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가 프레지던츠컵 첫날 출발에 앞서 단장인 어니 엘스와 코스 공략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PGA 투어 |
안녕하세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임성재입니다. 꿈에 그리던 미국과 세계연합 팀의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을 잘 마치고 돌아와 지금은 한국에서 쉬는 중입니다. 오자마자 어릴 때부터 있던 귀의 염증을 치료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올해 마지막 시합으로 뛰었던 프레지던츠컵은 호주 멜버른에서 열렸는데 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자세히 전해드릴까 해요.
우선 부모님과 저에게 비즈니스 항공권을 주더군요. 호텔 방에 들어가니 대회 유니폼이 각 라운드와 날씨에 맞춰 준비가 되어 있고요. 모자와 벨트, 캐디백과 다른 가방들까지 합치면 대략 40개 정도의 물품을 받았어요. 특히 각 선수들의 취향에 맞는 물품들을 준비해 줘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전 이 옷을 입고 뛴다는 게 너무 신이 나서 방안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받은 물건들을 보고 또 봤습니다. 캐주얼화, 트레이닝복 등 몇 가지 선물도 더 줬고요. 받은 게 너무 많아서 대회가 끝난 후에는 호주에서 한국으로 택배로 부쳤답니다.
대회 개막을 앞둔 화요일에는 갈라 디너가 있었는데 모두가 정장을 입어요. 양복은 제 사이즈에 맞게 제작됐고요. 결혼식처럼 무대로 선수들이 한 명씩 소개되고 등장해요. 제 이름이 호명돼 나갈 때 사람들이 크게 소리 질러주고 박수를 쳐줬죠. 그 가운데로 걸어가는데 엄청 떨리면서도 재미있었어요.
임성재가 프레지던츠컵 3라운드 종료 후 팀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PGA 투어 |
대회 기간 동안에는 일주일 내내 거의 매일 저녁 같이 식사를 하고 팀 미팅을 했어요. 세계연합 팀 단장인 어니 엘스는 이번만큼은 진짜 이겨야 한다고, 이기고 싶다고 엄청난 승부욕을 보였어요. 매일 그렇게 얘기하니까 부담도 되고, 시합할 때 더 집중이 되더라고요.
전 저녁을 먹을 때 주로 (안)병훈이 형이나 최경주 프로님 옆에 앉았는데요. 최 프로님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코스에 대한 얘기도 해주시고, "덤비지 말고, 너무 공격적으로 치지 말라"고 하시면서 힘이 되어 주셨죠.
이번에 선수들이 저를 좋아해주고, 서로 친해져서 참 좋았어요. 특히 이번에 제 샷감이 너무 좋았거든요. 연습라운드 때 엘스나 최경주 프로님이 여기 보고 치라고 하면 공이 그곳으로 딱딱 가는 거예요. 그래서 선수들이 저를 "머신"이라고 불렀어요. 저랑 치고 싶고, 저랑 치면 큰 실수는 안 하겠다며 저를 띄워주고 예뻐해 줬어요. 선수들이 저를 ‘센 무기(Strong Weapon)’라고 한국말 별명으로 불러주니까 그것도 특별했고요. 저도 최대한 다가가고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했고요. 그게 좋은 인상을 줬던 것 같아요.
임성재와 최경주가 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최경주는 세계연합 팀 부단장으로 참가했다./PGA 투어 |
대회 중에는 저도 모르게 손을 흔들며 사람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하니까 환호성이 더 커지고, 그렇게 안 하면 미국 팀 기에 눌릴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손짓을 했던 것 같아요. 관중들이 더 크게 소리지르니까 다음 홀 티로 이동하면 저도 흥분이 되고 더 기분이 좋아졌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마지막 날 싱글 매치에서 올해 US오픈 챔피언 게리 우들랜드를 이긴 거예요. 게리를 이기고 나니까 저도 메이저 대회에서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년에 컨디션 조절을 잘 해서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올해 2개의 메이저 대회를 나갔는데 다 전 주를 안 쉬고 바로 시합을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 뭔가 준비가 좀 덜 되었던 것 같아요. 몸도 조금 힘들고, 너무 급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경기 도중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게리 우들랜드와 임성재./PGA 투어 |
시합을 마친 일요일에는 팀 전체가 클럽에 갔답니다. 다들 신나게 춤추고, 노래 부르고 노는데 저한테 강남 스타일 댄스를 추라고 하더라고요. 억지로 끌려나가 췄어요. 다들 늦게까지 노는데 저는 다음날 새벽 3시30분 비행기라 1시쯤 자리를 빠져 나왔답니다.
이번 프레지던츠컵은 제게 정말 특별한 시간이었어요. 팀 플레이가 주는 팀에 대한 간절한 마음, 서로를 응원하면서 치는 게 너무 좋았고, 갤러리들과 같이 호흡한다는 게 뭔지도 안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저를 세상에 좀 더 알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조금 더 큰 느낌이라고 할까요?
대회를 마치고 18번홀 그린으로 걸어오면서 우들랜드가 자꾸 사람들에게 저를 칭찬해주는 거예요. 진짜 좋은 선수라고요. 세계적인 기량의 선수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고, 기뻤답니다. 이제 저는 1월부터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PGA 투어를 시작합니다. 연말 잘 마무리 하세요. 1월에 다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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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성재, 화이팅! 2020년에 꼭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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