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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주가 재단 동계훈련 기간 ‘클레이코트’에서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 photo 최경주재단


최경주는 외국 선수보다 드라이버 샷 거리도 짧은데 어떻게 그들과 경쟁하며 롱런을 했느냐는 질문을 흔히 듣는다고 한다. 그때마다 그는 주저 없이 ‘아이언 샷’이라고 답한다. 아이언 샷을 원하는 방향으로 똑바로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에 일본과 미국에서 버티며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최경주의 정확한 아이언 샷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맨땅에서 치라”고 조언한다. 이 이야기를 듣는 열에 아홉 명은 눈을 휘둥그레 뜬다. 뭔가 대단한 기술적인 조언을 원했는데 맨땅에서 훈련하라니…. 최경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 아이언 샷의 원천이 사실 맨땅이에요. 완도에서 처음 골프채를 잡았을 당시에는 변변한 연습장이 없었습니다. 명사십리(明沙十里)에서 자주 연습을 했어요. 말 그대로 10리, 즉 4㎞ 해변에 고운 모래가 깔린 곳인데 지금은 다리가 놓여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본섬에서 배를 타고 20분을 가야 했습니다. 도시락 하나 싸들고 가서 그곳에서 하루에 6시간 정도씩 연습했죠. 이편에서 저편으로 날리고, 다시 저편에서 이편으로 날리는 식이었습니다.”

   

   최경주가 공을 치던 해변의 모래는 벙커 모래보다는 테니스장 클레이코트의 지면과 더 비슷한 질감이었다. 연습장 매트와 달리 해변에서는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고 한다.

   

   “양탄자 같은 모래 위에서 아이언 샷을 하려면 공부터 정확하게 맞혀야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뒤땅을 치면 공을 제대로 날릴 수 없었죠. 또한 뒤땅을 치지 않으려다 보니까 임팩트 포지션도 자연스럽게 체득했습니다. 헤드보다 손이 먼저 가는 거죠. 누가 가르쳐준 게 아니었습니다. 바로 명사십리와 맨땅이었기에 그렇게 쳐야 했고, 그래서 기본기를 착실히 쌓았던 겁니다.”

   

   최경주는 그때 맨땅 훈련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연습장에서도 손님이 없으면 타석 앞 맨땅에 나가서 샷을 했다. 골프채가 많이 상하기도 했지만 그건 별문제가 안됐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낫이나 도끼를 숫돌이나 연마기 등으로 가는 걸 봤기 때문에 채도 갈면 됐다. 열악했던 환경이 오히려 스윙의 이치를 깨우쳐준 것이니 아이러니이자 행운이었던 셈이다. 최경주는 맨땅 연습 방법이 간단하다고 했다.

   

   “땅에 금을 긋고 그 위에 공을 놓습니다. 그리고 공을 치는데 금 뒤부터 맞는 건 전부 뒤땅이라고 보면 됩니다. 금에서부터 금 앞으로 맞아야 제대로 친 거죠. 잔디나 연습장 매트에서는 잘 안 보이던 게 맨땅에서는 확인이 가능합니다.”

   

   최경주재단의 동계훈련에서도 실제 이 방법을 사용한다. 클레이코트에 사용하는 흙을 구해다가 소금과 물을 잘 섞고 나서 인절미가 말라가는 단계 정도의 땅을 만든다. 거기서 치면 정말 손맛이 좋다고 한다. 많은 프로 골퍼가 이걸 본떠 동계훈련에서 사용하며 ‘클레이 샷’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는 후배들에게 클레이가 없으면 벙커에서 연습하고, 벙커가 없으면 해변이나 강가로 가서 연습하라고 조언한다. 그런 곳에서 땅에 금을 그어 놓고 치는 게 최고의 연습이라는 것이다. 최경주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도 시험 삼아 해보십시오. 아이언 샷의 정확한 임팩트 감을 저절로 알게 될 겁니다. 그러면 잔디가 팬 디보트 자국에서 샷을 하거나 중장거리 벙커 샷도 문제가 없습니다. 아이언 샷만큼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이 생기죠.”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최경주의 스페셜 레슨’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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