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점은? - 우즈 이상으로 달려도 멀쩡한 일반인 많은데…
전문가 분석 - 우즈, 무릎에 체중 쏠리는 스타일
빨리 달릴수록 부하는 커졌을 것… 무리한 스윙도 발목·허리에 부담
타이거 우즈(45)는 이달 초 골프TV에서 "시간을 되돌려 젊은 시절로 돌아가면 나 자신에게 너무 많이 뛰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투어 초기 5~6년 동안 일주일에 30마일(약 48㎞) 이상 뛴 게 내 몸과 무릎을 망가뜨렸다"고 대답했다.
탄탄한 근육질을 자랑했던 우즈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우즈 이상으로 달리면서도 멀쩡한 일반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달리기 탓을 하기보다는 '섹스 스캔들을 일으키지 말았어야 했다'는 고백을 기대했을 사람도 많았을 것 같다.
재활의학 전문의와 트레이너들에게 의견을 들어보니 지나친 달리기로 몸이 망가졌다는 우즈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달리기가 일반인이 아닌 골퍼 우즈에겐 결국 독(毒)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었다.
타이거 우즈가 지난 2010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자택 인근에서 달리는 모습. 그는 투어 초기 5~6년 동안 일주일에 48㎞ 이상 뛰었다고 한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래픽=김성규 |
배하석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달리기는 정상 보행과 비교해서 무릎에 미치는 영향이 체중의 2~3배 정도이며 속도가 빨라질수록 부하는 더 커진다"며 "준비 운동인 웜업(warm up)과 마무리 운동인 쿨 다운(cool down)을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로 가볍게 시속 6~7㎞ 범위에서 15분 이내로 달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 무릎에 큰 부담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즈는 얼마나 빨리 달렸을까. 우즈가 2004년 마스터스 우승 후 한때 아버지가 근무했던 미 육군 특수부대 그린 베레 캠프에서 나흘간 군사훈련을 받았던 적이 있다. 당시 우즈는 기준 시간 36분보다 5분 정도 빠른 31분 18초에 4마일을 주파했다고 한다. 시속 12.35㎞였다. 우즈는 "그 정도 달리기는 평소에 달리던 것과 비슷했고,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러닝은 어깨(팔) 스윙과 고관절을 이용한 다리의 움직임을 통해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빨리 달리려고 하면 대부분 무릎 관절을 사용하고 체중이 앞으로 쏠리는 자세가 된다. 정광천 JK 골프컨디셔닝 원장은 "경쟁심 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우즈는 달리기 때도 숨이 찰 때까지 갑자기 속도를 올리는 등 다이내믹하게 달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우즈가 이런 속도와 무릎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5~6년간 꾸준히 달렸다면 큰 무리가 됐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구나 우즈는 장타에 목숨을 거는 '마초 골퍼'였다. 임팩트 순간 발끝으로 서면서 최대한 힘을 모았다. 이때 왼쪽 무릎을 비롯해 몸 관절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어려서부터 수술을 받은 부상 이력과 무릎과 발목, 허리에 부담을 주는 다이내믹한 스윙 자세, 그리고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러닝이 겹쳐 복합적으로 큰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핫식스' 이정은(25)과 7년째 호흡을 맞추는 정상욱 트레이닝 코치는 "골프는 한쪽 방향 운동이어서 몸의 좌우 밸런스가 깨진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뒤틀린 몸으로 무리하게 뛰면 그만큼 몸이 더 뒤틀리게 되는데 우즈처럼 통증을 참고 뛰면 부담을 주게 된다"는 설명이다.
우즈가 부상과 재발, 수술 등 몸에 큰 문제가 있었던 걸 다 합하면 27차례나 된다. 왼쪽 무릎 7번, 등과 허리 12번, 아킬레스건 3번이 포함돼 있다. 달리기로 인한 과도한 체중 부하가 관절의 퇴행성 변화를 촉진시키고 부상 위험도도 증가시키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정상욱 코치는 "골퍼는 오래 달리거나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내는 것보다 몸의 좌우 균형을 맞추고 근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며 "무조건 밖에서 달리기보다 트레드 밀에서 자신의 달리기 습관을 관찰해서 좌우 보폭을 맞추고 무리가 되지 않는 자신만의 일정한 스피드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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