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아빠에 대한 기억' 가장 큰 걱정, "이젠 자랑스러워할지"
美 잘못 인정·재기한 사람에 관대… 우리였다면 성공했을까
타이거 우즈가 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는 모습을 유튜브로 보다 3주 전 마스터스에서 그가 한 말을 떠올렸다.
자신의 허리 부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이야기하던 우즈는 "두 아이에게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줄 수 있어서(creating new memories) 행복하다"고 했다.
"골프에 복귀하기 전까지 아이들은 골프가 나에게 부상과 고통을 안겨줬다는 것밖에 알지 못했다. 이제 아이들도 나에게 골프가 어떤 의미이고 어떤 업적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하게 됐다." "아이들이 아버지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모습을 영원히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유튜브 검색창에 '타이거 우즈'를 입력하니 자유의 메달 수상 장면과 기념 연설을 비롯해 3주 전 마스터스에서 펼쳐진 기적 같은 우승 드라마, 그리고 지난해 투어 챔피언십에서 5년 만에 우승하는 모습, 그리고 과거의 영광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메이저 대회 15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81승을 거둔 거인에 관한 영상 기록 보관소 같았다.
우즈가 기를 쓰고 새로 만들어낸 영광이 과거의 상처를 밀어낸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죽 훑어 내려가다 한 동영상에서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 2017년 6월 2일 USA투데이 스포츠가 게시한 2분 25초짜리 '감옥 속의 타이거 우즈'란 동영상이었다. 그해 5월 29일 우즈가 약물에 취한 채 집 근처 도로에서 자동차 운전대를 잡고 있다 체포돼 조사를 받는 장면이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사진 오른쪽에서 둘째)가 6일(현지 시각)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수여받고 가족들에게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우즈가 집 인근 도로에서 약물에 취한 채 자동차 운전대를 잡았다가 발견돼 체포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우즈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했다. 댓글들이 눈에 띈다. 수사관이 법적 절차에 따라 '당신이 변호사를 선임할 능력이 안 되면~'이라고 억만장자 우즈에게 말하는 부분에서 웃긴다는 반응이 나온다. '누가 비웃는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돌아왔다'고 최근에 올린 글도 있다. 이 사건이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일이었나 싶다.
우즈는 2009년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불륜 문자를 들키고는 아내를 피해 차를 타고 달아나다 집 앞 소화전을 들이받고 혼절했다. 그 뒤 10년을 인생의 가장 깊은 벙커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병든 중년의 그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아이들의 아빠에 대한 기억이었다.
"아이들이 언젠가 인터넷을 통해 그런 이야기들을 보고 충격을 받을까 봐 정말 걱정스럽다"고 했다.
우즈는 '스포츠 사상 가장 기적 같은 재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억을 창조했다.
# 지난해 우즈의 전기 '타이거 우즈'가 나왔었다. 우즈 주변 인물 250여 명을 인터뷰하고 관련 자료를 샅샅이 찾아 우즈의 사생활을 파고든 책이다. 이런 책은 꼭 우즈에게 가장 관심이 쏠리는 마스터스를 앞두고 나온다.
베트남전 참전 그린베레 출신인 아버지 얼은 아들을 통해 인종차별의 한을 풀려고 했다. "이기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가르쳤다. 태국 출신 어머니 쿨티다는 아들에게 "상대를 완벽하게 밟아야 한다. 다정하게 대해주면 그들이 돌아와 등을 찌를 것이다. 그들의 심장을 가져와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2006년 아버지 얼 우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우즈와 남은 가족이 묘비를 세우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책의 도입부부터 나온다. 우즈의 어머니 쿨티다가 남편의 외도에 대한 복수를 이렇게 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서평에서 '골프 이야기를 제외하면 범죄 드라마에 나오는 소시오패스 이야기'라고 평했다.
섹스 스캔들이 터지고 3년 뒤에는 우즈의 전 스윙 코치 행크 헤이니가 '빅 미스(The Big Miss)'란 책을 펴냈다. 여기서도 우즈는 자신밖에 모르는 성숙하지 못한 인간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 하지만 우즈가 어릴 때부터 10여 년간 베프(베스트 프렌드)로 지낸 남영우 프로는 전혀 다른 기억을 이야기했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인 그는 인근에 사는 우즈와 함께 캘리포니아를 대표해 전국 주니어 대회를 휩쓸었다. "우즈의 집에 가서 놀다 잔 적이 참 많다. 우즈의 부모님은 아들을 정말 사랑했다. 아버지는 늘 '넌 특별한 아이가 될 거야'라며 용기를 주었다. 어머니는 먼저 공부를 하고 골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번도 이들이 우즈를 때리거나 학대한 적도 없다. 우즈에게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장점이 참 많다. 단점만 보면 누구든 소시오패스로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그는 "그런 책들도 있지만 미국 문화는 잘못을 인정하고 재기하는 사람들에게 관대하다"며 "얼마 전부터 미국 매스컴과 많은 팬이 엄청난 격려를 했기 때문에 우즈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우즈가 한국에 살았다면 재기에 성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한국 야구의 자랑이었던 선동열이 지난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쫓겨나는 과정을 생각하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문이 들었다.
그와 관련된 논란은 선수 선발 과정에 대한 것이었다. 감독의 자질에 대한 스포츠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정치인까지 끼어들어 국정감사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야구인 선동열의 업적과 인격까지 짓밟혔다. 우리는 영웅을 키우기보다는 상처 내고 주저앉히는 데 익숙한 사회처럼 보인다. 지금은 국민 스타가 된 박항서도 쫓겨나듯 떠났던 베트남에서 성공을 거두고서야 대접이 달라졌다. 한국은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부분들이 여전히 있다.
인간 우즈의 재기를 보면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나가는' 사회적 노력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민학수 논설위원 겸 골프전문기자 |
화이팅!!! 몬든 좌절과 인생으 쓴맛을 본 이들에게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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