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자격 없는 선수들 위한 '월요예선' 통과자 사상 첫 우승
지난해 일본 투어에 데뷔한 김성현(22·한국체대 3)은 일본에서 '타이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타이거 우즈처럼 드라이버에 호랑이 헤드 커버를 씌우고 호쾌한 샷을 날리는 그는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장타 부문 4위(305.7야드)에 올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군에 입대한 이상희(28)의 호주 출신 캐디와 계약하고 일본 투어 개막을 기다리던 중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자"며 용기를 주는 아버지의 조언으로 국내 2부 투어에 몸 담았던 김성현이 '인생 역전'의 한 방을 터뜨렸다.
KPGA선수권대회 우승자인 김성현이 기뻐하고 있다. 최종 라운드 18홀을 먼저 끝냈던 그는 다른 경쟁자들이 경기를 마칠 때까지 30분을 기다려 우승을 확정한 다음에야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KPGA |
그는 9일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0)에서 막을 내린 제63회 KPGA 선수권대회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월요 예선을 거치고 출전해 우승한 사상 첫 선수가 됐다. 월요 예선은 출전 자격이 없는 선수들이 대회가 열리는 주 월요일에 마지막 본선 무대 출전권을 다투는 제도다. 김성현은 지난 3일 대회 코스에서 열린 월요 예선에서 커트라인인 8위로 통과해 출전 선수 156명 중 꼴찌 순번으로 참가 자격을 얻었다. 그는 지난 7월에도 월요 예선을 거쳐 코리안 투어 대회인 KPGA 오픈에 출전했으나 공동 45위에 머물렀다.
김성현은 이날 한때 7명의 공동 선두가 나올 정도로 혼전이 벌어진 가운데 최종 합계 5언더파 275타를 기록, 함정우(26)와 이재경(21)을 1타 차이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4라운드를 선두에 4타 차 공동 8위로 출발한 김성현은 깊고 질긴 러프와 어려운 핀 위치, 강풍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플레이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였다. 먼저 경기를 끝내고 혹시 모를 연장전을 준비하던 그는 우승이 확정되자 두 팔을 치켜들며 포효했다. 김성현은 "우승은 생각도 못했는데 코스가 까다로운 일본 투어에서 1년 뛴 게 큰 도움이 됐다"며 "가끔씩 백을 메는 아버지가 행운을 가져다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일본 2부 투어 우승 때도 백을 멨던 아버지 김태우(46)씨는 "나는 '잘한다'고 말해 준 게 전부"라고 했다.
김성현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회의 우승자란 영광과 함께 푸짐한 상금과 특전을 받았다. 상금 1억8000만원으로 단숨에 상금 1위로 올랐고, 2025년까지 코리안 투어 출전권과 KPGA 선수권대회 평생 출전권,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그는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꼭 미국 PGA 투어에 진출하고 싶다"고 했다.
김성현은 실내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며 티칭 프로를 했던 아버지 영향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해 고교 2학년 때 전국체전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국가대표를 함께 지낸 동갑 임성재가 친구이자 롤 모델이다.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것도 국내와 일본 투어를 병행하며 PGA 투어를 준비한 임성재의 영향이 컸다. JGTO 퀄리파잉테스트를 4등으로 통과해 지난해 풀 시드를 받은 그는 일본 1부 투어 상금 순위 59위에 올라 올해 시드를 확보했다. 2부 투어도 병행해 5월 헤이와 PGM챌린지에서 우승해 상금 순위 8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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