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피로골절로 통증 시달리면서 강점이던 퍼팅 불안, 슬럼프 빠져
올 시즌 7개 대회 연속 컷 탈락
'독백 골프'로 마음의 안정 되찾아 日 상금 랭킹 30위 밖서 12위로
"올해 대회 한개만 남아 아쉬워"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선수 생활이 이렇게 끝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거든요."
2일 일본 도쿄의 한류(韓流) 거리로 유명한 신오쿠보에 마련한 숙소에서 전화 연결이 된 김경태(33)에게 한두 번 우승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많이 울었느냐고 묻자 겸연쩍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힘들다는 말도 잘 안 하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돌부처' 김경태가 눈물을 흘렸다. 김경태는 1일 끝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카시오 월드오픈에서 선두에 3타 뒤진 3위로 출발했다가 버디 8개를 잡아내며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먼저 경기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대기하던 김경태는 우승이 확정되고 동료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자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오른쪽은 일본투어에서 함께 뛰는 강경남. /JGTO |
전날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카시오 월드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면 김경태는 곧바로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상금 랭킹 30위 밖이던 그는 12위로 뛰어오르면서 5일부터 도쿄 요미우리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일본 투어 시즌 최종전인 JT컵 출전 자격을 따냈다.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김경태는 어려서부터 독종이었다. 주니어 시절 구멍 난 골프화를 접착제로 붙여 신고, 새 클럽 살 돈이 없어 여성 중고 클럽을 들고 경기에 나서도 언제나 1등을 차지했다. 경기가 잘될 때나 잘 안 풀릴 때나 변함없이 늘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어 '돌부처'로 통했다.
이런 돌부처가 펑펑 눈물을 쏟은 데는 지옥 같은 3년을 견디며 다시 정상의 자리에 돌아왔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한번 통증이 오면 숨을 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마는 등 피로 골절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골퍼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퍼팅 입스(yips·샷 실패 불안 증세)까지 겪었다.
일본투어 14승째인 이번 우승은 지난 2016년 5월 미즈노오픈 이후 3년 6개월(42개월) 만이다. 그는 2015년 5승을 거두며 상금왕을 차지한 데 이어 2016년 3승을 올리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을 들었다. 2017년에는 승리가 없었지만, '톱5'에 5차례나 드는 등 그렇게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등과 손에 잦은 부상이 찾아오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9월 국내 대회 신한동해오픈 도중 주저앉았다. 등 피로 골절 때문이었다. 골프나 야구처럼 한 방향으로 힘을 쓰며 회전하는 종목의 선수들은 갈비뼈 뒤쪽 물렁뼈에 피로 골절이 올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되더라"며 "다행히 충격파 치료를 받고 간신히 시즌을 마치고는 한 달 이상 클럽을 놓고 쉬었다"고 했다. 완치가 됐다고 생각하고 떠난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통증이 다시 찾아왔다. 제대로 훈련도 하지 못하고 올 시즌을 맞았는데,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또 겪었다. 경기 중 퍼팅을 하려는데 백 스윙이 잘 안됐다고 한다. 퍼팅이 강점이었던 그에게 퍼팅 입스까지 온 것이다. 그는 지난 7~10월에 7개 대회 연속 컷 탈락하면서 추락했다.
이 무렵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후원사(신한금융그룹) 소개로 받기 시작한 멘털 트레이닝이었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던 문제점을 이야기하자 마음이 풀리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혼자 대화를 주고받으며 경기를 하는 '독백 골프'도 익혔다. 마음의 안정이 오면서 슬그머니 퍼팅 입스도 사라졌다고 한다.
그는 2011년 세계 랭킹 18위까지 오른 적이 있는데 최악의 슬럼프를 겪으며 지난 11월 초에는 646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번 우승으로 250위로 다시 올랐다. "다섯 살 된 큰아이가 아빠 우승하는 걸 처음 봤다"고 이야기하던 김경태가 "올해 대회가 하나밖에 안 남은 게 정말 아쉽다"고 했다. 돌부처가 자신감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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