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7타 줄여… 통산 3승… 작년보다 퍼팅 수치 모두 상승세
깃대를 홀에 꽂은 채 퍼팅하는 모습은 올해 가장 달라진 골프장 풍경이다. 예전에는 2벌타를 받는 플레이였지만, 올해부터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골퍼가 원하면 깃대를 뽑지 않고 퍼팅할 수 있다.
걸스 골프 주니어들과 함께 '찰칵' - 25일 미 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고진영(가운데)이 트로피를 앞에 놓고 LPGA가 후원하는 '걸스 골프 프로그램'어린이 회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LPGA는 5세 이상 어린이들이 쉽게 골프를 접할 수 있도록 LPGA 투어 대회에 초청하거나 레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LPGA |
미 LPGA 투어에서 뛰는 고진영은 새 골프 룰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선수다. 그는 "매 홀 느낌 가는 대로 깃대를 꽂을지 말지를 결정한다"면서도 "깃대를 꽂는 게 훨씬 편하다"고 했다. 지난해보다 퍼팅 관련 수치가 모두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성적도 올라갔다.
고진영은 25일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GC) 마지막 4라운드에서 7타를 줄여 합계 22언더파 266타로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홀 보기를 범해 연장 기회를 놓친 류위(중국)를 비롯해 제시카와 넬리 코르다 자매(미국),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가 공동 2위였다.
'깃대 퍼팅의 달인' 고진영의 상승 곡선
3라운드까지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4위였던 고진영은 이날 11번홀까지 4타를 줄인 뒤 14~16번홀, 3연속 버디로 1위에 올랐다.
고진영은 동반자들의 경기 진행에 방해가 안 되면 거리에 관계없이 깃대를 꽂은 채 퍼팅하는 걸 선호한다. 그는 "폭이 작은 깃대를 목표로 삼기 때문에 그보다 더 큰 홀에 넣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필드의 물리학자'라 불리는 괴짜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는 "깃대를 꽂는 게 긴 거리나 내리막 퍼팅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상급 골퍼 중 예전처럼 퍼팅하는 선수가 여전히 많다. 깃대를 꽂는 게 퍼팅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자료도 아직 없다.
고진영은 지난해 그린 적중 시(레귤러 온·파3홀 1샷, 파4홀 2샷, 파5홀 3샷 이내에 공을 그린에 올리는 것) 퍼트 수가 1.78개로 23위였다.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도 29.92개로 91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그린 적중 시 퍼트가 평균 1.69개로 3위,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가 29.13개로 12위였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관련 지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린 위에서 라운드당 평균 0.79타를 줄였으니 4라운드 대회라면 3.16타를 줄인 것이다. 성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고진영은 올해 출전한 4개 대회 성적이 우승, 준우승, 공동 3위, 공동 29위로 꾸준했다.
고진영은 "더스틴 존슨은 안 좋은 샷이 나와도 화를 내지 않고 그냥 클럽을 백 안에 넣고 걸어간다는 투어 동료 제니퍼 송의 말을 듣고 따라 했다"며 "어제와 오늘, 존슨처럼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고, 보기 없는 플레이를 주말 동안 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깃대를 꽂은 채 퍼팅하는 고진영. /LPGA |
이번 우승은 고진영이 미국 본토에서 처음 거둔 것이다. 그는 2017년 국내에서 열린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첫 승, 지난해 LPGA 투어 데뷔 첫 경기인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이번이 통산 3승째이다. 올 시즌 6개 미 LGPA 투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4승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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