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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삼다수마스터스 2연패

유해란(19)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무서운 언니 이정은(24)이 버디를 쏟아내며 턱밑까지 쫓아와도 '잡을 테면 잡아봐라'는 듯 버디로 응수했다. 실수를 해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씩 웃어 보이며 상대의 추격 의지를 끊고 달아나는 솜씨는 백전노장 같았다. 세계 1위 고진영(25)과 전 세계 1위 박인비(32), 유소연(30)을 비롯해 김효주(25), 이정은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대회에서 정작 한 차원 다른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는 열아홉 유해란이었다.

2일 제주도 세인트포 골프 앤드 리조트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8억원·우승 상금 1억6000만원)에서 또 한 명의 무서운 10대가 등장했다.

물허벅 세리머니 - 2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유해란이 대회 관계자들과 함께 ‘물허벅(제주도에서 물을 길어 나르는 도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유해란은 1라운드부터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챔피언에 올랐다. /연합뉴스

5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유해란은 이날 6타를 줄인 이정은의 매서운 추격에 한때 2타 차까지 쫓긴 적도 있지만 결국 3타 차로 우승을 지켰다. 버디 5개, 보기 1개 가운데 버디 4개를 마지막 6개 홀에서 터뜨리며 최종 23언더파를 쳤다. 이날 유해란, 이정은과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하며 5타를 줄인 임희정이 3위(18언더파)였다. 김효주와 장하나가 공동 4위(17언더파)였다.

1라운드부터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우승을 차지한 유해란은 각종 기록을 줄줄이 세웠다. 4라운드 동안 버디 25개(보기 2개)를 쏟아내며 기록한 합계 23언더파 265타는 KLPGA 투어 72홀 최소타 우승 타이기록으로 김하늘(2013년 MBN·김영주골프여자오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리고 여자골프 레전드인 김미현(1995·1996년 한국여자오픈), 박세리(1995·1996년 서울여자오픈), 송보배(2003·2004년 한국여자오픈)에 이어 신인이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네 번째 선수가 됐다.

유해란은 지난해 2부 투어에서 2연승을 달리며 이 대회에 추천 선수로 나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악천후로 최종 3라운드가 취소되며 36홀로만 치러져 행운의 우승이란 평이 있었지만, 4라운드로 치러진 올해 대회에서 제대로 실력을 보여줬다. 올해 목표로 세운 신인상 경쟁에서도 시즌 초부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유해란은 키 176㎝의 당당한 체격에 3번 아이언으로 220야드를 칠 정도로 롱 아이언을 잘 다룬다. 그는 "있는 힘껏 공을 치기보다는 정확하게 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는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해 중 1 때이던 2014년 KLPGA 협회장배 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성인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2016년부터 3년간 국가대표를 지내며 2018년 아마추어 대회 5관왕과 그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을 차지했다.

3남 1녀 중 막내인 유해란은 "골프를 안 할 땐 이불 속에서 유튜브 보는 게 취미"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느긋하고 차분한 성격이 최대 무기다. "5분 뒤 일도 머릿속에서 지우고 당장 눈앞의 공을 치는 데만 집중한다"는 '멘털 갑(甲)'이다. 유해란은 "골프 선수로서 큰 목표를 세우지도 않았다"며 "스트레스받는 일 없이 즐겁고 재미있게 오래오래 골프를 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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