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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11개월만에 호주오픈 우승… 그동안 퍼팅 난조, 준우승만 5번

4R 첫 홀 보기 하며 흔들렸으나 여러 차례 중·장거리 퍼팅 성공
朴 "골프는 역시 퍼팅이 중요해"

박인비(32)가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마침내 통산 20승(메이저 7승) 고지에 올랐다. 통산 19승째를 거둔 2018년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이후 준우승만 5차례 하다가 1년 11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7년 LPGA투어 데뷔 이후 14시즌 만에 거둔 기록이다. 한국 선수 중에선 박세리(43·25승) 이후 두 번째, LPGA 전체로는 스물여덟 번째다.

박인비가 16일 호주여자오픈 우승컵에 입맞추며 미 LPGA투어 통산 20승 고지에 올랐다. 박인비는 "8년만에 호주에서 열린 대회에 나왔다"며 "2007년부터 함께한 캐디 브래드 비처와 피지컬 트레이너도 호주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AP 연합뉴스

박인비는 16일 호주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4개로 1타를 잃었지만 합계 14언더파 278타로 2위 에이미 올슨(미국)을 3타 차이로 제쳤다. 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3000만원)를 받았다. 박인비는 "2년 동안 퍼팅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번 주에는 거리감 등 퍼팅의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다"며 "골프는 역시 퍼팅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한 주였다"고 기뻐했다.

전성기 시절 '박인비 골프는 퍼팅이다'란 찬사를 받았다. 신기(神技)나 다름없는 실력이었다. 절친인 타이거 우즈에게 원포인트 퍼팅 레슨을 해주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스티브 스트리커는 "박인비는 내가 본 골퍼 중 최고의 퍼팅 스트로크 템포를 지니고 있다"고 격찬했었다. 퍼팅만큼은 '골프 황제' 우즈 못지않거나 더 뛰어나다는 평가였다. 박인비는 홀까지 발걸음을 재지도 않고 반대편에서 퍼팅 라인을 읽어 보지도 않는다. '한 번 척 보고 그냥 퍼팅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2년 전부터 로리 매킬로이에게 퍼팅을 가르치는 브래드 팩슨은 "퍼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감각이다"라며 "박인비는 한 번에 퍼팅 라인을 읽어내고 퍼팅 스피드를 일치시킬 수 있는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던 박인비가 2년 전부터 "퍼팅이 정말 안 된다"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달라이 라마(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를 떠올리게 한다던 여유로운 미소가 사라지고, 1~2m 짧은 퍼팅에도 조바심을 내는 모습이 역력했다.

퍼팅 레슨이 필요한 게 아니냐고 하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선수 출신인 남편 남기협씨는 "(박)인비에게 누가 퍼팅을 가르쳐줄 수 있나요.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요"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답을 하곤 했다.

박인비는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첫 정상에 오른 이후 드라이버 입스(yips·샷 불안 증세)로 4년 가까이 슬럼프에 빠졌다. 그때 드라이버 샷을 잡아 준 사람이 남기협씨였다. 그후 박인비는 2012년 2승, 2013년 메이저 대회 3연승을 포함한 6승, 2014년 3승, 2015년 5승, 2017년 1승, 2018년 1승을 올렸다. 손목과 등 부상에 시달리던 2016년에도 리우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지난해 무관에 그쳤다. 장타는 아니지만 정확한 샷으로 공을 페어웨이와 그린으로 몰고 다니다 특기인 퍼팅으로 승부를 내는 '박인비 골프'가 퍼팅 부진으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박인비는 올림픽 2연패를 겨냥해 올 시즌 개막과 함께 4개 대회 연속 출전을 했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2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했다가 퍼팅 난조에 발목을 잡혀 연장 끝에 준우승한 뒤 2개 대회 연속 컷탈락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라운드가 거듭되면서 퍼팅이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특히 자신감을 잃으면 빨랐다 느려졌다 일관성이 떨어지던 스윙 템포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날 위태롭던 박인비를 구한 것도 퍼팅이었다. 박인비는 3타 차 선두로 나선 마지막 라운드 첫 홀부터 보기를 했다. 하지만 3·4번 홀 연속 버디에 이어 6·8번 홀(이상 파4)에서는 4~5m 거리 파퍼트에 성공했다. 9번 홀을 마쳤을 때 2위 그룹에 5타 앞섰다. 그는 후반 들어서도 10·12번 홀(이상 파4)에서 긴 거리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강한 바람 탓에 흔들려 14·16번 홀 보기를 했지만, 17번 홀(파5)에서 투온에 성공해 버디를 잡으며 쐐기를 박았다.

박인비가 마지막 홀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퍼팅을 넣자 많은 한국 선수가 그린에 올라가 샴페인을 터뜨렸다. 이날 박인비의 우승으로 도쿄올림픽을 향한 한국 선수들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세계랭킹 15위 이내 한국 선수 중 4명이 태극 마크를 단다. 고진영(1위), 박성현(2위), 김세영(6위), 이정은(9위), 김효주(12위)에 이어 박인비(17위)는 6번째인데, 이날 우승으로 추격에 탄력이 붙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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