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아이언에 영 자신이 없어 5번 아이언을 장식품처럼 골프 백에 꽂아 두고 거의 사용하지 않던 주말골퍼가 있었다. 어느 날 라운드를 하다 그린까지 7번 아이언보다 좀 더 먼 거리가 남았지만 자신 있는 7번 아이언으로 샷을 했다. 약간 짧을 줄 알았는데 그린을 훌쩍 넘어가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 클럽을 확인해 보니 5번 아이언이었다. 그 골퍼는 순간의 착각으로 깨달음을 얻었다. 롱아이언은 스윙 스피드를 빠르게 해서 쳐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롱아이언으로는 공을 제대로 정확하게 맞혀본 기억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 있는 7번 아이언’이란 생각으로 힘 빼고 스윙하니 5번도 어려울 게 없었다.
강욱순 원장(강욱순골프아카데미)의 설명이다. “제조사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아이언 클럽의 번호별 로프트는 롱아이언에서 쇼트아이언으로 가면서 2〜4도씩 커지고, 샤프트 길이는 0.5인치씩 짧아집니다. 이 두 가지 요소 때문에 아이언은 클럽마다 10~15야드 정도의 거리 차이가 나게 돼요. 그런데 클럽의 특성을 활용하지 않고 힘으로 거리를 내려다 보니 오히려 클럽별 거리 차이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주말골퍼를 자주 봅니다.”
그럼 스코어를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아이언의 강자가 되는 비결은 뭘까?
클럽이 길어질수록 그립과 몸에 힘이 빠져야 한다. 스윙 아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주말골퍼는 반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클럽이 길수록 힘을 많이 준다. 쇼트아이언은 그립을 강하게 쥐고, 미들아이언은 좀 더 부드럽게 쥐어야 한다. 롱아이언은 그립을 더 부드럽게 잡고 스윙을 더 천천히 한다는 생각으로 한다. 몸은 느슨하게 움직여야 한다.
일정한 스윙 스피드가 있어야 공이 뜨는 롱아이언을 더 천천히 스윙하라는 건 모순처럼 들린다. 강 원장은 이렇게 비유했다. “퍼팅의 경우를 비교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퍼팅 길이가 짧을수록 그립을 견고하게 쥐어야 정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거리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롱 퍼팅은 그립을 부드럽게 쥐어야 원하는 거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롱아이언도 마찬가지 생각으로 다루는 겁니다.”
클럽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공의 위치도 달라진다. 오른손잡이 골퍼를 기준으로 쇼트아이언은 오른발에 가깝게, 미들아이언은 양발 가운데, 롱아이언은 왼발에 가깝게 공을 놓는 세트업을 해야 한다. 아이언 길이가 짧을수록 그립을 한 손이 공보다 앞쪽에 있어야 클럽의 고유 로프트가 유지된다. 그래서 공 위치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다. 이렇게 클럽별로 클럽 길이에 따라 임팩트할 때의 축이 달라지기 때문에 체중 이동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된다. 평소 쇼트아이언과 미들아이언, 롱아이언을 번갈아가며 연습해 보는 게 좋다. 클럽 길이가 길수록 스윙 아크를 천천히 크게 만들어 준다는 생각으로 한다.
강 원장의 말이다. “프로는 캐디가 다른 클럽을 갖다 주어도 금세 알아요. 9번을 원하는데 8번을 건네면 헤드 모양을 보고 알아차려요. 로프트가 다르고 임팩트 때 백스핀을 만들어주는 페이스에 파인 홈(그루브)의 개수도 다르기 때문이죠. 클럽이 길수록 그루브 개수가 줄어들고 페이스는 상대적으로 서 있기 때문에 헤드가 더 작게 보입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결과만 좋기를 바랄 수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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