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 토크] 올림픽 2連覇 도전하는 박인비
5년 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귀국한 날 인천공항에서 박인비(33)는 남편이자 스윙코치인 남기협씨로부터 깜짝 선물을 받았다.
태어난 지 3개월 된 골든 레트리버 반려견 ‘리오’였다. 골든 레트리버(Golden Retriever)는 이름처럼 황금빛 털을 가진 대형견이다. 잘 어울리는 성격이 특징이다. 큼직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박인비가 윤기 나는 황금빛 리오를 품에 안고 좋아하던 기억이 새롭다.
“벌써 리오가 다섯 살이 됐네요. 리오와 저를 슬럼프에서 꺼내 준 남편과 한강 둔치를 산책하는 게 요즘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리오에겐 여자친구도 생겼다고 한다. 이웃집 골든 리트리버 반려견인 ‘제시카 알바’다. 덩달아 리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됐다.
박인비(오른쪽)와 남편 남기협씨가 집에서 반려견 리오와 함께 찍은 사진. /민학수의 올댓골프 |
이렇게 말하는 박인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약간 들뜨고 신바람에 차있었다. 박인비는 3월 25일 열리는 기아 클래식으로 올 시즌으로 시작하기 위해 3월 초 미국으로 출국한다.
박인비는 2020년 호주여자오픈에서 통산 20승째를 올렸다. /던롭스포츠코리아 |
박인비는 이번 겨울 동안 초등학교 때 골프 시작한 뒤 가장 많은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네 차례 하루 두 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과 순발력 운동을 겸한다. 그럼 체중이 많이 빠졌겠다고 하자, “근육은 많이 붙는데 체중이 잘 줄지는 않네요. 제가 워낙 잘 먹어서요”라며 편하게 웃었다.
평균 245야드 드라이버를 치는 그가 자기보다 30야드 이상 더 멀리 치는 ‘대포’들을 혼내는 방법은 역시 정교함이다. 웬만한 선수들 9번 아이언으로 치는 것보다 박인비가 하이브리드로 친 공이 핀 가까이 붙는 경우가 많다. 그는 “하이브리드라도 다운 블로를 완만하게 쓸어치면 공이 떨어진 뒤 2~3미터 안에 멈추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LPGA투어 15년째인데도 이런 경쟁력을 유지하는 ‘인비 언니’에게 아직도 많은 후배들이 “비결이 뭐예요”라고 묻는다고 한다.
“예전에 드라이버가 안 맞을 때는 퍼터가 잘됐어요. 퍼팅이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샷이 안정되니까 이젠 퍼팅이 잘 안 되네요.”
박인비는 요즘 퍼팅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했다. 특히 백 스트로크를 더 천천히 하면서 리듬을 회복하는 데 집중한다. 퍼팅 스트로크가 빨라서 터치감이 일정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인비의 올해 시간표는 8월 도쿄 올림픽에 맞춰져 있다.
“올림픽에 나간다고 준비한 게 벌써 3년째예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잘 준비하고 싶어요. 메달과 관계없이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하고 두 차례 연속으로 나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영광이죠.”
현재 박인비의 세계 랭킹은 3위. 1위 고진영, 2위 김세영에 이어 한국 선수 셋째다. 한국은 네 명까지 올림픽에 나갈 수 있고, 여자 골프는 6월 28일 세계 랭킹 기준으로 결정된다.
“둘 다 무서운 선수들이에요. 고진영은 경기 스타일이 침착하고 퍼트를 잘하죠. 특히 아이언 실력이 두드러져요. 김세영은 몰아치기 능력이 대단해요. 퍼팅이 잘될 때는 따라갈 사람이 없을 정도고요.”
만약 세계 1~3위가 한 조에서 우승 경쟁을 벌인다면? ‘침묵의 암살자’란 별명에 어울리는 답이 돌아왔다.
“어려운 상대와 쳐도 저는 영향을 안 받는 스타일이에요. 골프 선수는 그래야 하고요. 나만의 심리전요? 어떤 상황이 와도 차분하게 티 내지 않고 이겨내는 것, 그런 게 보이지 않는 미세한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 같아요.”
박인비는 지난해 1승을 추가해 미 LPGA 투어 통산 20승(메이저 7승) 고지에 올랐다. 박세리가 보유한 한국인 최다 승(25승)에는 5승 남았다. 그는 “2020년에 20승을 기록했으니 2021년에는 21승째를 올리면 좋겠다는 희망은 갖고 있다”고 했다.
“한때 동기 부여가 안 돼 골프 접을 생각을 했던 적도 있어요. 지난해 우승하고 매 대회 우승 경쟁을 벌이면서 ‘내 골프가 아직도 통하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골프를 계속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죠. 언제 또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혹시 현역으로 가장 오래 활동한 선수로 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리오가 자꾸 엄마(박인비) 품을 파고들며 장난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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