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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오픈 4라운드에서 티샷하는 박상현. photo 민수용 골프전문 사진작가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2011년 나온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주인공 남이(박해일 분)가 마지막 부분에서 하는 이 말은 이 영화를 대표하는 대사로 꼽힌다. 남이는 장애물이 있어도 그 뒤의 목표물을 맞히는 곡사(曲射)의 달인이었다. 누이를 앞세워 방패 삼은 청나라 장수를 명중시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양궁선수들 가운데 이 대사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양궁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수시로 변하는 미묘한 바람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그 바람에 따라 오조준을 통해 과녁을 명중시키는 것이다. 신궁(神弓)이라 불리는 선수들은 수많은 연습을 통해 얻은 자신만의 감으로 그 어려운 일을 해낸다.
 
   매년 해안지대에 조성된 링크스 코스에서 벌어지는 디오픈(브리티시오픈)도 바람과의 싸움이라 불린다. 지난 7월 18~21일 북아일랜드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의 던루스 링크스(파71)에서 박상현(36)은 공동 16위(2언더파)로 올해 출전한 아시아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는 지난해 처음 출전한 디오픈에서 컷을 통과하지 못하고는 이렇게 한탄했다. “제가 이제까지 한 것은 골프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공을 치고 다닌 것뿐이지요. 어떤 자연 조건에서도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다닐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제대로 골프를 할 줄 안다고 할 수 없어요.”
 
   그는 올해 디오픈을 앞두고는 아이리시오픈과 스코티시오픈을 치르면서 링크스 코스를 경험했다. 두 대회 모두 컷을 탈락했지만 실망하지 않고 진짜 무대를 준비했다.
 
   그가 링크스 코스에서 새로 깨달은 비결은 이렇다. “바람이 불면 낮은 탄도로 쳐서 바람의 영향을 덜 받게 하는 게 기본이죠. 하지만 얼마나 낮게 쳐야 하는지 기준은 없어요. 바람의 종류와 샷의 스핀 양에 따라 탄도가 수천 수만 가지로 달라지니까요. 결국 탄도와 볼 스피드, 스핀 양을 조절해서 공을 그린에 세우는 게 중요하죠.”
 
   결국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감을 터득한다는 양궁선수들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였다. 실제 홀까지 공을 몰고 다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여기에는 창의력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150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공을 높게 띄울 수도 있고, 5번 아이언으로 러닝 어프로치를 하듯이 공을 굴려서 올릴 수도 있다. 골프 코스의 특성과 바람에 따라 더 좋은 선택을 하는 판단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그럼 바람은 계산하는 것일까, 아님 극복하는 것일까?
 
   박상현은 “그때그때 다른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주말골퍼들은 맞바람이 불면 세게 쳐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요. 하지만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백스윙도 제대로 하지 않고 너무 빨리 스윙을 하게 돼요. 그러면 공이 ‘땅볼’이 되거나 찍혀 맞아서 공중에 붕 떴다 떨어지고 말죠. 오히려 생각한 것보다 한 클럽 더 여유 있게 선택해서 하프스윙으로 공만 정확히 맞힌다는 생각으로 치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오죠. 뒷바람이 불면 장타를 칠 기회라고 서두르는 것도 마찬가지로 부정확한 샷의 원인이 되죠. 바람보다 먼저 부드럽고 정확한 자신의 스윙에 집중하는 게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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