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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박세리 ‘맨발 투혼’이후 한국 선수 11번째 우승… 김아림 “얼떨떨하고, 머리가 하얗다”


김아림이 US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낸뒤 주먹을 불끈쥐고있다./AP 연합뉴스

“너무 얼떨떨하다.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우승까지) 오니까 머리가 하얀 것 같다.” 미국 본토 대회에 첫 출전한 김아림(25)이 여자골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을 제패했다.

김아림은 15일(한국 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마지막 3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버디 6개, 보기 2개로 4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원)다. 세계 1위 고진영도 3타를 줄이며 미국의 에이미 올슨과 공동 준우승(2언더파)을 차지했다.

단독 선두로 출발했던 일본의 시부노 히나코는 3타를 잃고 4위(1언더파)로 밀렸다.

한국 선수가 US여자오픈을 제패한 건 11번째다. 박인비(32)가 두 번(2008·2013년) 우승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로는 김아림이 10번째다. 지난해 이정은(24)에 이어 2년 연속 한국 선수 우승이기도 하다.

/AP 연합뉴스

1946년 시작된 US여자오픈에서 첫 출전에 우승한 건 패티 버그(1946년), 캐시 코닐리어스(1956년), 김주연(2005년), 전인지(2015년)에 이어 김아림이 다섯 번째다. 김아림은 이번 우승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드를 5년간 얻었고, US여자오픈에는 10년 동안 출전할 수 있다.

악천후로 현지 시각 월요일에 열린 최종 라운드에서 김아림의 역전극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날 김아림은 3라운드까지 선두였던 시부노 히나코(일본)에 5타 차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마지막 3홀을 남겼을 때까지도 선두에 2타 뒤져 있었다. 김아림은 16번 홀(파3)에서 1m 버디 퍼트를 성공해 선두 에이미 올슨(미국)에 1타차로 따라붙었고 17번 홀(파4)에서는 탭인 버디로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그리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까다로운 3m 내리막 버디를 성공하며 1타차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뒤 30분 가량 기다리던 김아림은 18번 홀 올슨의 두 번째 샷이 홀에서 4m 지점에 떨어지면서(이글이 성공하지 못하면서) 우승이 확정되자 처음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지난해 우승자 이정은과 김지영이 달려와 샴페인을 뿌리자 환호성을 올리며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했다.



김아림은 공격적인 전략이 딱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김아림은 시상식 후 가진 인터뷰에서 “3라운드에서 아쉬운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오늘은 웬만하면 핀을 보고 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격적으로 하겠다는 각오로 나왔는데 생각대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아림은 US여자오픈뿐 아니라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한 게 이번이 처음이다. 김아림은 “사실 저는 미국이라고 해서 (페어웨이가) 굉장히 넓고, 러프도 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좁더라”며 “(코스에) 나무들도 생각보다 높아서 당황했지만 일찍 도착해서 대회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고 했다.

김아림은 “너무 얼떨떨하다.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우승까지) 오니까 머리가 하얀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면 (우승의 기쁨을) 더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다음은 우승 인터뷰.

-우승을 했는데, 소감이 어떤가?

정말 영광스럽고, 내가 우승했구나하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내가 항상 우승했던 분위기와 많이 다르고, 코로나 때문에 다른 환경에서 우승을 한 것이기 때문에 어색하다.

-믿기 힘들 정도의 마지막 세 홀 연속 버디였다.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가?

16번 홀은 파3, 5번 아이언으로 맞바람 182야드에서 쳤다. 핀 살짝 3야드 지나간 것을 넣었다.

17번 홀은 유틸리티 클럽으로 티샷했고, 8번 아이언으로 붙여서 버디를 잡았다.

18번 홀은 3번 우드, 48도 웨지로 쳐서 버디를 잡았다.

-지금 미국과 한국과 환경이 다르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다른가?

일단 버뮤다 그래스는 한국에서는 생소하다. 버뮤다도 다른 종자로 느껴져서 아이언을 칠 때 바닥에 프레셔가 오는 잔디는 처음이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좀 더 정교하게 칠 수 있는 잔디라고 느꼈다. 여기서 연습하면 행복하겠다고 느꼈다.

-골프를 언제 어떻게 시작했고, 누구한테 영감을 받았는가?

어렸을 때 부터 좋았던 선수는 안니카 소렌스탐이었다. 사실 골프는 아버지랑 놀려고 시작했던 것이다. 선수를 꿈꾼 것은 하면서 좋아하게 된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잘 하고 싶은 욕심에 프로턴을 하게 됐고, 지금까지 왔다.

-몇 살에 시작했는가? 박세리 프로가 우승했을 때의 기억이 있는가?

내가 시작했을 때는 박세리 프로님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한참 후였지만 아직 LPGA에서 뛰고 있었다. 나는 골프를 하면서 박세리 프로를 역사처럼 보면서 컸다.

-오늘 계속 리더보드를 보면서 플레이했나?

봤다. 보고 있었고 선두와 몇 타 차이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쳤다.

/AP 연합뉴스

-대회 시작할 때, 여기에서 무엇을 이뤄야 겠다고 생각했는가?

사실 여기 시합하는 날까지도 코스 적응이 아직 잘 되지 않은 상태여서 어떻게 하면 페어웨이에서 좋은 샷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페어웨이에 공을 가져다 놓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린 주변에서 조금 더 정교하게 어프로치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근데 점차 하루하루 지나갈 수록 감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고, 그린 주변 어프로치도 두렵지 않게 되다보니 샷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이 좋은 흐름을 탈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아까 TV에서 전화기를 캐디백 안에 떨어뜨렸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축하메시지 많이 받았나? 미국은 처음인가?

축하메시지보다는 잘 봤다, 멋있었다는 메시지가 많았다. 그 당시는 우승이 결정된 상황이 아니어서 격려를 많이 받았다.

미국은 4년 정도 전지훈련으로 와 본 적은 있었다. 팜 스프링스에서 연습을 했다.

-경기할 때 마스크를 착용을 했는데, 평소에도 그렇게 했는가?

꾸준히 연습을 했다. 왜냐면 내가 걸리는 건 무섭지 않은데, 내가 또 다른 누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 딴에는 이게 최선이겠다고 생각하고 불편한 것은 감수하고 연습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새벽이었는데 가족들이 보고 있었는가?

계속 보셨다. 계속 보셨고, 원래 조금 늦게 주무시기도 하신다.

-우승을 하면서 LPGA투어 카드를 받게 됐는데, 내년부터 참가할 의향이 있는가?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축하를 할 것인가?

일단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것 같다. 가서 오늘 있었던 일,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축하를 할 것 같다.

-지금 여기 누구와 같이 왔는가?

어머님과 캐디 오빠와 같이 왔다.

마지막으로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드리고, 내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잘 돼서 우승한 것 같다. 저를 끝까지 믿어주시는 스폰서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시국에 이렇게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내 플레이가 누군가에게는 희망과 에너지가 됐으면 좋겠다.

여기 자원봉사자 분들께서 많이 지원해주신 덕분에 선수들의 플레이에 도움을 주셨다. 거기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린다.

함께 해주신 부모님께도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시즌 중간부터 샷이 안 되고 어려울 때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 주신 최차호 트레이너님과 김기환 프로님께도 감사 인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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