 2000년에 우승할 때 18번 홀에서 한 샷도 기억이 난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과 수준 높은 경기를 통해 경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골프를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출전하는 선수의 면면이나, 경기의 수준에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대회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PGA 투어의 홈 코스인 TPC 소그래스에서 최상의 코스 상태와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우승 경쟁을 하는 대회이다. 이곳에서 많은 명장면이 탄생했고, PGA 투어의 많은 역사가 만들어졌다. 이제 다시 그 역사의 현장에서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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