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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獨 베른하르트 랑거 PGA 시니어 투어 최고령 우승 금자탑

투어 데뷔 이후 15년간 매년 우승, 총상금 3000만달러 돌파도 유일


25일 막을 내린 미 PGA 챔피언스 투어 도미니언 에너지 채리티클래식(총상금 200만달러)에서 시니어 투어 최고령 우승을 차지한 베른하르트 랑거. 연장전에서 우승을 확정하는 버디 퍼트에 성공하고 기뻐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PGA투어 홈페이지는 골프팬을 위한 올바른 플랭크(plank) 자세를 비디오로 촬영했다. ‘시니어 투어의 제왕’이라 불리는 베른하르트 랑거(64·독일)가 그 모델로 나섰다.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군살 하나 없는 174㎝·72㎏의 이 독일 골퍼는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플랭크 운동의 즐거움을 설파하고는 수영장으로 뛰어드는 동작으로 마무리했다. 골프 트로피 두 개를 소품으로 활용하는 재치까지 보였다. 코어 운동의 기본 자세인 플랭크는 엎드린 상태에서 몸을 어깨부터 발목까지 일직선이 되게 해 척추 주변 근육을 발달시키는 운동이다. 숙달되지 않은 사람은 보통 1분이면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동작이다. 열아홉 나이에 병역 복무 중이던 독일 공군에서 완전무장 행군을 하다 척추 스트레스 골절과 디스크에 걸려 고생한 이후 50년 가깝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피트니스 운동을 거듭한 덕분이라고 했다.


이런 랑거가 50세 이상 선수들이 참가하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최고령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랑거는 25일 막을 내린 미 PGA 챔피언스 투어 도미니언 에너지 채리티클래식(총상금 200만달러)에서 3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하고 1차 연장에서 버디를 잡아 12살 아래인 더그 배런(52·미국)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었다. 랑거는 “정말 달콤하다. 지난해 3월 우승 이후 준우승만 4차례 하다 다시 정상에 올라 뜻깊다”고 했다.


이날 64세 1개월 27일인 랑거는 스콧 호크(66·미국)가 보유하고 있던 챔피언스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63세 5개월 4일)을 갈아치웠다. 랑거는 또 챔피언스투어 통산 42승으로 헤일 어윈이 보유한 최다승(45승)에도 3승 차로 다가섰다.


25일 막을 내린 미 PGA 챔피언스 투어 도미니언 에너지 채리티클래식(총상금 200만달러)에서 시니어 투어 최고령 우승을 차지한 베른하르트 랑거. 우승컵을 든 모습./AP연합뉴스

랑거는 ‘시니어 투어의 타이거 우즈’다. 2007년 챔피언스 투어 데뷔 이후 올해까지 15년 동안 매년 우승을 거른 적이 없다. 챔피언스 투어 메이저도 최다승(11승) 기록을 갖고 있다. 올해의 선수를 8차례 차지했다. 코로나로 통합 운영되는 2020~2021시즌 37개 대회에서 2승 포함, 24차례 톱10에 오르며 시즌 상금도 316만달러로 1위다. 랑거는 챔피언스 투어 통산 상금도 유일하게 3000만달러(3181만3125달러, 약 372억원)를 넘어섰다.


1986년 골프에 세계 랭킹 제도가 도입됐을 때 세계 1위에 올랐던 랑거는 현역 시절 지독한 퍼팅 입스(yips·불안 증세)에 시달리면서도 1985년과 1993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입지전적인 선수다. 미 PGA투어에선 3승에 머물렀지만, 주 무대인 유럽투어에서는 42승(마스터스 2승 포함)을 올렸다. 전 세계 투어에서 지금까지 118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를 괴롭히던 퍼팅 불안은 롱퍼터를 사용하면서 장점으로 바뀌었다. 롱퍼터를 가슴에 대고 퍼팅하는 방법이 금지됐지만 팔에 붙이고 퍼팅하는 자세를 개발해 계속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아들뻘 선수들과 경쟁하면서도 마스터스 최고령 컷 통과 기록도 세웠다. 짐 퓨릭은 이런 랑거를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독일 머신 같다”고 표현했다. 한국인으로 처음 챔피언스 투어 우승을 차지했던 최경주(51)는 “챔피언스 투어에서 가장 무서운 선수는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하고 드라이버도 30야드 더 멀리 치는 ‘랑거 형님’”이라며 “놀라운 자기 절제와 골프에 대한 집중력은 전 세계 골퍼가 본 받아야 할 스승이다”고 말했다.


꾸준한 자기 관리와 함께 랑거는 골프의 미니멀리즘이라고 해도 좋을 “골프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열여덟 살부터 스윙 코치 빌리 호프만이 가르쳐 준 내용을 직접 손으로 적어 놓은 노트를 골프 백에 넣어서 다니며 꺼내본다. 그립과 어드레스, 백스윙, 다운 스윙 등 기본 동작에 대한 설명이라고 한다.


그는 “나는 대부분 주민이 골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독일 시골의 가난한 집 출신으로 아홉 살부터 캐디를 시작해 열다섯 나이에 프로 골퍼가 됐다”며 “이런 내가 100번도 넘게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는 것은 골프가 선물한 삶의 기적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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