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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3일 열린 KPGA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샷을 날리고 있는 문경준. photo 민수용 골프전문 사진작가

7타 차 열세를 뒤집은 대역전승의 주인공 임성재(21)의 승부사 기질과 영웅적이었던 샷들, 놀라운 패기에 모두 환호성을 보낸다. 그러는 마음 한편에선 승부 세계의 잔혹함과 속절없이 무너진 패자에 대한 연민이 몰려온다. 어떻게 했어야 그런 일을 막을 수 있었을까?
 
   지난 10월 13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37세의 문경준은 공동 2위 그룹에 5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했다. 공동 5위 임성재보다는 7타 앞서 있었다. 하지만 보기 6개와 버디 2개로 4타를 잃고 공동 2위로 밀려났다. 대회가 열린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에서 가장 바람이 심했던 날은 3라운드였다. 그날 60대 타수를 친 선수는 68타를 친 문경준과 69타를 친 주흥철 두 명밖에 없었다. 그런데 다들 “이번 우승은 네 것이야”라고 할수록 마음은 도무지 비워지지 않았다. 별 생각 없이 치던 때와 전혀 다른 부담, 기대, 불안이 한 묶음이 돼 몸과 마음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린 것이다.
 
   문경준의 이야기이다. “그저께부터 잠이 안 오기 시작했다. 오늘 오전 7시에 알람을 맞춰놓았는데 5시에 깼다. 그때부터 책도 읽고 ‘생각 비우기’ 연습을 비롯해서 별거 다하며 딴청을 피워보았다. 하지만 결국 오늘 소심한 경기를 하고 말았다. 우승하면 얻는 게 많았다. ‘그걸 다 갖고 싶었나?’ 사실 반전의 기회가 많이 있었다. 그런 기회에 100야드 남겨놓고 겨우 파를 했다. 욕심이 많아서 더 긴장한 것 같다.”
 
   문경준은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다. 하지만 늘 선택과 그에 따른 아쉬움이 있기 마련인 ‘마음의 게임’이라는 늪은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븐파만 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첫 홀에서 그린이 엄청 단단하고 빨라 깜짝 놀랐다.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하니까 그러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평소보다 많은 갤러리(2만5000여명)도 있었다.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페어웨이에 떨어진 샷 중 디보트에 세 번이나 빠졌다. 생각이 많았다. 그래도 자신 있게 했어야 했다.”
 
   1타 차로 뒤진 가운데 맞이한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투온을 시도하지 않았던 아쉬움도 있다. “우드는 길고 하이브리드는 짧을 것 같은 거리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100야드를 남기고 세 번째 샷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100야드 샷도 짧게 친다고 쳤는데도 긴장한 탓인지 너무 길었다.” 그는 결국 18번홀 보기를 해 단독 2위에서 공동 2위가 됐다.
 
   문경준은 고등학교 1학년까지 테니스 선수를 하다 대학교 2학년 때 교양과목을 통해 골프에 입문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데뷔 9년 만인 2015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공황장애를 꾸준한 명상과 등산으로 이겨낸 의지의 사나이다. 아내와 함께 세 아이를 키우는 가장이기도 하다. 문경준은 올해 제네시스 대상, 최저타수상을 수상해 최고 성적을 남겼다. 동계훈련 기간 열심히 체력훈련을 한 덕분이다. 그는 잘 웃고 먼저 인사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고마운 분들께 늘 감사편지를 보낸다. 이번에 놓친 우승이 그에게 더 좋은 기회를 만들어줄 것 같다. 극복(克服)하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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