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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가 3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게인브리지 LPGA에서 우승컵과 함께 기뻐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AFP연합뉴스


재미교포 대니엘 강(30)이 24일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 트로피를 앞에 두고 셀카를 찍는 포즈를 취하는 모습. 대회 중반 이후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지만 대니엘 강은 추위에 대비한 동계 훈련을 한 덕분에 순위를 끌어올리며 역전 우승을 달성했다. 그는 “추운 날씨에 최고의 성적을 낸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202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개막하고 두 경기에서 한국 선수는 우승 경쟁을 벌이지 못했다.


개막전인 힐턴 그랜드 버케이션스 토너먼트에서는 박인비가 공동 8위에, 두 번째 경기인 게인브리지 LPGA에서는 데뷔전을 치른 최혜진이 공동 8위에 각각 올랐다. 교포 선수들인 대니엘 강(미국)과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각각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들은 장타자들은 아니지만, 미 LPA투어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의 장점으로 통하는 집중력과 강인한 승부근성이 바탕에 깔렸다.


이 두 대회에는 아직 세계 2위 고진영과 세계 5위 김세영, 세계 11위 김효주 등은 나서지 않았다. 첫 대회는 지난 2년간 우승자들만 나설 수 있는 대회였다. 그렇더라도 코로나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한 한국여자골프의 지배력 약화 흐름이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오세욱 노랑통닭 골프단 단장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코치를 지냈고 미국에서 골프 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노랑통닭 골프단

오세욱 노랑통닭 골프단 단장은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골프 대표팀 코치였고, 미국에서 골프 이론을 체계적으로 배운 인물이다. 매년 해외에서 제자들과 전지훈련을 하며 현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올해도 미국 전지훈련 중인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노랑통닭은 KLPGA 2부 투어인 드림 투어 선수 18명으로 골프단을 창단해 이들이 1부 투어를 거쳐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한국 여자골프의 경쟁력 약화가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상황이라고 보지 않았다. 그의 말이다.


“예전보다 동남아나 미국의 여자 골프 시장이 커지면서 어려서부터 선수의 길을 선택하여 훈련하는 외국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취미로 골프를 즐기다 선수가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다르다. 미국이나 동남아시아는 주니어 선수들의 연습환경이나 기후 등 골프에 유리한 조건이 많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추격을 당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 국내 레슨 시장을 보면 해외 유명 프로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춘 티칭프로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공부하고 노력하는 프로들도 많아져서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국내 선수 중 미 LPGA투어에서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고진영의 성공 원인을 분석해 보면 한국 선수들의 노력 방향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오 단장은 “고 진영은 장타는 아니지만, 평균 이상의 비거리를 유지하는 선수다 정교함만 가지고는 세계무대를 지배할 수 없다. 고진영은 정교함과 탁월한 볼 스트라이킹 능력으로 다양한 구질과 샷 메이킹이 가능한 선수이기 때문에 정교함으로만 경쟁하는 선수는 아니다. 미국 투어의 경우는 그린의 경도나 스피드가 빠르기 때문에 공을 다루는 능력이 없이는 오랜 기간 정상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고진영은 다양한 능력을 고루 갖춘 선수이다.”


해외 대회 성적과 관계없이 국내 여자골프 인기는 유지될 수 있을까? 오 단장은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는 US여자오픈의 상금 증액으로 LPGA의 상금 규모가 한국과 비교하여 월등히 커지는 현상이 지속한다면 다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선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지금 한국과 미국 투어의 상금은 해외 체류와 이동 경비 등을 생각하면 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박세리나 박인비처럼 명예의 전당에 가고 싶다는 큰 꿈을 지닌 선수들은 도전에 나서야 한다.


KLPGA투어의 코스 세팅을 미국 투어에 맞춰 변화를 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 단장은 코스 세팅보다 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코스의 전장이 조금씩 늘고 있다. 장타자가 늘고 있지만, 골프는 장타만을 위한 게임이 아니다. 장타가 유리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에게도 우승 기회가 있도록 난이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오히려 여자프로도 리랭킹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요 예선도 활성화 되어야 한다. 지금은 11월 1부 투어 시드전이 끝나면 동기를 상실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적어도 시드전 최종전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월요 예선을 통해 다시 한번 기회를 갖고 리랭킹을 통해서 또 한 번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꾼다면 좀 더 많은 선수가 꿈을 유지하며 열심히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동안 한국 선수들은 미국에 진출하자마자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오 단장은 ‘착시현상’이라고 했다. “한국투어를 뛰다 바로 미국에서 적응하는 경우는 실제로는 많지 않다. 박세리나 박인비의 경우도 미국에서 적응하는 기간이 있었다. 적응을 잘하지 못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미국은 생활 및 코스 환경이 크게 다르다. 기술적으로만 이야기해도 그린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한국 선수들은 이미 스윙의 기본기와 샷의 정교함을 갖추고 있어서 미국투어에 쉽게 접근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선수들은 그린과 그 주변 적응을 해낸 선수들이다.


한국여자골프가 세계무대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혁신 조치들은 어떤 게 있을까?


오 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주니어 대회(중고연맹포함)를 통한 해외 대회 기회를 더 많은 선수에게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 현재 활동하는 해외투어 선수들의 경쟁력은 한국 주니어 시절부터 치열하게 경쟁하며 얻은 것이다. 특히 대표 출신 선수들은 협회의 지원으로 많은 해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걸 더 확산시켜야 한다. 우리 주니어 선수들의 경쟁력은 세계 어느 선수들보다 뛰어나지만, 골프 환경에서 오는 경험의 한계가 있다. 매일 잔디밭에서 비용 걱정 없이 연습하는 외국 선수들도 많다.


최근 주니어 대회나 정부의 생활 체육 정책을 보면 앞으로도 고진영과 같은 훌륭한 선수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물론 학습권이 보장돼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좀 더 운동을 전문으로 하는 선수들에게 맞는 교육방법을 제시해 주는 게 현실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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